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신성대 노조, 15년 인고 끝에 마련된 사무실

신성대학교 노조 박인기 지부장 “나와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만 돌아도 불려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다”

2018-10-05     최효진 기자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신성대 노조 사무실은 지난 15년간 컨테이너 박스였다. 정문 옆 주차장 귀퉁이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 박스를 본부 삼아 처음으로 서른 명이 채 되지 못하는 조합원들이 모였다. 그 때가 2003년 6월이다.

신성대 노조에서 15년간 사무실로 사용한 컨테이너.

신자유주의는 이미 일반 기업에 안착한 상태였고, 그 위세는 대학에도 밀물처럼 들어왔다.  연봉제 도입을 막아보자는 것이 표면적인 노조 결성과 교섭의 시작이었지만 내부적으로는 사람 대접도 못 받는다고 느끼는 직원들의 자존감을 건 싸움이기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시 파업까지 간 투쟁에서 노조 사무국장은 구속됐다. 해고자들도 발생했다. 조합원들 역시 하나 둘 떠나갔다. 누가 봐도 진 싸움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활동하는 조합원이 단 두 명뿐인 시간은 10년 가까이 계속됐다.

그리고 2018년 10월 1일 전국대학노조 대전충청지역본부 신성대지부가 사무실 개소식을 개최했다. 대학 건물에 번듯한 사무실을 마련했고, 조합원은 약 서른 명에 다가서게 됐다. 물론 모두가 공개적으로 조합 활동을 할 수 없는 열악한 상황인 것은 여전하다. 하지만 큰 변화를 맞이한 것은 분명했다.

10월 1일 전국 대학노조 대전충청지역본부 신성대지부가 15년만에 마련된 사무실 개소식을 개최한 가운데 당진시립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학교 교직원식당에서 열린 개소식에는 대학노조원부터 시작해 금속노조, 플랜트노조, 지역노조 조합원까지 약 300여명이 모였다. 신성대노조의 긴 싸움을 지켜봤고 또 서로 도왔던 동지들이 모두 모인 자리였다.

15년이라는 긴 시간 신성대 노조를 지킨 두 사람 중 하나인 대학노조 신성대지부 박인기 지부장을 개소식을 마친 사흘 후인 4일 다시 만났다.

박 지부장은 “사실 그 동안 일반 직원들은 노조 사람들과 거리를 뒀다. 분위기가 그랬다. 예전에는 나와 친하게 지낸다는 소문만 돌아도 불려 들어가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니 노조와 친하게 지내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신성대 박인기 노조 지부장.

박 지부장은 “그런 분위기가 올해 초 서서히 바뀌었다. 대학과 관련된 좋지 않은 소식들이 들리더니 학내 문제가 지상파 뉴스와 지역 언론에 올랐다. 얼마 후 교수협의회도 결성됐다. 여기에 노조에서 다섯 차례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 역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박 지부장은 “대학 측 역시 노조와의 교섭에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이 느껴졌다. 어떤 이들은 설립자의 사망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런 분위기는 올 초부터 있었다”라고 말했다.

신성대가 언론에 오르내린 후 교육부는 특별회계감사에 들어갔다. 현재 신성대는 교육부의 감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대학 측에서는 학내 건물에 노조 사무실을 내주었다. 15년 만에 제대로 된 노조사무실을 갖게 된 것이다.

박 지부장은 “신성대 내에는 근무하기 열악한 여러 조건들이 있다. 신성대에서 퇴직하는 숫자가 엄청나게 많다는 것만 비추어 봐도 상황은 심각하다. 이래서는 대학이 발전할 수 없다. 지난 세월 노조가 대학의 견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역시 큰 문제였다”라고 말했다.

긴 세월 힘들게 지켜 낸 노조 깃발이 어디로 향하게 될지에 대해 박 지부장은 “우선 학내 직원들의 심각한 저임금 구조를 해소하고 고용의 안정을 이루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올바른 학교 운영을 위해 더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래야 진정한 지역 대표사학으로 신성대학교가 올바로 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