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칭찬 릴레이 25] 아기처럼 고운 어머니를 돌보는 효녀 딸, 명숙 씨
[당진신문 칭찬 릴레이 25] 아기처럼 고운 어머니를 돌보는 효녀 딸, 명숙 씨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9.28 06:00
  • 호수 1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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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딸 명숙(64)씨와 어머니 이순자 어르신(90)
딸 명숙(64)씨와 어머니 이순자 어르신(90)

비포장 길을 따라 구불구불 언덕을 넘어 넓은 마당으로 들어서면 가지런한 집에 아흔의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딸이 있다. 부모님의 집에서 10년째 어머니와 함께 지내고 있는 이명숙(64)씨가 칭찬릴레이의 주인공이다.

명숙 씨의 어머니 이순자 어르신(90)은 올해로 아흔, 여든이 되던 해부터 기억을 조금씩 잃으셨다. 동갑내기 부부가 살기위해 새로 지어진 집은 20년이 흘러 어머니와 딸 그리고 아기앵무새 ‘티나’가 남았다.

“아버지가 일흔 다섯에 돌아가셨어요. 홀로 집에 계셨던 어머니가 아버지께서 돌아가신 후 우울증을 앓으셨고 그렇게 치매가 시작되었나봐요”

어머니와 병원을 방문했던 명숙 씨는 불쑥 어머니가 전과 달리 맞지 않는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는 것을 알게 됐고 어머니를 홀로 둘 수 없어 고향으로 돌아왔다.

“우리 딸이 많이 화를 냈죠. 엄마만 자식이냐, 왜 하필 엄마가 가야하냐고요. 본인도 서운하니까 그렇게 한 말이겠지만 그래도 우리 엄마니까, 내 엄마니까 가야만했어요”

명숙 씨의 일과는 새벽부터 바쁘다. 어머니가 드실 죽을 끓이고 3시간마다 기저귀를 갈아드린다. 때때로 과일주스를 갈고 산양분유를 타드린다. 이틀에 한 번씩은 집안 청소를 하고 3일에 한 번씩은 목욕을 시켜드린다. 거동이 어려운 어머니의 다리를 매일 마사지하고 하루에 한 번은 휠체어를 이용해 마당에서 산책을 한다.

“병원에 가야할 때가 아니고는 집을 나서기가 어려워요. 그래서 매일 집 안에만 있으면 저도 답답하고 엄마도 답답할 테니까 한 번씩 바람을 쐬러 나와요. 때때로 동네 분들이 찾아와주면 반갑고 좋지만 그렇지 않으면 너무 심심하니까요”

산책을 할 때 어머니는 기분이 좋으면 흘러간 노래를 부르고 딸은 엄마의 노랫소리에 맞춰 박수를 친다. 어머니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침대 위에서는 젊은 날 바느질을 기가 막히게 잘했다는 어머니의 손이 헝겊 천을 이리저리 만지고 있다.

“엄마가 정말 손재주가 좋으셨어요. 바느질을 잘해서 가끔 그때가 생각나시나봐요. 그래서 항상 저렇게 천을 만지고 계시고 기분이 좋으시면 또 노래를 부르시고요”

사실 명숙 씨의 어머니는 말씀이 없다. 기억을 잃어버리면서 어머니는 말도 잃으셨다. 하지만 기억 속의 노래는 언제나 어머니의 입술 끝에서 흘러나온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노래지만 명숙 씨는 어머니가 기쁠 때면 흥얼거리는 것을 알기 때문에 같이 즐거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난 10년 동안 4번의 수술을 받고 보름간 깨지 못했던 때도 있었다는 어머니의 이야기에는 휠체어 생활을 해도 좋으니 어머니가 눈을 뜨시기를 간절하게 바랐다는 명숙 씨의 기도도 있었다.

“정말 우리 엄마가 너무 불쌍해서 많이 울고 그랬어요. 어떻게든 저와 지내왔으니까 이대로는 보내드리기가 힘들어서 울고.. 휠체어에 앉아만 계셔도 되니까 엄마가 의식을 찾아주기만을 계속 기도 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매일 매일 엄마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기쁘다는 명숙 씨. 그녀가 꾸며놓은 어머니의 방은 귀여운 동물인형이 많다. 침상에서만 생활하시는 어머니가 심심할까 싶어 가져다 놓았다는 인형들은 딸과 어머니의 시간만큼 쌓이고, 어머니의 귀여운 말벗으로 데려왔다는 아기앵무새 티나는 아직 말을 하지 못하지만 어머니와 딸에게는 또 다른 가족이다.

명숙 씨 스스로가 아기였을 때 어머니가 손수 닦이고 먹였을 작은 손을 보며 명숙 씨는 오늘도 생각한다.

“정말 애기처럼 고와요. 우리 엄마가 먹고 자고 하는 모습이 다 너무 예쁜 거 있죠? 엄마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이렇게 오래오래 자식 곁에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