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샘 호천웅

솔샘 호천웅
솔샘 호천웅

[당진신문=호천웅]

아홉 살 소녀가
공원 뒷산에 오르더니 깊게 숨을 마시고는
“ 아! 좋다.” 라고 감탄합니다.

그리고 좁은 산길을 더 오르다가
앞에 선 나무줄기의 껍질 무늬를 보고는
“ 아! 예쁘다.” 고 좋아합니다.

그리고 껍질 무늬가 예쁜 이 나무는 내 나무고...
그 옆에 작은 나무는 동생 나무랍니다.

그리고, 그리고...
동생 나무 뒤에 있는 예쁜 나무는 엄마 나무고...
그 옆에 있는 큰 나무는 아빠 나무랍니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리고...
저 뒤에는 할머니 나무랑, 할아버지 나무가 있답니다.

잠간 생각하더니 길 반대쪽을 가리킵니다.
저 큰 나무는 이모 나무고
저 멋진 나무는 이모부 나무랍니다.

그리고는 종알거립니다.
“니들은 참 좋겠다. 가족들이 모여 사니...”

아홉 살 소녀는 아프리카에서 온 외손녀딸입니다.
그들 가족은 방학을 맞아 한 달여를 한국서 지내고
비행기 타고 어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내 가슴에는 큰 구멍이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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