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동 구군청사 부근 도로 확장 공사
공사하면서 배수구 없애고 배수관 설치
당진시, 물난리 나자 뒤늦게 배수관 추가 설치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 읍내동 구군청사 근처 주민들이 물난리로 한숨을 쉬고 있다.

지난 8월 17일과 29일 당진에 시간당 50mm의 폭우가 쏟아졌다. 이 비는 배수관으로 모두 빠지지 못했고 넘쳐난 빗물은 상점을 침범했다. 당시 주민들과 신고로 출동한 공무원들이 모래주머니를 나르는 등 침수피해를 막으려 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음식점을 하고 있는 상점주 A씨는 “주방에서 나와 보니 바닥이 물로 흥건해서 무슨 일인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빗물이 가게로 밀고 들어왔다”며 “지금껏 가게를 해오고 또 아무리 비가 많이 와도 한 번도 침수를 당한 적은 없다. 다 도로공사 탓”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또 다른 옷가게를 운영하는 상점주 B씨도 “가게를 덮친 악취 때문에 물이 빠진 후에도 방향제를 있는 대로 다 꺼내와 놓고 있다”며 “배수관으로 빠져야하는 빗물이 가게를 덮친 건 아무리 봐도 잘못된 도로공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공통으로 물난리의 원인으로 꼽는 도로공사는 지난 4~5월 한 달간 진행된 도로확장공사다. 일방통행이었던 도로구간이 양쪽 방향인 2차선으로 변경되면서부터 비만 오면 물난리가 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라진 배수구...적은 비에도 ‘철렁’

적은 비라도 온다 싶으면 가슴이 철렁거린다는 주민들은 물난리가 난 건 사라진 배수구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본래 일방통행이었던 도로가 양방향 차선으로 바뀌면서 기존에 있던 300mm의 배수구를 없애고 250mm 배수관을 묻었기 때문이다.

반면 당진시는 물난리의 원인에 대해 부실공사 탓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설계도면상 “가게 앞에 위치한 배수구는 필요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난리가 나자 뒤늦게 아스콘으로 덮어놓은 작은 배수구를 개방하는 한편, 태풍 링링의 북상소식에 지난 3일부터 300mm배수관 추가 설치를 하고 있다.

당진시 도로과 도시계획도로팀 이한범 주무관은 “공사설계단계에서 강우량을 미처 예상하지 못하고 배수관을 매설 한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이번 침수피해 원인은 시간당 50mm이상의 비가 집중적으로 내렸기 때문”이라며 “이후 침수피해의 대책으로 배수관을 추가로 매설한 것이다. 잘못된 부실공사로 인해 매설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당진시는 <배수관을 매설한 것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면서도 <부실공사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주민들은 “사라진 배수구로 인해 발생한 침수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배수관을 새로 넣는 것이 어째서 부실공사의 이유가 되지 않는지는 답답할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주민들은 공사 진행과정에서도 불만이 쌓일대로 쌓여있었다.

B씨는 “도로 확장 공사전날 빠른 시일 내에 공사를 마무리하겠다는 일정표하나만 덜렁 던져주고 갔다. 그러고는 다른 상점에 물어보니 3일이면 된다더라, 5일이면, 일주일이면 끝난다더라며 제각각의 공사기간을 다르게 알려주고 한 달을 끌어온 공사였다”라고 설명했다.

물난리가 난 당시 주민들은 공사 관계자에게 ‘설계도면을 보여달라’고 요구했지만 돌아온건 ‘설계도면이 없다’는 황당한 대답뿐이었다.

이한범 주무관은 “설계도면이 없다는 답변은 당시 관계자가 무심코 내뱉은 말인 것 같다. 설계도면은 존재한다”며 “도로공사 중 발생하는 영업이익 손실에 대해서는 법적 기준에 따라 보상을 지원할 수 없지만 침수피해에 대해서는 안전총괄과에서 피해사실을 확인하고 충남도에 재난구호기금을 신청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B씨는 “도로공사가 우리처럼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잘못됐다는 게 뻔한데 아니라고만 얘기하고 공사로 인한 피해보상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으면서 금방 마무리 짓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기만 한다”며 “가장 분통이 터지는 건 주민들의 통행이 불편해 확장했다는 도로공사에서 정작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이 주민들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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