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한 생활이야기3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러나 이들이 우리 고장, 우리 마을의 훌륭한 ‘삶의 본보기’가 되고 있었음은 몰랐을 것이다. 이들로 인해 우리의 부족함을 채워가는 삶의 요소가 되길 바라면서...
손하경 기자 sarang418@hanmail.net



“우린 신문에 나올만한 사람들이 아니예요...”

몇 번이고 쑥스럽다며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시곡리 김대영(68), 이일순(63)씨 부부.
더구나 장애를 가진 이후로 남을 기피해 왔던 김대영씨는 더욱 그랬다. 그러나 조금씩 마음의 문이 열리었고, 이들 마음의 문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부부의 인연을 맺고 2남 1녀의 자녀를 두었다.
그러나 부부의 삶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아 보였다. 김대영씨 나이 43세의 젊은 때에 당한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가 불편하기 시작했다.


그런 불편한 몸으로 과연 어떤 일을 할 수 있었을지 대충은 짐작이 갔다. 그때부터 이일순씨의 손길은 더욱 바빠지기 시작했고,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장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7년 전쯤부터 다른 원인인지는 모르나 김대영씨 몸에 이상을 느끼게 되었고, 병원에서는 듣기에도 생소한 ‘버거스씨병’이란 진단을 받았었다.


버거스씨병(Buerger's disease,말초혈관질환)은 사지의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전(피덩어리)으로 막혀 혈액공급이 되지않아 괴사가(썩게되는) 생기며 심할 경우 그 부위를 절단 해야만 하는 질병이다.
그로 인해 오른쪽 다리를 절단할 수 밖에 없었고, 그 후로 줄곧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다닐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김대영씨는 “큰맘 먹고 의족도 사기는 했는디 쓰지도 않어. 불편해도 내 다리만 하겠어”라며 무용지물이 되어버린 의족에 대한 아쉬움을 이야기 했다.
그 일로 장애 3급 판정을 받기는 했지만, 그에 대한 혜택으로는 장애를 가진 남편과 이일순씨가 생활하기에는 역부족 이었다.


“처음에는 막막했지요”

그 동안의 힘듬을 어찌 말로써 모두 표현할 수 있을까!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내, 이일순씨의 눈에 눈물이 맺혀 있었다는 것을 눈치 챌 수 있었다.
“그나마 얘들이 착하게 잘 자라줘서 얘들 걱정은 크게 안했지요”라며 자식들에게도 고마움을 나타냈다. 어떻게든 자식들에게 의지하지 않고 본인들 스스로 생활하려는 것이, 어디 한 두 부모의 마음이든가...


지금까지 장사며 식당, 공공근로, 청소일 등의 궂은 일을 하면서도 한 가정의 아내이자, 가장의 자리를 지켜왔던 것이다. 현재 63세라는 적지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손을 놓지 않고 있다.
그런 바쁜 와중에도 35년 이상 교회를 다니며, 신앙생활에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교회를 다니면서 힘도 얻고, 의지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오히려 신앙생활을 갖게 된 것에 대해 다행으로 생각했다.


“사람들 시선이 싫어서...”

아내가 일을 나가고 집을 비울 때면 김대영씨는 뭐든 혼자서 해결해야만 한다.
그래도 아내가 정성스레 준비한 점심 밥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드신다고 한다.
이제는 휠체어 타고내리는 일, 화장실 가는 일 쯤은 혼자서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고 하는 김대영씨.


그러나 그렇게 되기까지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7년간의 삶이었을 것이다.
그나마 큰맘 먹고 구입한 휠체어 덕분에 가끔씩 운동 삼아 휠체어를 타고 산책하기도 하지만, 사람들 시선이 싫어서 밖에 나가길 꺼려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말수도 무척 적었고, 미소도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야기를 하는 동안 웃음도 보이고 농담을 하는 모습에 무척이나 반가웠다. 그런 모습을 보니 그 동안 말동무도 없이 혼자 보내왔던 시간이 얼마나 쓸쓸했을지 짐작이 갔다.


“마음놓고 다니고는 싶은데...”

몸이 불편한 남편을 혼자두고 일을 하러가는 아내의 마음도 그리 편치만은 않을 것이다. 물론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도 그렇겠지만, 도로만 해도 장애인이 다니기에는 무척이나 위험해 보인다.


모든 장애를 가진 사람이라면 여러 번 느꼈을 것이다. 그런 여러가지 이유로 밖에 나가길 꺼려하는지도 모르겠다.
좀더 그들의 입장에 서서, 무엇을 원하는지 조금은 귀를 귀울여 줬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아내왈,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요”
남편왈, “잔소리 안하면 젤 고맙지...”


낮에는 직장에서 일을 하고, 집에서는 간단한 농사와 몸이 불편한 남편을 돌보느라 하루가 어찌 가는지도 모를텐데도 이일순씨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그래도 살아있어서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며 자신의 주어진 삶에 크게 불평하지 않고, 만족하며 열심히 사는 모습에 고개가 절로 숙여졌다.


그런 아내에게 무엇이 가장 고맙냐는 질문에 “고마운거? 잔소리나 안하면 그게 젤 고맙지...(하하)”라며 농담섞은 말을 건네곤 했다. 말 표현에 서툰 김대영씨 였지만 그러면서도 아내에 대한 사랑이 묻어나오는 듯 했다.


부부는 “자식들 잘되고, 앞으로도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 갔으면 좋겠다”라는 소박한 소망을 내보이기도 했다.
조금은 자신감을 되찾고 밝아진 두 부부의 모습에 마음이 흐뭇해졌다


앞으로도 건강하시어 두 분의 사랑 변치않으며, 다른 모든 이들에게 훌륭한 ‘부부의 본보기’가 되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러분의 평범하고 소박한 사연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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