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면적 5.08㎢, 해안선 길이 12.2km로 당진에서 제일 큰 섬 대난지도를 찾아보았습니다.

30여 분 바다를 가로질러 선착장에 다다르면 주민들과 관광객들을 무료로 실어 나르는 봉고차가 대기하고 있습니다.

봉고차를 타고 5분 여 달리는 길에 대규모 태양광시설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운전기사님께 주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설인지 물으니, 주민들과는 관계 없는 개인 사업자의 소유라고 안내해줍니다.

섬마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많은 논밭이 길 양 옆으로 펼쳐지고 마을 회관 앞 한 가정집 앞 빨랫줄에 미역줄기 널어놓아 섬마을의 운치를 더해주고 있습니다.

마을회관 겸 경로당 옆에는 소방서 대신 의용소방대(대장 하헌천) 건물이 이 마을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 있고 이날 마을에서는 현대오일뱅크 측의 버스 기증식과 노인회관 옆으로 난지복지찜질방 및 복지실버타운 오픈식이 마련돼 부녀회에서는 음식을 장만하고 주민들이 모두 마을회관 앞으로 모여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오후에는 충청남도 도지사까지 방문하기로 돼 있어서 그야말로 이곳은 잔치 분위기입니다.

행사에 참여하려고 마을회관을 향해 유모차를 지팡이 삼아 집안에서 가뿐 숨을 몰아쉬며 찬찬히 걸어 나오고 있는 어르신을 만났습니다. 이인동(여,92세) 어르신은 이 마을 최장수 어르신입니다.

섬마을에 살면서 불편한 점이 무엇인지 여쭈니, “나이가 많으니까 만날 아파. 이렇게 숨이 차고 그러니까 코 앞에 있는 마을회관 가는 것도 힘든데 병원 가겠다고 배를 타고 나간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쥬. 그냥 아쉬운대로 마을 보건소에서 약 타 먹으면서 견디는 것 밖에는 수가 없슈.”

이인동 할머니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옆에서 찬찬히 듣고 계시던 한 어르신이 한쪽으로 팔을 잡고 옮겨 말씀하십니다.

“기자양반, 우리 집 앞이 길이 없어서 내가 얼마나 서럽고 불편한 지 몰라. 우리 집 앞에 길 좀 나게 해 주유. 된다고 하고, 길 날거라고 말만 하지 시간만 지나고 되덜 안 허니께 답답해 죽겄슈.”

또 다른 주민이 하소연 합니다.

“관광객들도 그렇고 우리들이 이용하는 배가 사람만 돈을 받는 것이 아니라 라면박스 하나라도 사들고 들어올라면 돈을 따로 내야 한다니까요. 다른 데는 그런 거 없거든요.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세요. 우리 주민들도 주민이지만 여기 들어오는 손님들도 펜션에서 밥 해 먹으려고 짐을 챙겨 오실 거 아닙니까. 그런 것까지 돈을 받으니까 손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쁘죠. 나라도 다시는 안 간다고 할 것 같아요. 한때 펜션은 물론이고 민박까지 자리가 없어서 못 받을 정도였었는데 지금은 손님이 확 줄어서 굶어죽게 생겼습니다. 이런 어려움을 시에 가서도 하소연 해보고 도에 가서도 하소연 해봐도 아무 소용이 없더라고요. 또 도에서도 시에서도 이곳을 명품섬을 만들 거라고 하는데 명품섬 만들어 놓고 찾는 사람이 없으면 뭔 의미가 있대요. 매번 언론에서도 힘없는 우리 주민들 입장은 하나도 안 써줍디다.”하고 속내를 털어놓는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 마을 주민들의 고충이 고스란히 전해져옵니다.

그동안 이분들의 소리에 귀조차 기울이지 못했던 것을 언론인으로서 크게 반성하며 마을을 가로질러 난지도해수욕장을 향해 찬찬히 걸어보았습니다. 아담한 삼봉초등학교 난지분교장을 지납니다. 6세 유치원생 1명, 초등학생 2명이 전부라는 이 분교장에 마을 주민에 따르면 석서영 어린이(6세,여)를 위해 올해 처음 유치원 선생님이 오셨습니다. 한 명이라도 소중히 여기는 충남의 교육방침이 고맙습니다.

그렇게 4킬로미터를 걸어 도착한 난지도해수욕장은 가늘고 깨끗한 모래사장이 펼쳐져 있고 아직 개장 전이서인지, 마을 주민들의 말대로 요금체계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의 몇몇 가족단위 관광객들이 갯벌체험을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우리는 부천에서 왔는데 하룻밤 자고 가려고 했다가 와서 보니까 번잡스럽지 않고 여유롭고 좋아서 하룻밤 더 자고 가겠다고 주인장한테 말했어요. 힐링하기 참 좋은 곳인 것 같아요.”하며 친구 분과 나란히 해변을 걷습니다.

갯벌체험을 마치고 돌아오는 관광객들 바구니 들여다보니 작은 소라들이 옹기종기 담겼습니다.

해변을 따라 마련된 그늘진 정자에 앉기도 하고 눕기도 하며 힐링합니다. 한때는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이곳이 이리 조용하니 아쉽습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사람이 많지 않아 조용해서 좋지만, 주민들에게는 자꾸만 줄어드는 관광객들의 수에 주머니사정이 어려워지고 있었습니다.

이곳 섬 주민들은 명품섬이라는 거창한 프로젝트도 좋지만 아주 사소하고도 근본적인 문제들에 속 시원한 답을 주기를 고대하고 있었습니다. 이분들의 목소리에 우리 언론인들이, 당진시가, 충남도가 귀를 기울여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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