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협회논단] 서영태 (사)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협의회장

충남도내 10인 미만 근로자를 고용 중인 영세사업체는 15만 개에 이른다.

이 영세업체들은 전체 사업장의 90%가 넘고, 이들 사업체에서는 전체의 40%에 가까운 34만 명이 근무 중이다.

이처럼 지역경제의 기초를 담당하고 있는 현장에서 경기침체가 오래되다보니 영세자영업자가 가장 큰 타격을 받고 그곳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도 임금문제로 다툼이 발생하고 있다.

보령시 대천항에서 벌어진 영세상인과 근로자의 다툼도 그런 경우다. 이곳 수산시장의 한 횟집에서 4년 넘게 일한 손모(65·여)씨가 지난 1월 업주로부터 그만두라는 뜻을 전달받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 가게를 그만둔 종업원은 시장 내 다른 가게로 옮기면서 그간의 퇴직금을 달라고 요구했는데 업주는 300만원을 계좌로 보내줬다. 턱없이 적은 퇴직금에 억울했던 손씨는 2월 말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냈고, 대전지방고용노동청 보령지청은 업주에게 손씨의 퇴직금으로 700만원을 추가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화가 난 업주는 은행에서 700만원을 모두 1000원짜리 지폐로 찾아 띠지를 떼 풀어놓은 뒤 손씨를 불러 세어가라고 요구했고 손씨는 업주 앞에서 2시간여 동안 7000장을 세어야 했다.

거기에서 끝난 것이 아니라 감정싸움으로까지 이어져 업주는 다른 가게에서도 문제가 된 근로자를 고용하지 말라고 요구했고 손씨는 다른 횟집에서도 얼마 일하지 못하고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을 타고 급속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불매운동까지 벌어졌고 보령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회가 공식 사과했다.

대천항 수산시장 관리위원회 소속 상인 10여명은 30일 보령시청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천항 수산시장 상인들을 대표해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사건으로 정신적, 물질적 아픔을 겪은 피해자분께도 진심 어린 사죄를 올린다고 밝혔다.

상인들은 이번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피해자가 재취업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해결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앞으로 피해자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할 것이며, 취업 방해 등 불공정한 고용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상인회 스스로 반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상인회의 약속처럼 앞으로 자정 노력을 통해 친절하고 쾌적한 대천항 수산시장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근로자들이 정당한 대우를 받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근로자가 취업방해를 받는 등 불공정 고용행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바꿔나가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을 살펴보면 슬픈 민생현장이 느껴진다. 경기침체가 오래되다보니 을과 을의 싸움으로 번지는 현장의 모습으로 비춰진다.

사실 소상공인들의 생계현장에서는 임금은 물론 사회보험료 조차 제대로 주지 못하는 사업장들이 존재한다. 가게를 운영할 자금이 없는 업주와 근로자들 간 갈등이 결국은 법적공방으로까지 번지는 사건은 너무 흔하다.

이에 충남도는 사회안전망 강화를 위해 도입한 '소상공인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을 본격 시작한다고 밝혔다. 사회보험료 지원 사업은 도내 사업체 90% 이상을 차지하는 영세업체의 인건비 부담을 줄여 고용 위축을 막고, 근로자들의 고용 불안을 덜기 위해 시·군과 함께하는 사업이다.

실제로 사회보험료 조차 부담하기 어려운 영세사업장 업주와 근로자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민생현장에서 적어도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 정책들이 더 많이 연구되고 실행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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