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부터 시작한 반찬 만들기, 봉애씨 손 거쳐 결식가정에 전달
어느 어르신에게는 1주일치 반찬되기도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사람 사이에 가장 가까워지고 행복해지는 방법은 음식뿐이잖아요”

이봉애 씨(63)의 목요일 아침은 반찬준비로 분주하다. 봉애 씨는 매주 수요일 아침이면 오래 알고 지낸 가게로 장을 보러간다. 일주일에 한번 목요일 8시 20분까지 교회식당으로 출근해 배달된 재료를 다듬고 자원봉사자들과 반찬을 만든다. 3년 전부터 시작한 반찬 만들기는 봉애 씨의 손을 거쳐 결식가정에게 전해진다.    

경남 거창에서 남편의 직장 따라 당진으로 터전을 옮겨와 24년을 당진에서 살았다. 15년 전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고 당진 살이를 접고 고향으로 돌아가자 마음먹었지만 서울로 학교를 다니는 딸들이 있어 졸업하면 떠나자 미뤘던 것이 벌써 15년이 흘렀다.

“고향에서는 언니, 오빠가 계속 돌아오라고, 늙어서 좋은 건 형제지간뿐이라 하지만 당진에 딸들이 손주들이랑 살고 있기도 하고, 이제는 여가 더 편해요”

이봉애 씨가 제일 자신 있는 음식은 김치. 당진에서 24년을 살았지만 반찬도 대부분 경상도식으로 밖에 만들지 못한다는 그녀는 사실 결식가정의 입맛에 안 맞을지도 모르겠다며 웃었다. 봉애 씨가 아침나절동안 반찬을 만들어 도시락에 담으면 북부사회복지관에서 가정으로 배달한다. 땀에 흠뻑 젖는 오전을 보내고 나면 봉애 씨는 봉사로 시작한 일이지만 스스로가 도움을 받는 기분이다. 

“남편을 그렇게 보내고 홀로 살아온 시간이 어떻게 쉬울 수 있겠어요. 그렇게 찾아간 교회에서 결식가정을 돕는 봉사자를 찾고 있다고 하니까 안 나설 수가 있어요? 원래도 음식 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어려운 분들을 돕는 좋은 일에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삶의 이유를 찾는 기분이었어요”

봉애 씨의 반찬이 어느 어르신에게는 1주일동안의 반찬이 된다는 말에 봉애 씨는 어쩔 수 없이 계속 반찬을 만들어야한다는 숙명을 받은 기분이라고 했다. 봉애 씨가 손 글씨로 적어놓은 7월 식단에는 북어국, 감자조림, 오이무침, 꽈리고추무침, 콩나물무침, 호박볶음, 제육볶음, 열무김치 등이다. 봉애 씨는 3년이 넘도록 스스로 식단을 짜고 장을 본다.

“우리 엄마는 내가 결혼도 전에 돌아가시고 우리 아부지는 결혼 3년 만에 돌아가셨어요. 제가 만든 반찬을 대부분 홀로 지내시는 어르신들이 드신다고 하니까 엄마 아부지 생각이 나더라고요. 우리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으로 음식을 장만해요. 그러면 힘든 지도 모르겠고요”

사실 봉애 씨는 허리가 안 좋아 병원을 찾았다가 무리해서 움직이지 말라는 의사의 소견을 받았다. 수술을 해도 여러 번은 했어야 했다는 아픈 허리를 돈이 아까워 참고 살기로 마음먹었던 봉애 씨는 가끔 허리 통증이 심할 때면 복대를 허리에 감고 식당으로 나선다.

“의사선생님이 그러더라구요. 이렇게 생활하는 게 신기할 정도라고요. 이렇게는 더 생활하지 못할거라고요. 그래도 지금까지 참아 와서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아요. 또 반찬 만드는데 집중하다보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팠던 것도 싹 없다니까요?”

반찬을 만들 때면 자신의 본 모습과 마주하는 기분이라는 봉애 씨가 서른 가정의 어르신들에게 전달하는 반찬 도시락은 그냥 반찬이 아니다.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이자 이웃사람들과 함께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살이’기도 하다.    

“음식뿐이잖아요. 사람이 사람사이에서 가장 가까워지고 행복해지는 방법이요. 이웃들과 같이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고 그러면 정을 쌓을 수 있잖아요. 당진에서 사는 날까지는 계속 반찬을 만들어야죠. 제 반찬으로 어르신들이 조금이나마 기쁘고 맛있는 한 끼를 드셨으면 좋겠어요”

저작권자 © 당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