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자동차판매지회 14일 신평대리점 앞에서 규탄집회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기아자동차 판매 비정규직노동자들의 노조 결성을 막기 위해 대리점을 기획폐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당진 신평 대리점주인 소장이 판매 사원들을 노조에서 탈퇴시키기 위해 압박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아예 대리점을 폐업 시켰다는 것이다.

현대 신평대리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현대차 신평대리점에서 열린 기자회견 모습

7명의 직원이 매년 400대 전후로 자동차를 판매해 오는 등 실적이 좋았던 현대자동차 신평대리점이 지난 10일 갑자기 문을 닫았다. 대리점주가 제출한 폐점 이유는 건강상의 문제였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신평대리점은 운영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운영되어 왔다”면서 “하지만 소장이 갑자기 건강상의 이유로 1년 이상 계약이 남아 있는 대리점을 전격적으로 폐쇄한다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원청이 관여하지 않고는 상상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신평대리점 문경국 조합원은 “만약 건강상의 이유로 대리점을 폐쇄한다면 인근 대리점으로 전환배치라도 해야 하는데 사번을 삭제하고 전환배치에 대한 어떤 이야기도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소장은 대리점 폐쇄를 하루 앞둔 9일 저녁, 인근에 있는 대학에서 열린 축구 경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조합원들의 분노를 자아내기도 했다. 노조를 결성한 현대기아차 대리점이 연쇄 폐업해 노동자를 거리로 내몰던 사태가 당진에서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일고 있는 이유다.

“현대차의 명백한 기획폐업”

현대 신평대리점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
현대 신평대리점 앞에서 열린 규탄대회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이하 판매연대지회)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신평대리점의 폐업은 현대차의 명백한 기획폐업”이라고 주장하면서 규탄집회와 가두시위를 진행했다.

판매연대지회 측은 기자회견문에서 “조합원 숫자가 빠르게 증가하자 이를 확인한 현대차 자본이 2015년 8개 지점을 전격적으로 폐업시켰던 것처럼 신평대리점 역시 기획폐업을 해 탄압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신평대리점이 계약기간을 무시하고 전격 폐업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은 원청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차의 승인 아래에서만 가능했다는 것이다.

판매연대지회 측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9일 전 직원이 올해 1월 노조에 가입한 이 대리점을 폐업한다는 소식을 사용자도 아닌 인근 협력업체를 통해서 듣게 됐다”면서 “그 이전부터 소장은 5월 말일부로 대리점을 폐업하겠다고 협박을 해 왔다”고 말했다. 즉 조합원이 전혀 탈퇴하지 않자 급작스럽게 폐업 절차에 돌입했다는 것.

현재 대리점주인 H 소장은 이들에게 사무실키 반납과 퇴거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원청이라고 할 수 있는 현대기아차와 대리점과의 매개인 전시차량과 간판 등을 회수하지 못하도록 농성을 진행하면서, 직원들을 인근 대리점으로 전환 배치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본적인 영업노동환경도 무시”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지회 김선영 지회장의 발언 모습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의 발언 모습

판매연대지회는 그동안 H 소장의 대리점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전국 현대기아차 약 800개 매장 중 내근직원에게 4대 보험도 없고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근무를 시킨 유일한 대리점”이라고 말했다. 내근 직원이 5년만에 겨우 4대 보험에 가입된 것은 그나마 노조가 미가입 신고를 한 이후인 1월 이후라는 것이다.

이들은 또한 “내근직원에 대한 4대보험 미가입뿐만이 아니다. 소장은 20년 간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소속 판매자들에게 기본적인 영업 노동환경의 제공을 무시했다. 또한 원청에서 지급하는 각종의 장려금, 성과금 등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H 소장은 전화통화에서 “경찰에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사유지 무단점거 등 7가지 문제로 고소고발한 상태다. 노조측이 기자회견문 등에서 제기한 문제는 면밀히 검토한 후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신평대리점의 상황에 대해 판매연대지회 김선영 지회장은 “지난 2016년에서 2018년 사이 전국 8곳의 대리점이 노조가입을 이유로 원청의 압박에 의해서 폐업했다. 더욱이 대리점에서 일하고 있는 비정규직 판매사원들에 대한 대법원 최종 판결을 한 달여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이런 의혹은 더욱 짙다”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판매직원들이 노동자성은 행정법원과 고등법원에서까지 인정을 받은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 둔 상황에서 신평대리점의 전격 폐쇄됐다. 지방의 소도시인 당진시 신평에서 원청인 현대기아차와 민주노총과의 갈등이 첨예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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