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오피니언] 100세 어머니와 효자 아들
[당진신문 오피니언] 100세 어머니와 효자 아들
  • 당진신문
  • 승인 2019.09.21 06:00
  • 호수 1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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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샘 호천웅
솔샘 호천웅
솔샘 호천웅

[당진신문=호천웅]

고향 친구 몇이 저녁 식사에 막걸리를 나누며 옛 이야기에 빠져 들었다. 얘기가 한참 재미있어 지는데, 오늘 밥 사기로 한 성사장이 멈칫, 멈칫 하더니 가방을 챙긴다.

“어- 나, 먼저 일어날게 미안해...”
“야! 뭐야, 너가 빠지면? ”

내년이면 팔십인가? 그 성사장이 지금 100세 이신 어머니를 모시고 산단다. 그리고 지금 가서 식사 챙겨드려야 한단다. 분위기가 갑자기 무거워 졌다. 성사장의 부인도 몸이 많이 안 좋아 시 어머니 돌볼 형편이 아니어서 따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밥값을 내고 식당 문을 나서는 성사장의 굽은 등을 보며, 그가 얼마 전에 했던 말을 되새겼다.

“그동안 여동생이 어머니를 모셨는데,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을 차마 보기 어려워 내가 모시기로 했지. 동생도 동생의 삶이 있는데...”

어머니를 모신지 얼마가 지나서 힘들어 하던 아내의 건강에 이상이 생겼다. 신장에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어머니와 아내가 한집에 머물 상황이 아니어서, 아내가 세를 얻어 이웃 아파트로 옮겼다. 그리고 팔순이 코앞인 성사장의 두 집 돌보기가 시작됐다. 장성한 아들이 있지만, 맞벌이 부부로 그들도 여유가 없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래전부터 해온 중국과의 상거래를 계속한다는 거다. 신용을 쌓아온 덕에 두 집 살림하면서 소주라도 마시며 스트레스 풀수 있다고 했다. 웃는 그의 모습은 한 없이 선하고 착했다. 100세 노모는 나름 운동도 열심히 하시고, 음식도 챙겨 드시고, 병원에 들러 약도 타다 드신다고 했다. 추석을 지내고 성사장의 추석을 생각했다. 100세 어머니 모시고 아픈 아내 챙기고, 손주들도 돌봤을 성사장의 한가위를 떠올리며 숙연해 졌다.

<죽지 않는 나라>라는 책을 본적이 있다. 고령화 사회라고 한다. 우리는 정말 냉철하게 늙음과 죽음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오래전에 늙으면 가족을 고집하지 말고 요양원에서 전문가의 도움을 받다가 죽는 게 순리라는 글을 썼었다. 그 글을 읽은 나보다 나이가 더 많은 선배들한테 혼이 났던 기억이 새롭다. 혼이 난후 나이가 더 많아져 나를 혼냈던 선배들의 나이가 됐지만 그 때의 생각은 달라지지 않았다.

글을 마치며, “동생도 동생의 삶이 있는데...” 라고 하던 성사장의 선한 모습이 다시 떠오른다. 이기와 욕심과 거짓말이 나라를 뒤흔드는 요즘, 성 사장 남매의 우의를 주님께서 지켜보시리라 믿는다.
추석 한가위를 지낸 성 사장 집안의 오늘과 내일에 평안과 행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