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당진시 부시장

이건호 당진시부시장.
이건호 당진시부시장.

[당진신문=이건호 당진시 부시장]

도계 분쟁, 당진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은 들어봤을 단어이다. 도간 경계에 관한 다툼을 의미하는데, 충청남도와 경기도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아산만(서해대교 중앙 주탑 도계표지판 아래)이 매립되면서부터 시작된 충청남도와 경기도, 당진시와 평택시간 관할경계 다툼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이러한 경계에 관한 다툼은 비단 충청남도와 경기도만의 특별한 일이 아니라 전국의 경계지역에서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일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계다툼이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지를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계지역에 다툼이 발생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해당지역이 경제적으로 가치가 있기 때문이고, 둘째는 경계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국가적 대규모 개발계획, 풍부한 어장 등 경제적 가치의 존재여부는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경계가 불분명하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은 자치단체의 권한이 미치는 공간적인 범위를 의미하며 지방자치권, 주민과 함께 지방자치의 본질적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이렇게 본질적이고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의 관할구역 경계가 명확히 어디인지에 대한 명시적인 법률이 없기 때문에 경계다툼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에는 지방자치단체의 구역은 종전과 같이하고, 이를 변경하는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렇다면 종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종전의 구역이라 함은 지방자치법이 최초 제정된 1948년 8월 15일 당시의 경계가 원천이 되고, 종전의 구역에는 공유수면도 포함되며, 경계는 이를 정한 법이 없기 때문에 불문법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하였다.

이렇게 관할구역 경계에 대한 입법이 미비한 상황에서 평택·당진항 매립지 관할권 분쟁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공유수면 매립지 경계에 관한 최초의 권한쟁의심판 사건이 평택·당진항 매립지 사건이고, 지방자치법이 개정된 이후에 매립지 관할권에 대해 청구된 최초의 권한쟁의 심판사건도 평택·당진항 매립지사건이다.

헌법재판소는 과거 2000헌라2 사건에서 평택·당진항 매립지(개발초기 제방)에 대한 관할구역을 불문법상 존재하는 공유수면의 관할구역 경계에 따라 확인하면서, 공유수면이 자치단체의 관할구역에 포함되는지, 공유수면의 경계는 어떻게 확인하는지, 공유수면이 매립된 경우의 경계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첫 판단을 하였다. 이후 평택·당진항과 유사한 매립지 관할구역 분쟁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줄을 이었고 헌법재판소는 유사한 판단으로 분쟁을 해결해 왔다.

그러던 중 2009년 지방자치법이 개정되었다. 주요내용은 공유수면매립지의 귀속 자치단체는 행정안전부 장관이 결정하고, 이 결정에 불복하는 경우 대법원에서 소송을 통해 다투라는 것이다.
지방자치법이 개정되는 과정은 물론 개정 이후에도 평택·당진항은 계속 개발되고 있었고, 행정안전부에서는 2015년 5월 4일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매립지를 기존 헌법재판소에서 확인한 경계를 고려하지 않고 충청남도(당진시, 아산시)의 관할구역 안의 매립지 중 일부를 평택시로 귀속하는 결정을 하였다.

결정 이후, 충청남도와 당진시, 아산시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결정에 불복하면서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헌법재판소에도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였다.

현재 두 곳 모두 재판이 4년이 넘게 진행 중이고,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앞에는 충남도계 및 당진땅 수호 범시민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당진시민들께서 결정을 취소하여 달라는 피켓(1,110일)을 들고 계시며, 버스터미널 광장에서는 촛불(1,513일)을 밝히고 계신다.

재판진행 상황을 보면, 2016년 10월 13일 헌법재판소에서 대법원보다 먼저 첫 변론을 개최하였다. 당시 중요쟁점은 지방자치법이 개정이후에도 이러한 사건이 여전히 권한쟁의 심판대상이 되는 지였다. 하지만 첫 변론이후 특별한 재판진행은 없었고, 다음달 9월 17일 3년 만에 두 번째 변론이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우리 사건과 유사사건(대법원, 헌법재판소 동시 소송)인 새만금, 송도매립지 사건은 아직 변론이 개최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으로 볼 때, 지방자치법 개정 이후 최초 매립지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인 평택·당진항 매립지 사건에 대한 최종판결이 있은 후에야 유사 사건들이 순차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처럼 평택·당진항 사건은 자치단체의 관할구역 분쟁의 역사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완벽하지 않은 법체계 속에서 평택·당진항 사건을 통해 지방자치단체의 관할구역이 가지는 의미를 처음으로 제시해 유사한 분쟁을 20여 년 간 해결해 주었다.

이번에도 헌법재판소가 평택·당진항 사건을 통해 지방자치권이 존중받는 헌법차원의 올바른 방향을 제시해 억울함 없이 이러한 분쟁상황을 현명히 해결하고 완벽한 법이 만들어지기까지 발생 가능한 불필요한 분쟁을 예방하여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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