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제철의 대기오염 문제가 당진뿐만 아니라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관련된 소식들이 4월과 5월 연달아 전해지면서 지역민들조차도 관련 문제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역 경제의 가장 큰 축의 하나인 현대제철에서 발생한 환경 문제를 정리했다.


현대제철의 환경 문제 서막은 지난 4월 1일 열렸다. 이 날 환경부는 ‘굴뚝 자동측정기기(이하 TMS)’가 부착된 전국 626개 사업장의 2018년도 대기오염물질 연간 배출량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자료에 따르면 2018년도 현대제철(현대그린파워발전소 포함)에서 발생한 대기오염물질은 총 24,031톤으로 전국 1위 배출사업장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7년도 21,433톤보다 2,598톤 늘어난 양이다. 같은 기간 당진화력은 2,550톤을 줄이면서 전국적인 미세먼지 줄이기 분위기에 동참했던 것을 생각하면 의아한 결과였다.

환경부의 발표가 나오자 현대제철은 재빠르게 자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도자료를 발표하고 “설비 증설과 합병을 통한 외형확대로 2013년 1만1,230톤이었던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또한 2018년 2만3,292톤으로 증가했다”면서 “기업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세먼지가 국가적 관심사라는 점을 인지하고 환경개선 설비투자를 통해 2021년까지 배출량을 2018년 대비 50% 이하로 감축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은 약 3주 후 거짓해명 논란으로 번진다.

현대제철 시안화수소 배출 미신고 지적
감사원이 4월 17일 공개한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한겨레가 현대제철이 시안화수소 배출 사실을 숨겼었다는 사실을 같은 달 23일 가장 먼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지난 2017년 2월 20일 자가 측정 결과 시안화수소가 3지점(3고로 열풍로, 후판 가열로, 철근공장가열로)에서 검출됐다. 20일 검사 결과 3고로 열풍로는 기준치(3ppm)의 5.7배가 넘는 17.345ppm이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현대제철은 이를 제대로 신고하지 않았고 2017년 6월 12일 충남도에 2월 20일 측정 자료 중 불검출 자료만 첨부해 제출했다는 점이다. 대기환경보전법 23조 등에 의하면 배출시설에서 허가받은 오염물질 외의 새로운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 것을 확인한 경우에는 그 배출이 확인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시·도지사에게 변경신고를 하도록 되어 있다.

감사원이 환경부에 지시해 2018년 10월 1일부터 8일까지 현대제철을 방문해 4개 배출구에 대해 오염도 검사를 실시하자, 현대제철은 A 업체를 통해 10일 측정을 다시 실시하도록 해 결국 2018년 10월 12일 충남도에 시안화수소 배출을 신고했다.

감사원은 “현대제철은 감사 기간 중 감사원이 해당 배출시설에서 시안화수소가 배출되는 정확한 원인과 방지시설 설치 외에 공정개선 등을 통하여 시안화수소가 항상 배출허용기준 이하로 배출된다는 것 등을 객관적으로 입증하도록 요구한데 대하여 소명하지 못했다”면서 “여전히 해당 배출시설에서 시안화수소가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충남도 역시 감사원의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

감사원이 시안화수소 검출 사실을 통보하자 충남도는 대기환경보전법 중 제23조 2항과 3항의 ‘변경신고 의무’ 미이행을 이유로 같은 법 94조에 의해 6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문제는 시안화수소의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할 우려가 높은 3고로 열풍로 등에 대한 개선명령이다. 시안화수소의 지속 배출 가능성에 대해 충남도는 “충청남도보건환경연구원으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오염도 검사를 실시하도록 하여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입증되면 방지시설 설치 등 행정처분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감사원은 △자가측정 결과 미허가 오염물질이 허용기준이상 초과 검출됐다면 우려 배출시설로 판단돼 행정처분이 가능하다는 환경부의 유권해석 △대행업체가 국립환경과학원의 적격업체로 인정을 받았다는 점 △현대제철의 2017년 6월과 2018년 10월 변경신고 시 대행업체의 기록을 받아들였으면서도 시안화수소가 초과 검출된 특정시점 기록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 등을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충남도에 대해 “시안화수소의 배출허용기준 초과 사유 및 그 이후 농도가 낮아진 사유를 조사해 시안화수소가 배출허용기준(3ppm)을 초과할 우려가 명확히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대기환경보전법’ 제26조 제2항에 따른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아니하고 배출시설을 운영하고 있을 경우 같은 법 제36조 제4호, 제89조 제2호에 따라 조업정지 등 행정처분 및 고발을 하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통보했다.

저감장치 고장난 채 5년째 가동한 현대제철 그리고 ‘자발적 감축쇼’ 논란
한겨레는 2018년 4월 23일 현대제철의 시안화수소 배출미신고 문제를 보도한 이후 그 다음 주 월요일인 29일 다시 한 번 “현대제철이 미세먼지 저감장치가 고장난 채로 5년째 가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 우원식 의원실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른 당시 보도는 시안화수소에 이어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다시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제철소에서 98%를 넘는 오염물질 배출이 이루어지는  소결로 3기의 저감장치 중 황산화물과 질산화물 저감장치인 ‘활성탄 흡착시설’의 고장으로 인해 이미 2014년 9월부터 개선계획서를 충남도에 제출했다.

하지만 고장이 시작된 2014년부터 약 5년 동안 현대제철은 저감시설의 고장 사실을 충남도에만 통보하고 공개하지 않았다. 충남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본격적인 고장 직전인 2013년에 비해 2018년 현대제철의 오염물질 배출량은 2배 이상이 늘어났다.

결국 현대제철은 2016년 말 내부적으로 시설 교체를 결정했다. 그리고 충남도와 2017년 2월 ‘자발적인 감축협약’을 체결한다. 고장으로 인해 운영자체가 어려운 설비를 교체하면서 자발적인 대기오염물질 감축 의지로 인해 시행하는 것처럼 비춰졌다. 충남도 역시 고장 사실을 모두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일반 시민은 물론 감축협약에 참여했던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분노를 표출했다.

더욱이 이 사실이 공개되기 직전 현대제철은 홈페이지에 보도자료까지 발표하며 저감시설 고장은 숨기고 생산설비 증설로 설명했다. 충남도와 현대제철 모두 국민을 속였다는 사실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현대제철 대기오염 당진대책위는 현재 충남도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7월 초순부터 최근 가동을 시작한 1, 2 소결로 저감시설에 대해 지역 주민, 시민사회단체 등을 불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고로 브리더 임의개방 그리고 조업정지
현대제철의 환경문제는 연이어 터진 4월의 보도로 끝나지 않았다. 5월 2일 당진신문은 현대제철 고로에 설치된 일종의 비상밸브인 브리더 임의 개방 사실을 보도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이 4월 11일 확인한 브리더 임의개방은 보도 당일 실시되고 있던 충남도의 현장점검단으로부터도 적발됐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본지에서 최초로 보도했던 것.

브리더 임의개방은 충남도가 현대제철에게 내린 ‘10일간의 조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의 이유가 됐다. 브리더는 비상상황에서 폭발의 위험이 있을 때 자동으로 개방되도록 설계된 시설로 오염물질 저감 장치가 없다. 하지만 현대제철뿐만 아니라 제철소는 고로 정비 과정 중 하나인 휴풍 시 이를 임의로 개방해 대기오염물질을 여과 없이 배출해 왔다.

충남도는 5월 2일 적발 후 같은 달 30일 현대제철에 대해서 조업정지라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현대제철은 6월 7일 행정처분 취소를 구하는 행정심판을 청구하면서 집행정지 처분도 신청했고 중앙행심위는 7월 9일 우선 집행정지를 받아들였다.

분노한 지역민들, 대책위 꾸리며 대응
현대제철 환경 문제로 인해 4월부터 여러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은 분노했다.

우선 지난 5월 2일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환경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난 현대제철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같은 달 21일 대책위 출범을 공식적으로 알리면서 현대제철을 고발했다. 뿐만 아니라 매주 대시민 선전전을 진행했다. 여기에 환경 문제에서 가장 원칙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학부모들이 지난 7월 12일 ‘당진 대기오염 엄마감시단(준)’까지 출범시켰다.

현대제철은 환경 문제 발생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나섰다. 지난 6월 11일 양승조 도지사, 김홍장 당진시장과 시의회, 그리고 시민단체까지 직접 공개 사과문을 전달한 현대제철은 사과문을 통해 “이 같은 상황을 초래하게 된 점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으며, 상황이 이처럼 악화될 때까지 지자체는 물론 지역의 여러 단체들과 소통이 부족했던 점도 이 기회를 통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현대제철 입장에서 똑같은 브리더 임의개방 문제로 행정처분 위기에 처해 있는 포스코와는 다르게 적극적으로 사과에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중앙의 한 보수언론지에서는 단독으로 사과를 하고 나선 현대제철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소결로 저감시설 개선 상황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설명하고 나서며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현대제철의 고로 브리더 문제는 법적 분쟁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환경부는 고로 브리더 임의개방의 대안이 있는지 TF를 구성해 찾고 있다. 내년 9월경이면 마지막 남은 3소결로의 탈황, 탈질 시설 역시 교체가 마무리된다.

하지만 현대제철은 시민의 대표인 김홍장 당진시장의 정의선 부회장 면담 요구는 거절했다. 지역의 상처가 아물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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