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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 역사산책] 면민 모두가 나섰던 대호지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을 이끈 이인정Ⅱ

2019. 02. 23 by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대호지면사무소 앞에 세워진 ‘3·1운동순국선열영세추모비’
대호지면사무소 앞에 세워진 ‘3·1운동순국선열영세추모비’

[당진신문=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대호지면 사무소에 모인 면민은 모두 4~500명에 이르렀다. 면사무소에는 송재만이 준비한 30척 대나무에 옷감으로 만든 태극기가 펄럭였다. 도로 수선을 하겠다고 해서 모인 주민들로서는 의아하지 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주민들은 여기저기서 웅성이고 노닥거리기도 하였지만 긴장한 모습이 역역했다. 면민들이 모두 모이자 이인정은 주민들을 향해 연설을 시작하였다.

“여러분을 모이게 하였음은 도로 수선을 하고자 함이 아니라 조선 독립운동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이니 여러분은 이에 찬동하여 조선독립만세를 힘차게 부르며 동군 정미면 천의 시장을 향하라”는 내용이었다.

이어서 남주원이 나섰다. 남주원은 고종 인산을 보러 경성에 다녀오면서 가져온 독립선언서를 면민들을 향해 낭독하였다.

이어서 한운석이 지은 “간교한 일본은 강폭하게 주장하여 끝내 우리나라를 억지로 빼앗아 우리들은 이렇게 통탄과 조우하여 살아도 죽은 것 같고 죽어서는 장지조차 없다. 이러한 원수는 갚아야만 한다. 각 사람의 힘을 모아 한마음으로 협력하여 불구대천의 원수를 갚고, 무궁한 전세의 우리 국가를 독립시키자”는 내용의 애국가 400매를 인쇄하여 면민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다음으로 면장인 이인정이 나서 조선독립만세를 선창하였다.

그 순간 대호지면 사무소에 모인 면민들은 면사무소가 떠나가도록 조선독립만세를 불렀다. 만세를 부르는 면민들의 모습은 당장이라도 독립을 이룬 듯 기뻐하였다. 그리고 면민들은 모두 천의장터를 향해 나갔다. 천의장터로 향하는 모습은 행렬이 길게 이어져 마치 한 마리 용이 움직이는 듯 하였다. 그 행렬의 선두에는 면장인 이인정이 말을 타고 이끌었다.

천의장터에 도착한 시위대는 천의장터 주변을 돌며 조선독립만세를 불렀다. 천의 장날에 맞춰 수많은 장꾼들이 모여 들었다. 시위대의 규모는 더욱 불어났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여 만세를 불렀지만 방법은 평화롭기 그지없었다. 시위를 마친 오후에는 여기 저기 흩어져 오랜만에 만난 지인들과 술도 마셨다. 그러나 이렇게 평화롭게 진행된 대호지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은 당진경찰서에서 응원 나온 순사들의 발포로 인해 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몇 사람이 쓰러졌고, 이에 흥분한 시위대는 격렬하게 저항하여 천의경찰주재소를 파괴하였다. 이 과정에서 상원상정(上原尙定)순사가 가지고 있던 환도를 빼앗았으며, 송재만과 이대하는 일본인 전고족수(田尻足穗)의 집을 쳐들어가 엽총1정 권총1정의 총기를 빼앗아 왔다. 사태가 여기에 이르자 이인정은 송재만과 이대하에게 명령하여 빼앗아 온 무기를 모두 회수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무기는 적서리의 한적한 야산에 숨겨 두도록 하였다. 

이상의 대호지 천의장터 4.4독립만세운동으로 인해 이인정은 주동자로 체포되어 구속되었다. 물론 면장의 지위도 4월4일이 마지막이었다. 면장의 지휘 아래 벌어진 대호지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은 당시에도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였다. 당시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는 1919년 4월14일 보도를 통해 소식을 전하였다.


서산 천의쟝에셔 소요

서산군 졍미면 천의시에셔ᄂᆞᆫ ᄉᆞ월 ᄉᆞ일 쟝날을 리용ᄒᆞ야 군즁 약 천여명이 만셰를 고창ᄒᆞ고 시의 폭행ᄒᆞ야 면소와 천의시 경찰쥬재소 유라창을 파쇄ᄒᆞ얏다ᄂᆞᆫ 급보를 듯고 당진경찰셔에셔 슌사를 파송ᄒᆞ야 ᄒᆞ산식히고 쥬모될만한 ᄃᆞ호지면장 리인정과 동면 사셩리 남쥬원을 체포ᄒᆞ야 당디경찰셔로 인치츄됴즁이라더라

대호지 천의장터 독립만세운동이 크게 벌어져 큰 폭력사태로 이어졌다는 것이고, 당진경찰서 순사가 급파되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주모자로 면장인 이인정을 체포했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기사는 사실관계조차 교묘하게 왜곡하여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자 하는 뜻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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