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산을 사랑하는 앗숨산악회 회원들과 고광인 씨(왼쪽에서 4번째)
산을 사랑하는 앗숨산악회 회원들과 고광인 씨(왼쪽에서 4번째)

고광인 씨(64)는 산을 좋아한다. 마음 깊은 곳을 정화해주는 산을 오르다보면 정신도 마음도 함께 맑아져 좋다는 그에게는 스스로에게는 쉽지만 누구나 꾸준히 하기는 힘든 습관이 몸에 뱄다. 바로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다니는 것이다.

광인 씨는 당진산악회의 창단멤버로 전국의 유명산을 12년간 올랐다. 안 가본 산이 없다는 그는 요즘은 당진의 근방으로 등산을 나선다. 젊었던 날은 매주 등산을 나섰지만 요즘은 한 달에 한 번씩 나선다. 그가 이번 달에 등산한 곳은 홍성의 용봉산이다.

“당진산악회를 하면서 전국에 안 가본 산이 없어요. 유명하다는 산은 다 갔으니까. 요즘은 성당사람들과 만든 앗숨산악회 회원 5명이서 매달 한 번씩 인근에 산을 다녀요. 당진으로는 아미산을 주로 가고, 음섬이나 예산 쪽으로도 가고요”

그가 등산로 쓰레기를 줍기 시작한건 20년도 더됐다. 당진산악회 활동 전에는 개인적으로 산을 다니며 주웠고 산악회에 들어와서는 몸에 밴 습관이라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한번 산에 가면 10L 정도의 쓰레기봉투에 쓰레기를 담아오는 그는 아내가 쓰레기를 가져온다고 싫어할까 봐 아내 몰래 차에 싣고 와서 음료수병과 깡통 등을 분리수거한다.

“이게 몸에 밴 습관이 참 어쩔 수 없나 봐요. 길거리를 걷다가 쓰레기가 보이면 주워다가 쓰레기통에 버리고요. 어머니를 닮아서 지저분한 걸 못 보나 봐요”

광인 씨의 어머니는 96세의 나이로 10년 전 별세했다. 어머니는 항상 당진의 공공화장실을 청소하시던 분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지만 모두가 사용하는 공간이 깨끗하길 바랐다는 어머니는 궂은일을 마다않는 분이었고 정이 많아 동네에 남루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밥을 챙기기도 했다.

고광인 씨
고광인 씨

“어머니에 비하면 저는 한참 모자라죠. 등산로에 버려진 쓰레기만 줍는 거니까 그렇게 많지도 않고요. 제가 산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이용하는 등산로가 조금이나마 깨끗했으면 하니까요”

광인 씨의 선행은 지역 결손가정 아이들에게도 전해지고 있다. 광인 씨가 만든 한울타리장학회는 매달 어려운 환경에서 학업을 이어가는 초·중·고·대학생 12명에게 소정의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7명으로 시작한 한울타리장학회는 매달 회원들의 회비를 모아 장학금을 마련하고 현재는 50명이상의 회원들이 좋은 일에 동참하고 있다.

“지인들을 중심으로 7명이서 처음 장학회를 시작했죠. 제가 국수공장을 하고 있거든요. 그래도 사업을 하고 있으니까 어려운 환경의 아이들을 조금은 도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시작했어요. 지금은 회원들이 많이 늘어나서 너무 고맙고요. 한번은 장학금을 받으면서 자란 한 아이가 어엿한 대학생이 되어서 이제는 성인이니까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벌수 있다고 장학금 지원을 양보했을 때는 정말 뿌듯하더라고요”     

산을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했다는 그의 습관이 봉사가 됐다고 설명하는 광인 씨는 건강할 때까지는 깨끗한 산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어려운 이웃을 살피는 일을 앞으로도 계속해나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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