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길령 기자

당진신문 배길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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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의 대표적인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축제, 봄이면 기지시줄다리기가 한 해의 시작을 영차영차 끌어왔다면 가을은 청명한 푸른 하늘 아래 상록수 정신을 잇는 심훈상록문화제가 결실의 달을 맞이한다.

올해 심훈상록문화제는 43회를 맞았다. 심훈추모제에서 시작해 지역민이 하나 되어 어울리는 지역축제로 자리 잡고 심훈의 상록수 정신을 잇기 위해 문화제로 넓혀왔다는 상록문화제는 어느덧 마흔 네 번째. 사람의 일생으로 표현하면 흔들림이 없는 불혹(不惑)을 넘긴 축제다.

상록문화제와의 첫인사는 집행위원회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진에서 나고 자란 이들이 들려주는 기억 속 상록문화제의 옛날이야기는 푸른 하늘아래 사람들이 두런두런 모여 흥겹고 즐거운 축제의 장면을 상상케 했다. 올해는 문학제 뿐만 아니라 새롭게 더한 스포츠대회와 각종 체험부스가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풍성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심훈문학제가 8월 마지막 이틀간 개최되고 상록문화제가 시작하는 9월 20일이 밝았다. 20일부터 22일까지 3일간은 당진시가 지역축제로 들썩이지 않을까 기대했다. 첫날에 있었던 청소년국악제와 본 공연에서는 많은 시민이 자리를 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상록문화제를 기억하고 찾아온 시민들이 있었다.

비가 한 방울씩 시작된 축제의 개막식이 진행된 21일, 오후부터 내리는 비에도 디베이트 대회, 문예대회 등으로 가족단위의 방문은 이어졌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여한 몇몇의 가족은 우중에도 밖에서 대회를 진행하는 주최 측의 배려가 부족하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개막식에 이르자 축하공연을 보러온 사람들로 우산은 하나둘씩 늘었다. 축제위원회에서는 본 개막식에 앞서 우비를 나눠주기도 했지만 곳곳에는 우비를 파는 상인들이 나타나 시민들을 헷갈리게 했다.
고대에서 왔다는 한 어르신은 우비를 파는 상인을 보며 무대좌석에 앉은 사람들은 우비를 공짜로 입었다하는데 어디를 가야 우비를 받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우산을 들었으니 별수 없이 공연장 밖에서 우산을 쓰고 봐야겠다며 뒤로 물러났다.

개막식이 시작되자 공연장은 어느새 우산을 든 사람과 우비를 입은 사람들로 나뉘었다. 특히 이날은 가수 송가인의 공연도중 의자가 날아와 인터넷상에서 ‘당진’이 떠들썩하기도 했는데 물의를 빚은 의자가 송가인을 위협한 것이 아닌, 우산으로 가려진 시야 때문에 화가나 홧김에 던졌다는 해명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공연시작 전부터 안전을 위해 이뤄져야 했던 질서 정리가 많이 아쉬운 대목이었다.

물론 연이은 비소식과 태풍으로 악천후 속에서 진행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번 상록문화제가 열심히 준비한 집행위원회뿐만 아니라 방문한 시민들에게도 크고 작은 아쉬움으로 남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해 가을이면 상록문화제를 기억하고 찾아주는 시민들이 있다. 준비한 만큼의 완성된 효과를 보지 못했을지라도 미흡했던 부분만큼은 내년 축제에서 더 단단한 알맹이로 특색 있는 푸르른 상록문화제가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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