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6.10 항쟁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당진을 비롯해 전국에서 일제히 열렸다.
40여일 가까이 서울 시청 앞과 청계 광장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촛불집회는 가히 축제 분위기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날 서울에선 수십만명의 집회 참가자들이 태평로 한가운데에 운집해 한국 시민운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날 광장으로 발길을 향한 이들은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정주부를 비롯해 넥타이 부대로 지칭되는 회사원들, 학생, 종교인, 노동자 등 온갖 연령과 계층이 한데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했다.


물론 경찰이 철통같은 갑호 비상령을 내리고 이충무공 동상 발 아래 컨테이너 60개를 용접해 쌓아 바리케이트를 쳐 놓은 탓에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간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 시킨 컨테이너 바리케이트는 앞으로 시위대의 접근을 막는 교범으로 폭넓게 활용될 수도 있을 것이다.


광우병 괴담수준에서 배후설로 몰아가던 촛불시위가 국민들로부터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빗속을 뚫고 자발적으로 모이게 하는 이유는 밤하늘을 수놓는 촛불만큼이나 명약관화하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을 약속한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에 나서라는 것이다.결과적으로 볼 때, 이명박 정부는 간단한 통상협상 조차도 냉철한 실리와 국익 차원으로 이끌지 못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식장에서 자세를 낮춘 대통령을 자임한데 이어 머슴론까지 주창했지만 그의 통치 스타일은 굴지의 건설회사 CEO 출신으로서 한강물을 인공적으로 끌어올린 청계천 복원과 뉴타운 건설로 시 곳간을 넉넉하게 채운 주식회사 서울시까지가 한계일 수 있다.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대통령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고 오만과 독선은 나라의 명운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음을 분명히 지적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100여일이 지나도록 ‘국민과의 대화’에 아직까지 나서지 않고 있다. 한때 70%에 육박하던 지지율이 10%대로 급락한 이유도 있겠지만 소통에는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와 내각의 일부 인적쇄신이 야당의 등원을 촉구하는 길은 될 수 있어도 촛불시위를 잦아들게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촛불이 정권퇴진으로 옮겨 붙을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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