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들의 반란, 당진 신평중 축구부 감동의 ‘준우승’
촌놈들의 반란, 당진 신평중 축구부 감동의 ‘준우승’
  • 최효진 기자
  • 승인 2019.08.10 06:00
  • 호수 126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극적으로 16강 오른 신평중, 준결승에서 풍생중에게 2:1 역전승
“8강, 4강 경기 모두 감동 그 자체...선수들 고생 생각하니 눈물 나”

“지난 1월 고흥에서 경기 풍생중에게 8대 0으로 졌어요. 예선 첫 경기에서도 2대 0으로 졌습니다. 우승후보로 분류되는 강팀인 풍생중을 준결승에서 다시 만나게 된 거에요. 준결승에서도 결국 선제골을 먼저 내줬습니다. 선수들의 체력도 다 떨어져 있어서 여기까지인가 했죠. 그런데 우리 선수들이 3분 만에 2골을 몰아쳤죠. 역전을 만들고 남아 있던 추가시간까지 15분의 남은 시간이 15년처럼 느껴졌습니다”

어린 선수들의 지난 경기를 복기하면서 남기설 감독은 지금도 소름이 돋는다고 말했다. 예선 첫 경기부터 마지막 결승전까지 모든 경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신평중학교는 결국 마지막 결승까지 올랐다.

당진 신평면에 위치한 신평중학교(교장 최창엽) 축구부가 ‘2019년 오룡기 전국중등축구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는 지난 달 20일부터 12일간 천안에서 개최됐다. 전국대회 명성에 걸맞게 40개 팀이 대회에 참여했다.

신평중학교는 이번 대회에 참여한 40개팀 중 단 4팀뿐인 면단위 학교 축구부다. 예선을 거쳐 같은 면단위 학교인 고창북중이 함께 16강에 올랐다. 고창북중은 16강에서 행보를 멈췄지만 신평중학교는 결승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일궈냈다.

신평중 남기설 감독은 “시골 면단위 학교에서 축구부를 운영하는 것이 쉽지는 않습니다. 학부모님들의 헌신뿐만 아니라 당진교육지원청 그리고 지역의 기업인 당진화력본부의 지원으로 축구팀을 꾸리고는 있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비하면 어려운 형편이에요”라고 말했다.

축구부 운영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 선수 수급이다. 특히 시골학교의 경우 더욱 그렇다. 뛰어난 선수는 고사하고, 매년 12명 정도의 선수가 입학을 해 줘야 하는데 그것마저 채우기도 쉽지 않다. 이번에 준우승을 차지한 3학년 학생들도 처음에는 7명이 입학했다가 중간에 전학을 온 선수들 덕분에 13명이 됐다.

체격, 체력, 기술 모든 부분에서 정상급 팀들에 비해 조금은 부족한 개인 역량을 감독, 코치, 그리고 선수들 모두가 하나가 돼 7개월 동안 힘든 훈련을 통해 좋은 성적을 만들었다. 힘들었지만 감독과 코치에 대한 신뢰가 큰 힘이 됐다.

공격수인 김수범 선수는 “감독님이 훈련을 잘 견디면 4강에 들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해주셨어요. 그 말만 믿고 훈련에 임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열심히 훈련에 임했지만 워낙 강팀이 많은 전국대회이니만큼 예선부터 한 경기 한 경기가 살얼음판이었다. 예선 조별 리그 첫 경기에서 우승 후보 풍생중을 만나 2대0으로 패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두 번째로 치룬 금천축구센터와의 경기부터 부상으로 뛰지 못했던 중앙수비수 장동혁 선수가 돌아오면서 수비가 안정됐다. 비기기만 해도 탈락하는 예선 마지막 경기인 서울 보인중과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만들어내고 16강 토너먼트에 올랐다.

주장인 홍준서 선수는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였어요. 제가 골을 넣은 것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리 팀 수비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상대팀의 마지막 총공세를 잘 막아내서예요”라고 말했다.

토너먼트 역시 피 말리는 승부를 계속됐다. 승부차기에서 4:3으로 이긴 8강 시흥시민축구단U-15와의 경기 역시 마지막 순간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들었다. 골키퍼인 이서준 선수는 5번의 상대방 킥 방향을 모두 맞췄다. 그 중 두 개를 막아냈다.

경기 풍생중과의 준결승 4강 경기를 잊을 수 없는 경기로 만들어내고 결승에 올라간 신평중학교 축구부는 대성중에게 지긴 했지만 역사적인 전국대회 준우승을 만들어냈다.

8강과 4강 경기를 응원한 최창엽 교장은 “경기들이 모두 감동 그 자체였다. 간절함을 갖고 뛰는 학생들의 모습에 반했고, 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을지를 생각하니 눈물이 났다”고 전했다.

남기설 감독은 “토너먼트에 올라오는 과정에서 우리 선수들이 스스로 자부심을 갖고 당당해지는 눈빛을 봤다. 이번 대회에서 뭔가 큰 사건을 일으킬 수 있다고 확신했다”면서 “무엇보다 훈련이 힘들었던 아이들에게 4강이라는 약속을 지켜서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