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장애인체육대회 출전한 할머니 김순례 씨

실명이라는 장애를 가진 김순례 씨가 충남장애인체전 수영대회에 출전해 3등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고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실명이라는 장애를 가진 김순례 씨가 충남장애인체전 수영대회에 출전해 3등이라는 값진 결실을 얻고 남편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25회 충청남도장애인체육대회가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태안군민체육관에서 열린 가운데 14일 오전 9시 김순례 씨(69세, 여, 당진시민)가 남편 김상범 씨와 함께 태안체육관을 향했다.

올해 처음 당진시장애인협의회 추천으로 수영대회에 출전하는 김 씨는 32세 무렵 왼쪽 눈이 실명됐다. 전이되어 오른쪽 눈마저 실명될 수 있다는 의사의 경고가 있었지만 40년 가까이 남은 한쪽 눈은 지켜냈다. 하지만 이마저도 최근 들어 자꾸만 시력이 떨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젊은 나이에 실명으로 장애인 판정을 받았으니 그동안 장애인체육대회에 참가해 볼 생각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대도시에 살 때는 이런 대회가 있는 줄도 몰랐고 누가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다. 당진에 오니까 관심도 가져주어 늦은 나이에라도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귀촌한 남편을 따라 당진에 정착한 지 7 년째다.

“작년에 대회에 나가보라는 추천을 받았었는데 그때는 아픈 가족이 있어서 병간호로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는데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다시금 삶에 활기를 얻는 기회가 됐다”면서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몸은 힘들었지만 도전하는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주변에서도 ‘그 나이에 대회에 출전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하다’고 격려해줬다. 특히 우리 손자들이 '할머니 멋지다'고 칭찬해 줘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수영을 30년 가까이 해왔기 때문에 처음 대회에 나갈 것을 결정했을 때만 해도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대회 날이 되니까 무릎도 성치 않아 더 많이 긴장된다”고 속내를 털어놓는다.

“이 대회를 잘 몰라서 20대는 20대끼리 60대는 60대끼리 경기를 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출전하는 사람이 많지 않아 나이와 관계없이 함께 실력을 겨룬다 하니 아무래도 젊은 사람이 유리하지 않겠냐?”면서 “1등 2등이 중요한 것 아니고 이 나이에 대회에 참가했다는 것이 내게는 이미 큰 의미가 있다.”고 말하면서 긴장을 풀어나갔다.

그렇게 수영장을 향해 들어가는 그가 웬일인지 다리를 심하게 절고 있었다. 그리고 자유형, 배형 두 종목에서 모두 3등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면서 “사실은 대회를 준비하는 동안 무릎이 심각하게 아파서 걸음조차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중간에 포기할까도 여러 번 생각했다. 그러고 나면 많이 후회할 것 같았다. 그래서 형편껏 최선을 다하면 되지 않겠나 하고 대회에 임한 거였다. 공교롭게도 나이가 젊은 순서대로 1,2,3등을 했다. ‘좀 더 젊었을 때 도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 낸 내가 스스로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무릎도 잘 치료하고 수영도 더 열심히 하고 근력도 키워서 다음 기회에도 꼭 도전할 거라는 그의 패기는 쉽게 포기하고 낙심하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잔잔한 교훈을 주고 있었다.

한편, 지난 13일부터 3일간 태안 일원에서 열린 제25회 충남장애인체전에는 도내 15개 시·군 5,000여 명의 선수단이 17개 종목에 참가해 그동안 갈고 닦은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열전을 펼친 결과 종합우승은 천안시(종합점수 99,585점), 2위는 홍성군(종합점수 97,640점), 3위는 태안군(종합점수 96,828점)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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