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끝났다. 결과에 대한 이·불리(利·不利)를 떠나서 한판 승부는 끝났고, 이로써 모든 것은 결판이 난 셈이다.
결과에 승복하고 따라야 한다. 더 이상 다른 미련을 갖거나, 끌어안고 놓지 않으려는 고집을 부려서는 안 된다. 이 결판을 부정하거나 번복하려는 어떤 음모도 그 존재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생각 따위는 일찌감치 고쳐먹어야 한다. 뒷북이나 치는 용렬한 모습으로 유권자들에게 비쳐졌다가는 다음 선거를 도모하기는커녕 정치생명을 스스로 끊는 치명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신성(神聖)도 불가침(不可侵)인 규율이 되기 때문이다.
지방선거는 새로운 시작을 위한 한판 승부였고, 그 한판이 끝났으니 그 결과에 따라 해야 할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우리 앞에 남은 건 도약이다. 이제부터 해야 할 일이 도약인 것이다. 선거기간 중 편 가르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었고 해왔다. 그러나 이제 편 같은 건 없어야 한다.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 편 갈라 싸운 이유도 사실은 통일을 하여 하나가 되기 위한 목적으로 다가서는 과정이 아니었는가.

패자는 없다
이 한판 승부에 패자는 없다. 승자만 있을 뿐이다. 격전을 치러낸 모두가 새로운 도약을 함께 해야 할 영광의 얼굴인 것이다. 승부를 가르는 대결이 끝나면 대결국면 속의 적은 사라지고 모두 동지가 되는 것이다. 그 적이란 것이 사실은 거꾸러뜨려서 존재를 소멸시켜 버려야할 척결의 상대는 아니었다. 모두가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이바지하기 위해 나선 길에서, 다만 서로 앞장서기 위한 자리매김의 경쟁을 한 것뿐이지 않은가.
한동안 대립하며 관찰하여 습득해둔 지피지기는 서로의 이해와 운신의 폭을 넓혀서 더욱 원활하고 조화로운 파트너십(partnership)으로 충만하게 작용할 것이다.
협의(狹義)로는 오월동주의 형국이라 볼 수도 있겠으나 경우가 다르다. 오월동주는 잠간의 상황논리일 뿐이지만, 우리의 이것은 이 특수 상황을 벗어나서도, 국가와 사회에 봉사하고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은 같지 않은가.
앞으로 4년 후면 또 한판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그 동안의 업적에 대한 평가와 함께 새 대결의 장이 펼쳐질 것이다. 그때에 앞장 선 자의 리더십도 평가를 하겠지만, 협력자의 위치에 있던 자들이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평가가 더 준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잘 새겨두어야 한다. 훼방을 놓는다든가 꼬투리나 잡는 행동이나, 수수방관하는 자세는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가 없을 것이다. 앞장서서 이끄는 자는 당연히 그러해야 하지만, 뒤에서 돕는 협력자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성을 다 하여 더 돋보일 수 있어야 한다.
혹자들은, 비교되는 상대보다 내가 나은 자가 되어서 비교우위에 서겠다는 당연한 생각을 버리고, 비교되는 상대를 나보다 못한 자로 만들어서 내가 비교우위에 서겠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는 자도 있다. 이것은 내가 상대보다 나아지기위해 노력을 더 하는 힘을 들이기보다는, 상대를 깎아내려서 나보다 못한 자로 만드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는 비도덕적 비윤리적행위로 지극히 경계되어야할 발상이다. 이런 인물에게 무슨 일인들 어떻게 믿고 맡길 수 있겠는가.

국론통일이 시급한 시점이다
국론통일이 시급하다. 지방선거에서 북풍이다 노풍이다 하던 것들은 이제 잠재워야 한다. 선거전에서 있었던 일로 서로 비방하고 그걸 꼬투리로 삼으려 해서도 안 된다. 추슬러야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리하고 이에 매진해야 한다. 세종시, 4대강사업 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현안들에 대한 국론통일은 가장 시급한 문제이다. 한 시도 더 늦추고 있을 수 없다. 언제까지고 이 일에만 매달려 있을 시간도 없다. 시간이 갈수록 그 괴리의 골만 깊어질 뿐이다. 하루라도 빨리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론을 얻고 방향을 잡아 나아가야 한다.
세종시나 4대강사업에 관한한 어느 정당이나 정파 또는 단체든 저들의 이익이나 저들의 입지를 위한 방편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이 일은 자칫 독을 깨버릴 수도 있는 위험한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기 때문이다.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위하고 국민의 대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모두가 참으로 국리민복만 생각한다면, 이해와 양보와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안보관에 대한 정리도 그렇고, 경기침체에 대한 대책이나 민생을 챙겨야 하는 일도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고 시급하지 않은 것은 없다. 모두가 하나의 같은 목표를 향한 이해와 화합의 자세로 의견을 통일해 나가는 일이 먼저이고, 시급하다.

국민의 뜻을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이 보내는 메시지는 어느 특정정당의 손을 들어준 뜻이 아닐 것이다. 어느 정당이 자신들의 승리라고 자축하는 태도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국민들의 지지도를 보면 그럴 수도 없을 터이다.
이번에 정당지지도와 달리 국민이 보여준 선거결과는 누구든 독주는 위험하다는 견제심리의 표현을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어느 누구에게 다 믿고 맡길 수도 없다는 표현을 함께 담았다. 그렇다면 국민은 어느 당도 따로 하나를 선택한 것이 아닐시 분명하니 이점 깊이 헤아려야 한다. 그래서 승자도 패자도 없는 것이다.
국민은 모두에게 더 열심히 잘 하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정치를 하는 이들은 왜 국민의 질책은 보이지 않는가.
국민은 가편(加鞭)을 하고 싶은데 주마(走馬)가 없다. 달리는 말에 격려를 담은 채찍으로 가볍게 토닥여주고 싶은데, 사방에 와마(臥馬)만 널브러져있을 뿐이다. 그러니 드러누운 말을 일으켜 세우기위해서 우선 따끔한 채찍질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국민의 깊은 뜻을 겸손하게 엎드려 가슴에 아로새기며 헤아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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