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고문 당하는 당진시민...서해종합병원 건립 무산
1월 노보셀바이오와 현대그린개발 MOU 체결
노보셀은 인·허가 및 시공, 현대그린은 50억 기부 약속
현대그린 “노보셀바이오에서 900억원 투자 약속...깜깜 무소식”
노보셀 “병원 입주하려던 것, 자체 취소...연락하지 마라” 발뺌

[당진신문=지나영 기자] 지난 1월 31일 당진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노보셀바이오(이하 노보셀)와 현대그린개발(이하 현대그린)이 300병상 규모의 서해종합병원 건립 MOU를 체결했기 때문이었다.

지난 1월 31일 노보셀바이오와 현대그린개발이 300병상 규모의 서해종합병원 건립 MOU를 체결하는 모습.
지난 1월 31일 노보셀바이오와 현대그린개발이 300병상 규모의 서해종합병원 건립 MOU를 체결하는 모습.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송산산업단지에 건립 예정이었던 서해종합병원은 정형외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그리고 암센터 등의 주요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종합병원이다.

이후 5월에는 노보셀이 현대그린과 토지계약을 진행하고 하반기 착공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송산면 유곡리 주민들은 온·오프라인에서 이른바 ‘호재’라고 부르며 반가워했다. 그러나 예정대로라면 현재 한창 공사가 진행되어야 할 현장에는 착공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MOU 체결 이후로 어느 것 하나 구체화 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서해종합병원’은 현실일까, 가상일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선 노보셀과 현대그린이 맺은 당시 MOU 협약 과정과 내용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비상장주식회사인 노보셀은 자가면역세포 치료제 연구 개발회사로 자신들을 홍보하고 있다. 현대그린에 의하면 노보셀과의 MOU체결에는 PM(프로젝트 매니저)역할이 컸다.

PM은 정보 제공, 면담 주선, 부지 알선, 인허가 대행 등과 관련된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병원설립을 추진하고 있던 현대그린과 노보셀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현대그린은 PM과 연락이 두절된 상황.

협약에 따르면 노보셀은 △병원부지 분양계약 체결 △설계 및 건축인허가 △병원설립허가 △시공의 역할을 맡고 있다. 현대그린은 △2019년 하반기 내에 병원 부지 공급 △건축착공 후 병원 건립 건축비(또는 기자재비) 중 50억원 상당을 기부키로 했다. 건립기간은 2019년 6월부터 2022년 6월까지로 300병상 규모다.

노보셀바이오와 현대그린개발의  MOU 협약서.
노보셀바이오와 현대그린개발의 MOU 협약서.

당시 협약식은 당진시와 무관하게 두 업체만 참여해 진행됐다. MOU 체결 당시 본지 취재에 당진시는 “당진시와는 관련이 없다. 구체적인 사항에 대해서도 들은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24일 열린 김홍장 시장과 엠코타운 입주민 간담회에서도 주민들은 서해종합병원 MOU 체결에 대해서 질문했고 김홍장 시장은 “MOU체결 이후 진행 여부에 대한 소식을 전달 받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당진시청 기업지원과 박현진 주무관은 “현재에도 구체적인 진행 사항에 대해 들은 것이 없다. 착공 신고도 안들어 왔고 설립인가에 대해서도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건립 계획 처음부터 없었다...기만당한 당진시민

“병원 건립은 노보셀바이오가 하는 것이 아니다. 병원이 건립되면 치료센터로 들어가려고만 한 것이다. 협약서 내용은 모른다. 어쨌든 우리가 안하는(취소)거다”

협약내용에 대해 묻자 돌아온 노보셀 관계자의 답변이다. 또한 “취소는 맞지만 이에 대한 기사는 내지 말라. 다른데 물어보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화 당사자의 직책과 이름을 묻자 “더 이상 전화하지 마라”며 화를 내며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기도 했다.

앞서 언급했듯 협약서 제2조 각 당사자의 역할에서 노보셀바이오는 사업자로 표기되어 있다. 즉 해당업체는 병원 건립에 관여하는 사업자가 맞지만 협약체결을 자체 취소하며 발뺌하고 있는 상황. 결국 협약서에 기재된 2022년 6월 서해종합병원 개원은 사실상 취소가 된 걸로 봐야한다. 아니 노보셀은 서해종합병원 건립 계획이 처음부터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현대그린개발 서봉철 대표이사는 “당시 노보셀바이오가 중국 화예당이란 업체와의 계약으로 900억원의 계약금을 받으면 병원 건립에 투자하기로 했었다”며 “그러나 중국에서 계약금을 받지 못한 해당업체가 자금 사정이 어려워 당장은 공사 진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보셀로부터 ‘사업취소’라고 직접 듣지 못했다. 사실이라면 병원 설립이 진행이 안 된 부분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당진시는 당진시민에게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여러 대학병원과의 체결을 협의 중이지만 뚜렷한 성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김홍장 시장이 엠코주민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시는 서울 성모병원과 접촉해 아동병원과 노인을 위한 호스피스 병동까지 들인 500병상 규모의 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또한 김대건 신부 200주년 행사와 맞물려 가톨릭대에 병원 설립건도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답은 오지 않은 상태다.

지난 2010년부터 당진은 질 높은 의료서비스에 대한 ‘희망고문’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당진 시민들은 ‘제대로 된 병원’ 하나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기대한다. 물론 MOU는 강제력이 없는 양자간 양해각서에 불과하다. 하지만 충남대병원에 이어 서해종합병원까지 연이어 거짓된 희망에 당진시민들이 기만당했다는 사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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