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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장

3.1혁명 현장을 지휘했던 면천면 출신 배재고보 학생 고희준Ⅲ

2018. 07. 23 by 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 소장
정동교회 전경
정동교회 전경

[당진신문=김학로 당진역사문화연구소 소장] 고희준은 신문조서에 기록된 대로 3.1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이렇게 고희준이 3.1혁명에 적극 참여하게 되었던 요인으로 배재고보의 영향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당시 고희준은 배재고보 3학년에 재학 중이었다. 배재고보는 1885년 미국 북감리교 선교사 아펜젤러가 설립한 기독교계 사립학교로 고종이 직접 인재를 배양하는 배재학당이라는 학교명을 지어준 것으로 유명하다. 배재고보는 1916년에 5년제 고등보통학교로 인가 받았는데 고희준이 배재고보에 입학한 것이다. 배재고보는 기독교계 학교였으므로 교과과정에서 일정한 정도의 교리 수업을 진행했다고 한다. 신문조서의 진술에 의하면 고희준은 종교를 믿지 않았다. 그렇지만 배재고보를 다닌 것으로 보아 일정하게 기독교에 대한 이해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배재고보를 세운 북감리교 선교사인 아펜젤러는 1885년에 정동교회도 세웠다. 정동에 배재고보와 정동교회가 이웃해 있었던 것이다. 더욱이 정동교회가 속한 북감리교는 3.1혁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교파이기도 하다. 감리교계 특히 정동교회는 3.1혁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담임 목사이던 이필주 목사가 민족대표 33인으로 참여하여 기독교계의 실무적 업무를 전담하게 되었다. 이필주 목사는 원래 구한국군의 장교 출신 군인이었는데 경술국치 이후 기독교를 수용하고 목사가 된 인물이다. 목사가 되기 전에는 체육교사로 배재학당에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했다. 이러한 관계가 3.1혁명 과정에서 이필주 목사를 통해 정동교회와 배재고보를 연결시켜 주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렇게 정동교회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배재고보는 자연스럽게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이필주 목사와 연결되면서 3.1혁명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특히 한문교사이던 김진호는 배재고보 기숙사 사감으로 근무하고 있었으므로 정동교회 이필주 목사가 주도하던 기독교계 활동에 배재고보 학생들을 연결시키는 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다. 고희준 역시 이러한 관계 속에서 배재고보의 교사와 학생으로 자연스럽게 3.1혁명에 참여하게 되었던 것이다.

이상을 통해 고희준이 기독교계의 활동에 관여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기독교계의 활동은 평안도 지방의 이승훈 목사를 중심으로 한 활동과 경성의 박희도, 이갑성 등의 활동과는 별도로 이필주 목사와 김진호, 강매 교사가 중심이 된 정동교회와 배재고보 학생들로 구성된 활동이 별도로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이들의 활동은 이필주 목사를 통해 받은 독립선언서를 각국 대사관에 전달하는 일과 경성시내에 배포하는 역할을 담당하였다. 이밖에도 독립선언서 외에 자체적으로 제작한 등사물을 경성시내에 배포하는 일도 하였다. 이 역할을 고희준을 비롯한 배재고보 학생 5~6명이 담당하였던 것이다. 정동교회에서 제작하여 배포한 등사물은 “조선국민과 학생이 분발하여 일어서는 것이 불법 행동인가”와 “시민대회”라는 제목의 등사물이었다. 이중 “시민대회”의 내용은 배재고보 김진호, 강매 교사가 작성한 것으로 “시민은 폐점철시하고 조선 독립운동을 해야 한다”는 파업을 선동하는 취지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일제의 입장에서는 독립을 청원하는 것에 국한한 활동을 하였던 기독교계에서 독립선언서 보다 훨씬 과격한 주장의 등사물이 나오자 크게 놀랐다. 이런 내용의 등사물은 3월5일 학생들이 남대문 시위에서 붉은 손수건을 흔들며 시위를 벌였던 것만큼이나 놀라운 일이었다.  

고희준은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자신의 활동 내용에 대해 3월7일 임창준에게 단순히 등사물을 전달받았고, 이것을 3월9일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정동교회와 배재고보 학생들의 활동에 고희준이 어느 정도 깊숙하게 관련되었었는지를 정확히 확인할 수는 없다. 다만 3.1혁명에서 정동교회나 배재고보 관계자들이 한 활동을 감안했을 때 고희준의 역할과 활동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이상의 결의와 활동이 있었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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