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식구가 다 먹을 수 있나요? 그러니 나눠 먹어야지요. 상추 필요하거든 언제든지 따 가세요. 고추도 앞쪽은 매운 거고 뒤쪽이 안 매운 거니까 취향대로 따 드시고, 오이는 한 이틀 더 키워서 따야할 것 같으니까 하루 이틀 기다리세요.”

7월 1일 오후 한명숙씨와 아들 김완희 군이 텃밭에서 수확한 것을 들어보이고 있다.
7월 1일 오후 한명숙씨와 아들 김완희 군이 텃밭에서 수확한 것을 들어보이고 있다.

한명숙(59세,여) 씨는 올해 마을 앞에 작은 텃밭을 일구었습니다. 상추, 고추, 토마토, 가지, 오이, 호박, 파, 쑥갓이랑 갖가지 쌈 채소도 함께 심었습니다. 군 생활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와 얻은 새 직장에서 주야간으로 교대 근무하는 남편이 시간 날 때마다 함께 텃밭에 앉아 사랑을 심고 가꾸었습니다.

메말랐던 땅에 퇴비를 부어 갈아엎고, 가물 때면 물을 날라 뿌려주는가 하면, 바람에 넘어질까 지주대도 세워주던 이 부부의 정성이 알록달록 풍성한 열매로 맺혔습니다. 그리고는 여러 이웃들과 넉넉하게 거저 나누고 있었습니다.

“이 부부 덕분에 적어도 쌈 채소는 안 사먹어요. 필요할 때 언제든지 수확해서 먹을 수 있으니까 얼마나 감사 한지 몰라요. 당진이 시골이어서 그런 걸까요? 인심이 후하고 사람 사는 정이 넘치는 것 같아요. 우리 손자들 잠깐 키워주고 살던 도시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살다보니까 자꾸만 정이 들어서 큰일입니다.”

손자 돌봐주려고 아산에서 당진 아들집으로 이사 온 노영순 씨가 정 많은 이웃을 만나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조금만 수고하면 이렇게 여러 사람이 행복할 수 있으니까 제가 더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받을 때보다 주고 나눌 때가 기쁨이 배가 되는 것 잘 아시잖아요. 우리 아내는 살림이 넉넉지 않았던 젊은 시절부터 늘 이웃사촌들 불러다가 밥 해먹이고 국수 삶아 먹이고 나누는 것을 좋아했어요. 그 버릇이 어디 가겠습니까? 허허허.”

남편 김진혁 씨가 사람좋은 웃음을 웃으며 아내의 나눔을 응원해 줍니다.

한 명숙 씨는 지난 6월 28일 당진시복지관 배식봉사에도 취업준비중인 작은 아들 김완희 군과 함께 참여했습니다.

“하루 한나절 공부 좀 못하면 어때요? 봉사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울텐데 기회가 왔을 때 열심히 참여해야죠.” 취업준비생에게는 한 시간이 급하고 소중할 터인데 엄마도 아들도 너무나 당연스럽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 즐겁게 봉사합니다.

“넉넉해서가 아니고, 여건이 돼서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다른 사람을 행복하게 할 뿐 아니라 내 자신이 행복해지는 길인걸 너무 잘 알거든요. 우리 아들도 그 비밀을 벌써 알아버린 것 같아요.”

온 가족이 이웃에 나누는 일도, 지역사회 봉사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 가족이 늘 행복한 웃음 지을 수밖에 없는 비밀을 발견합니다.

주렁주렁 맺힌 열매들 사이에 ‘나눔’열매도 함께 주렁주렁 걸린 텃밭에서 오늘도 어김없이 상추 따고 풋고추 따 이웃과 나누는 그녀의 얼굴에 소소하고도 확실한 행복이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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