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차별 해결의 시작은 ‘양질의 일자리’
여성 차별 해결의 시작은 ‘양질의 일자리’
  • 최효진 기자
  • 승인 2019.07.04 09:24
  • 호수 1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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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진어울림여성회,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 개최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당진의 여성들은 지역의 성평등 지수가 낮은 원인으로 ‘안정적인 여성맞춤형 일자리 부족’을 가장 큰 이유로 지목했다.

3일 열린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 모습
3일 열린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 모습

당진어울림여성회(회장 오윤희)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당진시와 함께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를 3일 설악웨딩홀에서 개최했다. ‘당진시 여성정책의 현실과 대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토론회는 오윤희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됐다.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지난 6월 5일부터 18일가지 2주간 당진 여성 11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당진여성 정책 욕구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성평등 수준 충남 최하위권 당진... 원인은 여성일자리 부족

당진은 지난 2018년 12월 충청남도여성정책개발원이 발표한 ‘2017년도 기준 충남 15개 시·군 성평등 수준’ 연구에서 최하위 수준인 레벨4에 해당했다.(관련기사: 여성친화도시가 무색한 당진...성평등 수준 낙제점, 본지 1236호)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도 충남시군 성평등 지수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7년도 충남시군 성평등 지수

이런 상황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진의 여성들은 중복응답이 가능했던 ‘당진의 성평등 지수가 충남에서도 낮은 이유’에 대해서 무려 696명(62.3%)이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 부족’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그 뒤를 ‘남성 우월적 지역 문화’(507명, 45.3%) 그리고 ‘여성 친화적이지 않은 주거 환경’(344명, 30.8%) 등이 꼽혔다. 

여성 일자리 문제는 ‘성평등한 당진’을 위해 필요한 정책에 대한 3개항 중복 응답에서도 우려가 이어졌다. 여성 시민 응답자 중 무려 64.2%인 718명이 ‘여성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일자리’가 성평등한 당진시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정책이라고 응답했다.

앞서 언급한 충남여성정책개발원은 통계청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당진의 임금 격차 또한 여성 187만원, 남성 319만원으로 무려 132만원 차이를 보인다. 이는 남성 임금의 58.6% 불과한 수준”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주제 발표에 나선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

임정규 대전여성정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여성 일자리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 강하게 문제를 제기했다. 임 대표는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제조업은 현대제철과 같은 기업이 철강제품을 만들어내는 것과는 다른 모델을 만들어 낼 것”이라면서 “하지만 최근 중기부 등에서 발표한 일자리 관련 정책을 보면 아버지의 일자리가 청년들에게 넘어가는 형국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또 다시 ‘패싱’을 당하고 있다. 중공업 위주인 당진은 성평등 지수마저 낮아 여성에게 더욱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이는 당진의 비상식적인 남녀인구 불균형의 심각함을 엿볼 수 있다. 2019년 6월 기준 통계청의 주민등록인구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진의 남성 대비 여성 인구 비율은 89.46%에 불과하다. 반면 전국의 평균 남성 대비 여성 인구 비율은 100.41%다.

2019년 6월 기준 주민등록상 연령대별 성별인구 비교(자료출처 통계청)
2019년 6월 기준 주민등록상 연령대별 성별인구 비교(자료출처 통계청)

특히 실질적인 경제 활동 인구로 볼 수 있는 20세부터 59세까지 여성인구비율은 77.52%에 그친다. 같은 나이 대 전국의 여성인구비율이 95.02%인 것에 비하면 현저히 떨어진다. 이를 통해 중공업 비중이 높은 당진으로 남성 인구의 유입은 비교적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반면 여성은 일자리가 부족해 결혼 유입 등을 제외하고는 당진 이주의 매력이 크게 떨어진다고 추론해 볼 수 있다.

설문조사에 응했던 여성들은 여성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성 맞춤형 일자리 정책 개발(408명, 36.5%), 아이 돌봄 정책 확대(328명, 29.3%), 여성의 노동을 재능 기부나 봉사로 요구하는 분위기와 정책의 지양(152명, 13.6%) 등을 해결할 과제로 제시했다.

환경 문제에 불안 느끼는 당진의 여성들

이번 토론회에서 일자리 문제뿐만 아니라 중요한 정주요건 중 하나인 안전문제 역시 중요하게 다뤄졌다. 특히 지역 여성들은 환경문제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반응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여성들이 당진에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분야를 중복선택 했는데 931명(83.3%)의 사람들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문제를 들었다. 그 다음은 교통안전(568명, 50.8%), 성범죄를 포함한 강력범죄(494명, 44.2%), 노동환경(483명, 43.2%) 순이었다. 

'당진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분야는?(3개까지 중복선택 가능)
'당진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분야는?'이란 질문에 대한 응답 결과(3개까지 중복선택 가능)

패널로 나선 김진숙 당진어울림여성회 고문은 “최근 현대제철의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상당수 언론들이 현대제철에 대한 조업정지 10일이라는 정당한 행정 처분마저도 부정적으로 보도하는 경우가 있었다”면서 “당진시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당진을 만들기 위해 현대제철 대기오염 문제를 비롯한 환경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그 무엇보다 생명권과 건강권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 밖에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당진 여성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단어를 엄마(754명, 67.6%)라고 응답했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경험한 사람은 924명으로 무려82.7%에 육박했다. 

여성의 절반만 행복한 당진... 체감 못하는 여성친화도시 정책

당진에서 거주하는 것이 행복하다는 여성은 51%(565명)으로 간신히 절반을 넘었다. 특히 주목된 것은 차별을 경험한 여성 중 94%가 행복하지 못하다고 응답했다.

'당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가?'에 대한 응답 결과
'당진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행복한가?'에 대한 응답 결과

또한 당진 거주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성범죄의 위협을 71.1%(795명)가 느끼고 있었다. 

반면 당진시가 여성의 행복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여성친화도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결과가주를 이뤘다. 우선 당진시가 2018년부터 여성친화도시에 재지정된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는 응답이 72.2%(907명)에 달했다. 여성친화도시 정책 만족도 역시 11.1%(124명)만이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안임숙 당진여성단체협의회장, 임희정 네이버카페 스토리당진 매니저, 최연숙 당진시의회 의원 그리고 박종희 당진시 자치행정국장이 패널로 나서 토론에 임했다.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 모습
당진여성 100인 대토론회 모습

토론회를 주관한 당진어울림여성회 오윤희 회장은 “여성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정책을 제안할 것인지 고민하기 위해 토론회를 마련했다”면서 “이번 설문 조사 과정에서 당진 여성들이 그 동안 당진에 살면서 답답하고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할 창구가 필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성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이 자리가 여성이 행복한 당진을 만들어나가는 첫걸음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홍장 시장은 “당진은 철강과 에너지 농업 역시 산업 다양성 측면에서 구조가 취약하다. 그 때문에 여성 일자리가 부족한 현실”이라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 많이 부족해 여성계에 죄송한 마음이다. 여성의 권익보호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일 가정 양립 정책 등을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