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오피니언] 다시 보는 재벌들의 자식교육
[당진신문 오피니언] 다시 보는 재벌들의 자식교육
  • 당진신문
  • 승인 2019.05.11 08:00
  • 호수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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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신기원 신성대학교 사회복지과 교수]

결혼을 해서 살다보면 어느 순간부터는 자식 때문에 자랑스럽기도 하고 창피를 당하기도 한다.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 난다’는 속담처럼 자식들은 부모 따라 간다.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고집피우는 자식 앞에 속이 타들어가는 부모는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이 존재한다. 부모마음이야 자식교육과 관련해 ‘하게 하지 말고, 하고 싶게 하라’는 옛 어른의 말씀을 따르고 싶지만, ‘말’만한 자식이 그렇게 안하는데 도리가 없을 것이다.

요즘같이 급변하고 경쟁도 치열하고 바쁘고 복잡하고 알 것 많아야 하는 세상살이에서 부모역할은 고달프기만 하다. 더구나 한해가 다르게 바뀌는 교육정책 속에서 입시생을 둔 학부모역할은 얼마나 어려운가!

우연한 기회에 한국 재벌들의 자식교육에 관한 자료들을 다시 읽어봤다. 자본주의사회에서 재벌들은 동경의 대상(?)인데 “그들은 과연 어떻게 자식들을 교육시켰을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였기 때문이다. 자료를 읽다보니 삼성, 현대, LG, SK로 대표되는 4대 재벌가의 교육방식은 해당 회사의 경영이념이나 운영방식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먼저, 삼성가의 자식교육을 보면 이병철 회장은 상황변화에 대처하는 어떻게(how)의 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스스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물으며 사고를 키워나가는 소위 사례연구(case study)가 교육의 핵심이었다. 그 다음으로 이회장은 ‘사람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는 ‘기업은 곧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삼성을 ‘인재의 보고’로 만들었다. 이밖에 ‘듣고 또 들어라’라는 경청의 미덕과 ‘적고 또 적는’ 메모습관을 자녀들에게 길러주었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이건희회장에게서도 발견되었는데 그는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여러 번 다각도에서 보고, 생각을 할 때도 6번 이상 ‘왜?’라는 질문을 던지라고 하였다. 21세기는 다양한 경험과 관계 속에서 흐름을 보고 찾고 배워나갈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3세 경영자인 이재용회장이 어른들의 교육방식을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 궁금하다.

둘째, 현대가를 보면 정주영 회장의 자녀교육은 온 가족이 모인 밥상에서 출발하였다. 그는 생전에 새벽 5시면 하루도 빠짐없이 모든 가족들과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기르고 가풍 속에서 가치관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행동으로 모범을 보였으며, 자신을 벤치마킹의 대상이자 라이벌로 생각하고 극복하도록 교육시켰다.  이러한 교육방식은 정몽구 회장에게도 그대로 전달되어 아직까지 밥상머리교육이 계속되고 있다. 또 정 회장은 “하루 24시간을 알차고 남들보다 2배로 활용하기 위해 아침을 이용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전형적인 아침형 인간을 강조한 셈이다. 특히,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하고 만다’는 돌관정신도 사실은 선친 특유의 추진력에서 배운 것으로 현대제철 당진공장 가동에서 발휘되었다.

셋째, LG가를 보면 구인회 회장은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유교적 가풍을 바탕으로 ‘가족간의 인화’를 존중하였다. 그는 생전에 자손들에게 ‘한번 사귄 사람과 헤어지지 말고, 부득이 헤어진다면 적이 되지 말라’고 하였다. 이런 가르침은 70년 이상 지속됐던 허 씨 가문과의 동업관계에서도 빛을 발해 LG그룹은 GS그룹과 성공적인 계열분리를 거쳐 성공적인 발전을 거듭하였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속설도 LG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또 대대로 절약정신을 강조하여 어떤 물건을 사면 사용기한을 정해 그때까지 아껴서 쓰도록 하였다.

마지막으로 SK가를 보면 최종현 회장은 '훌륭한 경영자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경제를 잘 알아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물리나 화학 등의 자연과학을 공부해야 한다'며 두 아들에게 자연과학을 전공하도록 하였다. 이러한 토대를 바탕으로 최태원 회장은 현재 과학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해외유학을 가서 견문을 넓힐 것을 강권하여 유학을 다녀왔다. 이밖에도 ‘자기 밥그릇은 스스로 찾아 먹어라’ ‘늘 부족한 듯 생활하라’ ‘겉치레에 얽매여 앞일을 놓치지 마라’ ‘토론과 기록, 분석을 즐겨라’라는 언명에서 나타나듯 스스로 찾아 배우고 깨닫는 것은 물론 실사구시에 힘쓸 것을 강조하였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재벌이 갖는 의미는 생각보다 복잡하다. 한국경제를 좌지우지하는 4대재벌들을 보면, 이들이 부를 그냥 이룬 것이 아니고, 자식들에게도 ‘부를 다스리는 법’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가르쳐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재벌들이 현재 국민들에게 존경받고 있는지 앞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할 것인지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