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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 역사산책] 면민 모두가 나섰던 대호지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남주원Ⅰ

2019. 03. 09 by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대호지 만세운동 재현 행사
대호지 만세운동 재현 행사

[당진신문=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대호지·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은 대호지면의 대다수 면민들이 독립만세를 불렀던 것으로 유명하다. 이렇게 면민 다수가 한 마음으로 독립만세운동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 중 향촌사회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 오던 유림 중심의 문화, 문중의 존재와 역할을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조선말기 대부분의 유림들은 성리학을 교조적이고 원리적으로 해석하면서 조금의 차이도 인정하지 못하고 이단으로 몰아 세상의 변화에 조응하지 못하였다. 이러한 성리학과 유림의 한계는 나라를 몰락의 구렁텅이에 빠트렸을 뿐 아니라 망국의 위기에서도 극복할 힘을 발휘하지 못했던 원인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1919년까지도 대다수의 유림들은 여전히 시대의 변화를 알아채지 못한 채, 제국의 부활을 꿈꿨던 시대적 미아였다.

이런 유림들의 존재가 자주독립과 만민평등의 공화정치를 꿈꿨던 조선민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는 3.1혁명의 결과가 말해 주고 있다. 하지만 향촌사회에서 미치는 영향력만큼은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었다. 특히 대호지면에서는 의령남씨들이 오랜 세월 세거하고 살면서 쌓아 왔던 신뢰는 3.1혁명이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만나 빛을 낼 수 있었다. 이들 의령남씨 문중에서도 중심적 역할을 했던 인물이 바로 남주원이었다.

남주원은 정유재란 때 순국한 남유와 정묘호란 때 안주성에서 순국한 평안병사 남이흥의 후손이다. 남이흥의 장남인 남두극이 대호지에 낙향하여 살게 되면서 대호지 정미면 일대에는 의령남씨들이 세거하여 집성촌을 이루게 되었다. 대호지의 의령남씨들은 이러한 가풍의 영향으로 민족의식이 강했고, 1919년 3.1혁명을 맞아 독립만세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대호지면 사성리의 남주원 집을 남병사댁으로 불렀는데 이는 남주원의 할아버지인 남명선이 종2품의 한성부 우윤, 장위영 병방 경무사를 지냈기 때문이다.

남주원은 1893년생으로 3.1혁명 당시 27세의 청년이었다. 남주원이 살던 사성리는 인천으로 가는 정기선이 있을 정도로 큰 포구가 있었다. 남주원의 집은 인근에서 가장 크고 재력이 넉넉하여 사성리 포구를 통해 경성을 오가는 많은 사람들은 남병사댁에서 식객으로 신세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여기에 대호지면장이던 이인정이 사성리에 살고 있었고, 이인정의 아들 이두하는 남주원과는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 이러한 조건이 3.1혁명 때 남주원이 주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게 하였고, 인근의 사람들은 4월4일 대호지·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은 남병사댁에서 이루어졌다는 평가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남주원은 일찍이 의령남씨 문중에서 운영했던 도의의숙에서 수학하였다. 도호의숙은 의령남씨들이 자제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대호지면 도이리에 세웠던 종가교육시설이었다. 도호의숙에서 한학을 수학한 남주원은 서울의 사립중동학교와 호동 사립해동신숙을 졸업하고 대호지에 돌아와서는 해미공립보통학교 학무위원을 지냈다. 그리고 사성리에 도호의숙의 분교격인 반계의숙을 세워 교육사업을 전개하기도 했다. 

남주원이 대호지·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에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된 계기는 고종의 갑작스런 서거로 국장이 치러지게 되면서였다. 고종의 인산을 보기 위해 남주원이 경성을 방문하게 되었고, 마침 경성 시내에서 3월1일부터 대대적으로 독립만세운동이 벌어졌던 것이다. 대호지에서 남주원과 함께 경성에 올라갔던 사람들은 남상돈, 남상락, 남상직, 남계창, 이두하, 이대하 등이었다. 경성에서 벌어진 3.1혁명을 목격한 남주원 등 일행은 3.1혁명을 목격하였을 뿐만 아니라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얻어 인천에서 배를 타고 대호지로 돌아왔다.

대호지로 돌아온 남주원과 일행들은 경성에서 본 3.1혁명의 강렬한 인상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함께 경성을 함께 다녀온 사람들을 중심으로 대호지에서 독립만세운동을 펼치기로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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