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하면서 전액 인출해 달라는 어르신...찜찜했죠”

“이상했죠. 이름도 겨우 쓰시는 할아버지께서 전액 현금 지급을 요구하셨으니까요”

NH농협당진시지부 김서희 계장
NH농협당진시지부 김서희 계장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지난달 27일 12시 40분경 두 명의 어르신이 농협으로 들어왔다. 서로 이야기를 하면서 창구 앞으로 온 어르신 한분은 통장 2개를 제시하면서 정기예금 1천만 원과 입출금계좌 잔액 전액을 현금으로 지급해달라고 요청했다.

“고액 현금 지급 시에는 보이스피싱은 아닌지 확인하는 규정이 있어서 여쭤봤더니 모두 아니라고 답하셨어요. 그냥 급하게 필요하다고만 하시고 얼른 해지해달라고 하셨어요”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우지 못한 은행직원은 얼핏 본 어르신의 휴대폰을 보고 찜찜한 기분을 넘길 수 없었다.

“할아버지께서 휴대폰을 옆에 놓아두고 계셨는데 수신중이신거예요. 누구와 통화중이냐고 여쭤봤더니 친구라고, 그래서 한번 바꿔달라고 여쭙고 받아봤어요. 그랬더니 전화를 끊더라고요”

통화목록을 살피자 저장도 되어있지 않은 번호로 어르신은 56분이 넘는 시간을 통화했다.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창구직원은 어르신께 양해를 구하고 자신의 휴대폰으로 어르신의 친구 분이라는 번호에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았다. 그리고 이내 어르신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제가 할아버지를 대신해서 받았더니 지금 당장 안전한 곳으로 돈을 빨리 옮겨야한다고, 검찰을 사칭하더라고요. 그래서 검찰에서 이런 전화가 왜 오냐고 했더니 뚝 끊어버리더라고요. 그래서 할아버지께 보이스피싱(금융사기전화)이라고 설명 드리고, 앞으로도 조심하셔야한다고 주의를 드렸더니 그제서야 알아차리셨어요”

NH농협당진시지부 김서희 계장(34)의 당시 설명이다. 지난 18일 김서희 계장은 당진경찰서로부터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예방한 공로로 감사장을 수여받았다.

2011년에 입사해 8년째 일을 해오고 있다는 김서희 계장은 은행에서 일하다보면 보이스피싱과 같은 안타까운 사건은 빈번하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점심시간에 창구직원이 적을 때 가라, 보이스피싱 관련해서 물으면 자식들 전세금 준다고 해라 등 창구직원이 이것저것 물을 거에 대비해 구체적으로 할아버지에게 알려줬더라고요”  

보이스피싱은 연령이 젊고 많고를 떠나서 경제적으로 힘든 분들을 대상으로 노려진다고 말하는 김서희 계장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겪는 정신적 충격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보이스피싱을 당하는 순간은 모르고 있다가 이체 후에 갑자기 깨닫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하세요. 고객님 중 한분도 급하게 이체해야할 일이 있다고 인터넷뱅킹 한도를 높여 이체했는데 그게 보이스피싱이었다고... 며칠 후에 찾아오셔서 덤덤하게 얘기하시는데 정말 마음이 안 좋더라고요”

김서희 계장은 한 번 더 당부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모르는 번호, 대출관련 얘기는 절대 더 듣지도 마세요. 그리고 사실 경제력이 어려운 분들이 혹하는 경우가 더 많아요. 급하게 대출이 필요해도 은행와서 물어보고 제1금융이 어려우면 다른 곳이라도 안전하게 소개받는 쪽이 소중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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