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Q

김추윤 박사

삽교천(揷橋川)

2017. 09. 29 by 당진신문

충남의 문화권은 백마강(금강)중심의 금강문화권과 삽교천 중심의 내포문화권으로 크게 2대분 된다. 삽교천은 내포지방의 젖줄이요 가야산은 내포지방의 심장이다.

삽교천은 유로연장 58.6km, 유역면적이 1649.4km2인 국가하천으로 이칭은 버그내, 범근천, 범근내, 사읍교천, 신교천, 금마천 등으로 부른다.  충남 홍성군 장곡면 신풍리 상풍 마을 신풍저수지 남쪽 오서산 계곡에서 발원하여 장곡천(長谷川)이 되고, 금마면을 거치면서 금마천(金馬川)이 되고, 여러 지천들을 합류하여 북쪽으로 계속 흘러가면서 예산군 삽교읍에 이르러서 삽교천(揷橋川)이 된다. 다시 예산군 신암면 하평리 부근에서 무한천(無限川)과 만나서 계속 북류하여 아산시 인주면 대음리에서 곡교천(曲橋川)을 다시 만나 아산만의 삽교호에 유입되는 하천이다.

삽교천을 옛날에는 상류지역인 홍주지역에서는 금마천(金馬川), 중류지역인 예산지역에서는  신교천(薪橋川), 덕산에서는 선화천(宣花川), 사읍교천(沙邑橋川), 최하류인 면천(현 당진시 우강면 일대)에서는 범천(犯川), 범근천(犯斤川), 버그내 등으로 불렀다. 삽교천은 일제시 붙여진 하천지명으로 사읍교천이 음운축약되어 삽교천이 되었다. 또 ‘삽’은 백제어로 ‘붉은 색상’이란 뜻으로 삽교천이 홍수 때 붉은 탁류가 되어서 범람하기에 삽내가 유래했다. 하나의 하천을 두고 상류에서 하류까지 지역에 따라서 하천지명이 다르게 불리는 것은 다른 하천에서도 흔한 현상이다.

이 삽교천변에는 고려시대의 유명한 회해포(신평), 풍해포(우강)와 조선시대 범근내포(犯斤內浦)를 비롯하여, 유궁진(由宮津), 장포(獐浦), 강문포(江門浦), 구만포(九萬浦), 돈곶포(頓串浦) 등 많은 포구들이 있어서 내포지방의 교통의 허리 역할을 했으며 문화통로의 창 역할을 하였다. 삽교천의 가항종점은 구만포였다.

우리는 합덕지방에서 회자되는 명칭 가운데 특이한 명칭 하나를 발견 할 수 있다. 즉 합덕시장을 ‘버그내장’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들은 고기록을 통해서 우강, 합덕지방에서 버그내와 관련된 고 기록을 다수 찾아 볼 수 있다. 즉 범근내(犯斤內), 범근내포(犯斤內浦), 범천포(泛川浦), 범근천(泛斤川), 범천(泛川), 범근시(泛斤市) 등이다.

이런 단어들에는 ‘버그’, ‘버근’이 어근으로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버근은 이두어로 ‘다음가는’, ‘다음차례’의 뜻이다. 『소학언해』에도 ‘작은 며느리’를 ‘버근 며느리’라고 쓰고 있다. 이것을 통해보면, 버근내가 원초적인 명칭이고, 후에 'ㄴ' 음이 탈락하여  버그내가 된 것이다. 우리말의 '간난'이 ‘ㄴ’ 음이 탈락하여 '가난'으로 된 것과 같은 이치이다. 즉 삽교천을 처음에는 버그내라고 불렀는데, 이두식으로 표현해서 버그내를 범근내, 범근천 등으로 나타낸 것이다. 충청도 아산만에서 첫 번째로 큰 하천이 안성천이고,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하천이 삽교천이므로 버근내-버그내로 불린 것 같다.

그럼 왜 합덕장을 버그내장으로 오래전부터 불러올까? 여기에 대한 근거는 아래와 같다. 원래 합덕읍 운산리는 홍주군 합북면 운곡지역인데, 1895년 고종의 지방관제 개혁에 의해서 면천군에 편입되었다가,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폐합시 상북리, 상운리, 하운리, 운곡리, 운구리, 신리와 범천면(우강면) 범근시리(泛斤市里)를 병합하여 운산리라 하여 당진군 합덕면에 편입하였다. 따라서 범천면(우강면)의 범근시리에서 열리던 버그내장 즉 범근시(泛斤市)가 합덕의 운산리로 그대로 옮겨져  계속 ‘버그내장’으로 불린 것이다. 그리고 버그내는 우강면의 상징인 삽교천의 옛 이름이다.

실제로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1830)』의 예규지 면천 편에 보면, ‘면천읍에서 동쪽으로 20리 떨어진 범천면(우강면)에 버그내장이 1일과 6일자에 개설된다. 거래 상품은 물고기, 소금, 약쑥, 붕어  등이다(沔川; 泛斤川場在邑東二十里泛川面 一, 六日設. 饒, 漁, 鹽, 藥艾, 鯽)’라는  기록 이 보인다.  ‘범근천장(泛斤川場’)을 이두식으로 읽으면 ‘버그내장’이 되는 것이다.
-----------------------------------------------------------------------------
     합덕 버그내장은 우강면 범근천장(泛斤川場;버그내장)에서 유래
     삽교천은 사읍교천(沙邑橋川), 범근천(犯斤川), 버그내로 불림
-----------------------------------------------------------------------------

『세종실록지리지』에 나오는 범근천(泛斤川)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즉 「버그내(泛斤川)는 면천의 동쪽 30리에 있는데 임천, 한산, 서천, 남포, 비인, 흥산, 홍주, 태안, 서산, 해미, 당진, 덕산, 예산, 청양, 보령, 결성, 대흥, 석성, 부여 등 관청의 조세를 모두 수납받아 대진(大津; 한진)을 경유하여 바다에 따서 수로로 510리 떨어진 서강에 이르렀다」는 뜻이다.  위의 고기록에서  버그내 즉 삽교천에서 충청남도 19개 읍의 조운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그 당시에도 버그내 즉 삽교천이 이 주변에서 가장 큰 하천이다.

『세종실록지리지』보다 시간적으로 약100년 후에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 면천군 산천조에도 범근내포라는 지명이 기록상 나온다. 즉 「범근내포(犯斤內浦)가 면천군 동쪽 27리 지점에 있는데 이곳에 창(倉)이 있어 공주와 홍주목 소속 군현 세미를 수납하여 한양으로 조운했는데, 성화 14년 봄에 물이 얕아져서 배가 땅바닥에 교착하므로 아산의 공세곶으로 옮겨 갔다」는 뜻이다. 「창(倉)」이라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삽교천 연변에 조창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범근내포는 현재의 어느 곳으로 비정해 볼 수 있을까? 조선 제 3대 태종 13년 1413년에 면천군은 범천면(泛川面), 죽림면 등 14개 면을 관할하다가, 고종 10년 (1906년) 지방관제 개정에 의해서 홍주군의 합남면, 합북면, 신북면, 신남면, 현내면 5개 면과 덕산군 비방곶면 및 아산군 이서면, 천안의 비월지인 우평(牛平) 부락을 편입하여 21개 면이 되었다가, 1914년 군면 폐합에 따라 당진군에 편입되어 범천면, 마암면 등 7개면의 지역이 되었다. 따라서 범천면은 당진군에 속하기 이전에 면천군에 속해 있었다. 1914년 군면폐합시 범천면은 면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여 범천면이라 칭했지만, 이서면, 신남면의 일부 리는 통폐합이 이루어졌다. 즉 1914년에 범천면(泛川面)의 창리, 동촌리, 원동 3개 부락을 합쳐서 창리라 하고 그대로 범천면에 속하게 하였다. 그 후 1942년 10월 1일 지방행정 구역명칭 변경에 의하여 이곳에 있는 즉 소들강문(牛坪江門)의 이름을 따서 우강면(牛江面)으로 고쳤다. 따라서 현재의 우강면 창리(倉里)는 옛 면천군 범천면 지역으로 조선 때 면천군의 남창이 있었기에 붙여진 지명으로 창말 또는 창촌이라 불렀다. 따라서 범근내포는 현재의 우강면 부리포 즉 옛 버그내에 있는 커다란 포구로 조세를 보관하던 큰 창이 있었다. 부리포는 삽교천을 사이에 두고 대안의 곡교천이 유입되는 곳으로, 하상에 토사의 퇴적이 많아 아산의 공세곳으로 조창을 옮겼다는 옛 기록의 설명과도 일치되는 곳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합덕장을 ‘합덕장’이라고 부르지 않고 ‘버그내장’이라고 부른다. 그 연유에 대해서는 ‘면천, 순성사람들이 솔방울을 많이 가지고 와서 시장이 버걱거린다’ 등 많은 전설로 설명해왔다. 현재도 70세 이상의 노인들은 합덕장날을 ‘버그내장날’로, 합덕장을 ‘버그내장’으로 부른다. 그런데 삽교천을 조선시대에는 범근천(泛斤川), 범근천(犯斤川), 범천(泛川), 범근내(犯斤乃)등으로 다양하게 불렸다.

『세종실록지리지』 충청도편에는 ‘犯斤川在沔川東三十里’라고 기록되어 있다. 면천관아에서 동쪽으로 30리 지점에 범근천이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그래서 이 범근천(犯斤川)을 이두식으로 표현해서 ‘버그내’가 되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버그내’--‘버그네’로 변음되어 현재 합덕읍내 여러 곳에서 ‘버그내’ 및 ‘버그네’ 화석지명을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합덕읍 운산리 ‘소들문화회관’에 가면 둥그스럼한 돌에다 ‘버그내 마당’이라고 새겨 놓았다. 또 합덕읍 운산리 버스터미널 뒤쪽에 가면‘ 버그네 식당’이란 중국집이 있다. 합덕읍 운산리에 ‘버그네 어린이집’도 있다. 사실 이 지명들은 잘못된 것이고, ‘버그네’가 아니고 ‘버그내’가 맞는 것이다. 왜냐하면 ‘犯川’, ‘泛斤川’의 ‘川’은 순 우리말로 ‘내’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1914년 일제의 행정구역 통페합시 범천면(泛川面; 현 우강면) 범근시리(泛斤市里)가 합덕읍 운산리와 통폐합되면서 운산리로 지명이 바뀌었는데, 범천면 범근시리에 조선시대부터 서던 5일장인 범근시(犯斤市; 버그내장)가 그대로 유지되어 합덕읍에 서는 장이 그대로 ‘버그내장’으로 된 것이다. 우강면은 원래 면천군 지역으로 범근내포 옆이므로 범천면(泛川面)이라고 불렸다. 일제시인 1914년의 전국 행정구역 통폐합시에도 이 범천면명(泛川面名)을 유지했으나, 1942년 10월 1일 지방행정구역 명칭변경에 의해서, 이곳에 있던 우평포(牛坪浦)와 강문포(江門浦)에서 한자씩 따서 우강면(牛江面)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현재 이 지역에서 불리는 ‘소들광문’도 사실은 ‘소들강문’이 맞는다. 우평(牛坪)은 순 우리말로 ‘소들’로, 강문(江門)은 그대로 ‘강문’으로 1대1로 대응되는 것이다. 그런데 잘못되어 ‘소들광문’으로 변하고, ‘소들’이 ‘서들’로 변하여 한자로 서야(西野)라고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것이다.

 

▲ <지도-1>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삽입된 <범근내포> 지도(1530, 중종25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기사 댓글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