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해지는 청소년 온라인 도박 실태
사채까지 손대는 청소년들...빚 더미에 앉기까지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지방 소도시인 당진에서도 심각한 수준으로 파고들고 있다. 특히 청소년 온라인 도박은 청소년 간의 고금리 사채 시장까지 형성되고 있어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인 A군의 경우 이미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온라인 도박을 시작했다. 최고로 많이 땄을 때는 사다리라는 게임으로 100만원까지 따보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은 돈을 다 잃고 마는 도박의 본질을 피할 수는 없었다.

돈을 잃은 청소년들은 청소년간 대부까지 손을 댄다. A군도 마찬가지였다. 돈을 빌려 온라인 도박을 계속했고, 빚더미에 앉았다. 350만원을 빌린 돈이 불과 한 달 사이 이자까지 470만원을 넘겨 버렸다.

A군에 따르면 친구들 사이의 금전거래에서 이자가 발생하지는 않지만 선배들의 경우 전문적으로 제법 목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요구한다. 이자는 빌려주는 사람 마음이다. 10만원 빌려주고 며칠 만에 20만원을 받아가기도 하고, 150만원을 15일 동안 빌려주고 200만원을 받아가는 경우도 있다.

A군은 “친구 중 하나는 돈을 빌린 선배한테 끌려가서 돈을 안 갚는다고 맞기도 했다”고 말했다. 돈을 갚을 방법을 찾지 못해 고민에 빠져 있던 A군 역시 결국 부모님에게 사실을 고백하게 됐고 부모님이 나선 후에야 금전 문제는 해결이 됐다.

도박 호객까지 하는 아이들...“결국 다 잃는다”
학교 밖 청소년인 B군은 중학교 2학년 때 선배들이 알려줘서 온라인 도박에 빠졌다. 사이트 자체가 불법인 것을 처음부터 알았지만 불법 스포츠 배팅부터 사다리, 파워볼까지 다 해 봤다.

이후 온라인도박업자들은 미성년자인 B군에게 도박사이트의 운영에도 일부 참여시켰다. 처음에는 단순한 환전과 송금으로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회원 관리도 맡겼다. 맡은 회원은 지역 학생들이었다. B군은 오픈 채팅방에서 소위 돈을 딸 수 있는 곳을 집어주는 ‘픽’을 해주며 회원들을 관리했다.

B군은 “도박을 해서 한 두 번은 딸 수도 있다. 하지만 하다보면 결국은 돈을 다 잃고 만다. 도박을 하는 애들은 멈출 줄을 알아야 하는데 멈추지를 못한다. 그런 애들 때문에 돈을 벌 수 있으니 온라인 도박은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도박에 깊숙이 관여했던 B군은 결국 학교를 그만뒀고 지금은 새로운 인생을 준비 중이다.

높아져 가는 청소년 도박 문제의 심각성
학부모 C씨의 아들은 당진 시내 고등학교 2학년생이다. 평소 밝고 명랑하지만 겁도 많고 순진한 성격의 아들이 온라인 도박을 할 줄은 생각도 못했다. 어느 날 C씨는 아들의 통장 목록을 통해 도박 사실을 확인했고, 아들이 그 동안 별 죄의식 없이 온라인 도박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청소년들의 온라인 도박 실태는 심각하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2018년 8~10월까지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평생 한 번 이라도 돈내기 게임을 경험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47.8%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보다 5.7%p 증가했다. 특히 온라인 도박은 기타 돈내기 게임보다 소비시간은 2배 이상 높고, 사용 금액은 7~12배까지 높아 심각성이 더 하다.

2018년 실태조사 결과 청소년 도박문제 위험집단 비율은 2015년 5.1%보다 1.3%p 증가한 6.4%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는 도박문제 위험성이 높은 문제군은 2015년 1.1%p에서 2018년 1.5%p로, 문제수준으로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위험군은 2015년 4%p에서 2018년 4.9%p로 증가했다.

특히 충남의 경우 위험군은 7.1%p로 광역지자체 중 상위 다섯 번째 수준이고 문제군은 3.1%p로 두 번째로 높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는 우리나라 청소년의 약 14만 5천 명이 도박문제 위험집단(문제군 약 3만 4천 명, 위험군 약 11만 1천 명)으로 추정했다.

C씨는 “아들에게 들으면 아이들이 명품을 입고 싶어서 쉽게 도박을 빠진다고 한다. 다른 요식업에 종사하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몇 년 전부터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겠다는 고등학생도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게 온라인 도박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학생들 스스로도 자신들 사이 도박 심각성에 대해 조금씩 자각하고 있다.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학생들은 58.7%가 심각한 상황으로 바라봤다.

뚜렷한 대책 못 찾는 어른들
이렇듯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며 피해가 늘어나고 있지만, 뚜렷한 단속이나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당진 시내권의 교사들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이 휴대폰을 사용해서 하는 것이라 온라인 도박 자체를 단속하기는 쉽지 않다. 특히, 문제가 표면화 되어야 하는데 의외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예방교육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당진 경찰 역시 조사에 착수할만한 뚜렷한 신고 내용이 없다는 점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 더욱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할 수 있는 온라인 도박 사이트의 단속 역시 경찰서 차원의 인력으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대전센터 이승희 예방홍보팀장은 “청소년 온라인 도박이 본격적으로 퍼지기 시작한 것은 몇 년 전부터다. 청소년들은 온라인 도박이 불법이라는 인식이 약해 빠르게 확산됐다”면서 “도박은 불법성과 중독성이라는 양면적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다. 가정이나 교육 현장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사회의 도박, 사채, 폭력 등의 문제가 고스란히 투영되어 드러난 청소년 온라인 도박 중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교육 현장의 보다 깊이 있는 관찰과 예방 교육이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청소년 도박을 포함한 도박문제 해결을 위한 상담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국번없이 1336으로 24시간 가능하다. 대전센터는 학교와 학부모 교육 등의 방문 상담 등도 진행하며 연락처는 042)867-0075 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통화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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