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입사, 3년 9개월 후인 2016년 발병
현대제철 “역학조사 진행 중...결과 기다리고 있어”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가 백혈병으로 산재를 신청한 것이 뒤늦게 드러났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지난 19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지난 19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협력업체 소속의 노동자 A씨는 2013년 입사해 코크스 오븐 공정에서 3년 9개월 동안 근무한 시점인 2016년 백혈병이 발병했다. 당시 나이 37세. 이후 지난 해 8월 산재 신청을 한 후 역학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결과는 1년 정도 소요된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이하 본부)는 지난 19일 충남도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일하던 협력업체 소속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백혈병 투병으로 인해 산재 신청을 했으며 현재 역학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본부 측에 따르면 코크스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방출물(COEs)은 직업병 학계의 대표적인 발암물질이다. 이미 1988년부터 2001년까지 제철소 근로자 대상 추적 조사 결과 백혈병과 같은 림프조혈기계암 발생률이 일반인구보다 3.46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실제 포항의 제철소 코크스 공정에서 일을 하다가 림프조혈기계질환 산재신청자들의 경우 산재승인을 받은 경우가 상당수 있다는 것. 

본부는 “고용노동부의 화학물질 및 물리적인자의 노출기준 고시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작업환경이 노출기준 이하라는 이유만으로 직업병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면서 “더 나아가 저농도의 노출일지라도 장기간 지속될 경우 직업성 암이 발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현대제철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다. 현대제철의 홍보팀 이승희 부장은 “산재 신청 건은 작업 환경과의 연관성을 확인하는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지난 19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는 지난 19일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으로 인한 산재 신청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한편, 이날 제철소 주변 주민들 역시 유해물질로 인해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금속노조 법률원 신정인 노무사는 “유해화학물질은 공기 중에 비산하여 확산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비단 사업장 내 노동자들에게만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니라, 제철공장 인근 주변 거주자들 역시 유해화학물질에 노출되어 질병을 발생 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오염 피해 배상을 받기 위해서는 어떠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지, 그러한 화학물질이 유해하다는 입증 등의 문제가 있다. 하지만 이번 현대제철의 시안화수소 불법무단 방출처럼 사용자가 은폐한 경우 유해물질여부에 대해서는 더더욱 알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날 기자회견에는 ‘현대제철 대기오염 당진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도 참여해 지역민  건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대책위 유종준 집행위원장은 “현대제철 주변 대기오염은 체감상 화력발전소 인근보다 더 심하다. 저감시설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오염물질이 배출되기 때문”이라면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백혈병 발병은 심각한 문제다. 이는 제철소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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