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 모뽀리단 이야기] 천방지축 아이들의 특별한 방과수업, 남사복어린이합창단
[당진 모뽀리단 이야기] 천방지축 아이들의 특별한 방과수업, 남사복어린이합창단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7.13 06:00
  • 호수 126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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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신문=배길령 기자] 당진에 있는 합창단을 알고 있나요?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는 모뽀리, ‘모뽀리’는 우리말로 ‘합창’이라는 뜻이에요.  당진에서 노래하는 합창단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만나러 가볼까요?

적은 인원이지만 한시도 가만있지 않아 겨우 평범하게 찍은 합창단 단체 사진.
적은 인원이지만 한시도 가만있지 않아 겨우 평범하게 찍은 합창단 단체 사진.

시끌벅적, 야단법석, 천방지축, 뒤죽박죽 합창단이 있다. 우렁찬 연습실에는 열댓 명의 아이들이 모여 저마다 알 수 없는 자세로 노래를 부르고 뛰어다니고 선생님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눈빛들에서 오랜만에 장난꾸러기들을 제대로 만났다.

“죄송해요. 아이들이 집중력이 좋을 때도 있는데 아이들이다보니까...”

난색을 표하는 이윤수 선생님이 바로 남사복어린이합창단의 합창선생님이다. 우강면에 위치한 작은 복지관에서 운영하다보니 인력도 부족해 이윤수 선생님은 지휘와 반주까지 덩달아 맡았다.

남사복어린이합창단은 합덕, 우강, 합도 초등생의 방과 후 수업으로 만들어진 합창반이다. 남부사회복지관어린이합창단을 줄여서 ‘남사복어린이합창단’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15명의 단원들이 합창단의 전부이지만 워낙 개성이 뚜렷한 단원들이다보니 연습실은 아이들의 우렁찬 목소리로 꽉 찬다.

합창을 하면 어떤 기분이냐는 물음에 남사복합창단의 김효진 학생(우강초 2, 여)은 독특한 답변을 내어 놓는다.

“목이 아파요. 노래를 너무 불러서. 그만하고 싶어요. 쉬는 시간이 제일 좋아요!”

이윤수 선생님과 이영설 복지사의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합창교실은 사실 올해 3월에 탄생한 갓난쟁이 합창단으로 복지관에서 운영되는 ‘꿈꾸는 다락방’ 사업으로 만들어졌다. 방과 후 맞벌이 가정 및 저소득 가정, 결손 가정의 자녀를 지역자원에 연계해 보호하고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꿈꾸는 다락방이다.

이영설 복지사는 “우강에는 따로 지역아동센터가 없어서 꿈꾸는 다락방사업이 운영되고 있어요. 작년에는 축구나 스포츠 쪽으로 활동적인 수업을 했고요. 올해는 음악 쪽으로 프로그램을 짜봤어요. 때마침 이윤수 테너선생님이 우강에 살고 계셔서 합창수업을 부탁드렸죠. 처음에는 지금보다 더 소란스러웠어요”라고 웃었다.

이윤수 선생님과 연습하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원들.
이윤수 선생님과 연습하고 있는 어린이 합창단원들.

이윤수 선생님은 “사실 당진에서 특히 남부 쪽은 문화면에서 많이 열악하거든요. 집에 우리아이들도 3살, 5살이라서 자라면 우강에서도 시내권에 있는 합창단처럼 아이들이 음악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근데 아무래도 우리 합창단 아이들과 음악이 더 친해지기 위해서는 제가 아직은 더 노력해야하는 단계인거 같아요”라고 말했다.

동상이몽인지 모를 합창연습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4시 40분부터 1시간동안 당진남부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다. 개구쟁이에다가 갓난쟁이 합창단이지만 며칠 전 남사복어린이합창단은 제3회 청소년합창제에도 참가했다.

이 선생님은 합창제무대에 대해 “정말 대단한 거였어요. 노래 2곡을 외워서 무대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박수 받을 만큼 대견한 일이거든요. 우리 합창단은 파트별로 나눠서 합창을 하기는 아무래도 어려워서 그냥 다 같이 큰 목소리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자가 이번 공연의 목표였거든요. 아이들이 떨어서 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공연을 잘해내줘서 정말 고맙고 또 뿌듯하고 대견했어요”라고 흐뭇하게 설명했다.
  
이윤수 선생님의 감동적인 첫무대 설명에 합창 단원의 또 다른 엉뚱한 답이 불쑥 튀어나왔다.

우강초 5학년인 고나연 학생은 “무대에 서는 건 하나도 안 떨렸어요. 무대에 서는 게 좋거든요! 그리고 학교에서도 매일 발표하니까, 무대에 서는 건 무섭지도 떨리지도 않았어요. 노래를 마치고 관객들에게 박수를 받을 때는 기분이 많이 좋긴 했지만요”

핑퐁핑퐁 탁구를 치는 것처럼 이윤수 선생님과 아이들의 같은 공간 다른 생각들이 재밌는 남사복어린이합창단에서 유일한 접점을 발견했다. 합창단원들이 입 모아 말하는 선생님과 무대에 대한 이야기다.

인터뷰에 응해준 고나연 학생(위쪽)과 김효진 학생(아래쪽)
인터뷰에 응해준 고나연 학생(위쪽)과 김효진 학생(아래쪽)

“이윤수 선생님은 친절하고요. 노래를 엄청 잘 하시고요. 화를 잘 안내서 무섭지 않고요. 또 무대에 설 때가 가장 좋아요! 연습은 조금 재미없지만 마음에 드는 노래를 부를 때는 또 기분이 좋아요!”라고 너도나도 대답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나이차는 있지만 다함께 노는 게 익숙한 합창단 아이들은 연습시간이 끝나자 간식과 함께 부리나케 달아났다.

이윤수 선생님은 숨을 돌리며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정말 저런 ‘투명한’ 아이들이 또 있을까요? 무대에 서는 게 가장 좋다고 하니까 앞으로도 많은 공연을 계획해야겠어요”라고 전했다.    

남사복어린이합창단은 지역 내 요양원과 노인복지관에서 연말 공연을 준비하고 있으며 복지관에서 진행되는 발표회를 목표로 연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