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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들, 하루 8시간 정규직보다는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아르바이트 많이 해” “경력증빙서류 떼기 어려운 프리랜서, 사실상 지원금 받기 불가능” “당진여성새일센터의 주선 일자리는 장기적이지 않고 단기 근무가 대부분” 

[엄마들의 수다3] 자격증 10개 있어도...일할 수 없는 당진 엄마들

2020. 08. 29 by 지나영 기자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엄마는 그 어떤 전문가보다 강하다. 살림과 육아의 최전선에서 책임을 갖고 가정의 안전을 위해 모든 잡학지식을 쌓는 엄마들. 그래서 엄마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의외의 지식을 얻게된다. 

당진에는 환경문제를 비롯한 사회, 경제 등의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다. 그럴때마다 지자체와 언론은 전문가의 의견을 앞세워 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을 말한다. 때로는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고, 책에 나올 법한 얘기들로 말이다.

하지만 경제, 부동산, 환경, 육아 등의 문제를 직접 부딪히며 살아가는 엄마들은 진짜 해결방안을 내놓을 때가 있다. 기자도 몰랐던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그녀들.

이에 본지는 어울림여성회 회원(엄마)들과 당진의 현안들을 가지고 자유로운 소통의 시간을 갖고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 (당진 엄마들의 수다는 당진어울림여성회 김진숙 전 회장과 오윤희 회장이 참여하며, 매달 첫째주에 연재됩니다.)


●지나영 기자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격상됐고,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기관 이용에도 제한이 생겼다. 또한 당진시의 확진자 동선에 대해서도 시민들의 불만도 크다. 엄마로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어떤가?

●현연화
7번 확진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아이들 개학이 아니어서 안심했던 것 같다. 하지만 8번 확진자가 초등학교 직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확진자가 점차 우리 주변에서도 생기고 있다는 걸 다시 느꼈다. 한편으로는 확진자가 어디서 감염됐는지, 확진 판정을 받기 직전까지 어디를 다녔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어, 시민들이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더욱 우려하는 것 같다. 

●김진숙
그동안 지역 내 기업에 확진자가 다녀가고, 검사를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어도 내 가까이라는 것을 직접 체감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확진자가 시내권에서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내 아이와 가족이 다니는 곳에 들른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중앙대책본부에 따라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지만, 시민들은 정확하고 신속한 정보를 원한다. 그래야만 유언비어도 나오지 않을 것이며 불안감도 덜 할 것 같다. 

●지나영 기자
당진은 타지에서 이주한 여성들이 많기도 하지만 산업 도시라는 지역 특성상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자리가 제한적이다. 또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채용도 줄어든 상황에서, 경력단절여성의 취업은 더욱 어려울 것 같다. 당진에서 여성들의 취업은 어떤 상황인가?

●한은경
저는 역사기행강사 프리랜서로 근무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코로나19 문제가 언급이 되면서, 가장 타격을 입은 직종은 여행 관련이다. 제가 하던 일도 타격을 입으면서 지금까지 일을 하지 못했다. 이후에 정부와 지자체에서는 프리랜서와 같은 특수고용직을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했지만, 일을 했다는 사실을 검증하기는 까다로워 사실상 지원을 받기는 어렵다. 저도 지원을 받기 위해 알아봤지만, 서류 떼는 것부터 어려워 포기했다.

●오윤희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하루 8시간씩 근무하는 정규직보다 탄력적 근무를 할 수 있는 프리랜서 혹은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많이 한다. 하지만 프리랜서는 경력 증빙 서류 떼기가 어려운데, 지자체는 지원을 어떻게 받으라고 신청 절차 및 서류를 복잡하게 한 것인가?

●이영희
저는 학교에서 방과후 미술 수업 강사를 하고 있다. 지난 4월과 5월에 한참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되면서 방과후 수업이 일시 중단됐었고, 이후 잠잠해지면서 수업이 재개됐다. 하지만 당진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수업을 격주로 하는 것에서 매주 수업 시간을 나눠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24일)은 교육청으로부터 학교에 학생이 1/3만 등교한다고 공지가 뜨면서, 결국 수업은 취소됐다. 우리와 같은 프리랜서나 파트타임 근로자는 코로나19의 타격을 가장 많이 받았다. 

●현연화
결혼과 임신·출산으로 엄마들은 자연스럽게 경력단절여성이 된다. 특히 당진은 여성이 전공을 살려 일할 수 있는 일자리가 드물다. 산업 도시 당진은 대기업이 있어도 주로 남성 중심 일자리가 많고, 여성 근로자는 비정규직 혹은 미혼 여성을 많이 채용한다. 전문인력은 타지역에서 들어오기 때문에 사실상 기업이 지역에 유치되더라도 엄마들의 일자리 문제가 해소되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들은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싶어도 전공과 재능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를 당진에서 쉽게 찾을 수 없어 새로운 자격증을 취득하게 된다.

●한은경
다른 지역에서 전문성을 갖고 일하던 여성이 당진에 와서 경력을 살리는 일을 찾기란 어렵다고 한다. 저의 지인도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10개를 취득했지만, 당진에서 일자리를 찾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결국 자격증 사냥꾼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진 왼쪽부터 오윤희(45세), 한연화(45), 김진숙(47), 한은경(54), 이영희(44)
사진 왼쪽부터 오윤희(45세), 한연화(45), 김진숙(47), 한은경(54), 이영희(44)

●김진숙
전문성을 갖추고 있어도 경력단절여성들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한은경
채용공고를 살펴보면 여러 직종의 양성과정이 많이 나온다. 하지만 양성과정 이후에 걸맞는 일자리가 당진시에 있는지, 앞으로 꾸준히 생길 예정인지 의문스러운 부분이다. 또 양성과정 혹은 자격증 취득 이후에 여성이 취업을 하더라도 그에 맞는 충분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 문제는 지자체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 대표적인 예로 마을학교 강사는 재능과 수업 내용의 가치에 비해 강사비를 낮게 받고 있다. 공무원들은 강사비를 높게 책정하면 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낮게 책정했다고 한다. 이는 공무원이 일의 가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다.

●지나영 기자
당진시는 여성친화도시로 만들기 위한 여러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여성 일자리 문제 해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 당진 여성들의 취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오윤희
당진은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만 여성 일자리를 주로 책임지고 있다. 그러나 센터에서 주선하는 일자리는 대부분 장기적이지 않고 단기 근무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회사가 적다는 것이다. 지자체에서는 여성일자리보다 노인일자리 마련에 더욱 중점을 두는 것 같아 아쉬운 부분이 있다. 앞으로 지자체가 공공근로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서, 여성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지면 좋을 것 같다. 

●김진숙
저도 같은 생각이다. 엄마들의 가사노동과 아이들 학교에서 하는 활동들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결국 봉사로 치부해버린 것이다. 따라서 기존에 엄마들이 봉사로 했던 일을  공공근로 일자리로 전환시키는 방안을 생각해봤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급식 배식 봉사 혹은 교통 지도와 같은 일들이다. 

●오윤희
정규직 근로를 하는 맞벌이 가정을 위해 돌봄교실이 많아져야 한다. 당진시가 여성친화도시를 추진하는데, 무엇보다 일과 가정이 양립되어야 한다. 초반에는 돌봄교실이 두 개였지만, 지금은 점차 늘리는 추세다. 부부가 맞벌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아이를 돌보고 맡길 수 있는 기관이 부족한 상황에서 어느 누가 아이를 낳으려고 하겠는가? 엄마들이 아이 걱정 없이 일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이 마련되는 것도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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