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감장치 거치지 않은 대기오염물질에 노출된 당진시
김홍장 시장·시민단체 연이은 기자회견 열고 현대제철 규탄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문제로 지역의 분노가 예사롭지 않다. 특히 현대제철이 고로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여과 없이 배출했다는 사실까지 확인 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

당진시청 브리핑실에서 2일 열린 당진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당진시청 브리핑실에서 2일 열린 당진지역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당진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현대제철 당진공장의 대기오염물질 관리 부실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2일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모두 발언에 나선 당진어울림여성회 김진숙 고문은 “현대제철에서 20개월 동안 청산가스를 불법 배출하다 적발되었다는 뉴스를 보면서 기가 막혔다”면서 “초등학교 6학년인 내 아이에게 마스크 한 장만 주고 ‘위험을 감수하며 살라’고 한 무책임한 엄마가 되버린 사실이 너무 괴롭다”고 충격을 전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환경관리가 총체적으로 부실한 현대제철을 규탄한다”면서 “현대제철은 TMS(굴뚝자동측정기기) 대기오염 배출량 전국 1위 업체이다. 또한 지난 5년간 전체 TMS 사업장 초과배출부과금의 절반가량인 16억 원이 넘는 금액이 현대제철 1개 업체에 부과됐다”고 말했다.

비상상황이 아닌데도 열린 긴급안전밸브 ‘브리더’

2일 촬영된 현대제철 고로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연기(사진제공 당진환경운동연합)
2일 촬영된 현대제철 고로 브리더에서 배출되는 연기(사진제공 당진환경운동연합)

당진 시민사회단체는 관리되지 않는 현대제철의 대기오염물질배출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이들은 대기오염물질 저감장치 고장에도 생산 가동이 계속 됐다는 점과 시안화수소 배출 신고  누락 등을 지적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의 유종준 사무국장은 “포스코 광양제철소나 포항제철소에 비해 현대제철은 고로의 생산설비 규모도 작고 가장 최신 시설임에도 불구하고 오염배출량이 왜 가장 많을까 하는 의문이 이제서야 풀렸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제철이 고로에 설치된 일종의 긴급안전밸브인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 사실도 공개했다. 당진환경운동연합 유종준 사무국장은 “현대제철이 폭발 위험 등 비상상황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브리더를 일상적인 정기수리과정에서 사용했다”면서 “4월 11일 아침 6시 충남도 관계자와 브리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브리더를 통해 배출할 경우 대기오염물질은 저감장치 없이 그대로 대기 중에 노출된다. 광양이나 포항의 환경단체 역시 이와 동일한 문제로 포스코를 고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 측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동일한 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대형화재, 폭발 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며 이렇게 하는 것이 안전을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 다만, 지속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오염물질 배출 증가해도 알리지 않은 충남도

2일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직전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2일 시민사회단체의 기자회견 직전 김홍장 당진시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현대제철의 관리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충남도에게도 비난의 화살은 쏟아졌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충남도는 저감장치 고장으로 오염물질이 초과 배출되고 있음에도 이 사실을 숨긴 채 자발적 감축협약을 체결했다. 저감 대책의 기준 시기가 오염물질 배출이 최고조에 달하던 2016년도였다”면서 “이를 기준으로 40%를 저감 해 봐야 2014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쇼’를 한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들이 말하는 소위 ‘쇼’는 2017년 2월에 충남도와 체결한 대기오염물질 저감대책 업무협약을 말한다. 당시 김홍장 당진시장은 물론 어기구 국회의원까지 충남도의 업무협약식에 참여한 바 있다.

시민단체의 기자회견 직전 당진시의 입장을 직접 밝힌 김홍장 당진시장은 최근 상황에 대해 “매우 실망했다”면서 분노를 표현했다.

김 시장은 우선 당진시민들에 대해 “현대제철의 시안화수소 배출, 방지시설 비정상 가동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 지역주민 체내 중금속 검출 등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다”면서 사과했다. 그러면서 “현대제철의 저감 목표를 2014년도 수준인 연간 약 1만 6천 톤을 기준으로 (자연증가분을 제외하고) 40%를 감축하라고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라는 뜻도 밝혔다.

현대제철만 유예된 배출허용기준

현대제철에서 내뿜는 연기의 모습(독자제공)
현대제철에서 내뿜는 연기의 모습(독자제공)

현대제철에 대한 유난한 배려는 대기환경보전법의 배출허용기준에서도 드러난다. 현대제철 당진공장은 올해 강화되어 시행된 대기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 기준 적용이 유예됐다. 또한 충남의 배출허용기준 강화조례 제정 당시 현대제철은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다. 

충남환경운동연합 김정진 활동가는 “그 동안 환경부와 충남도가 유독 현대제철에 대해서 적용기준을 유예하거나 제외한 한 것에 대한 의문이 있었다. 최근 현대제철의 대기오염저감시설이 고장 나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간적 여유를 줬다”면서 “기업활동의 위축이라는 핑계로 유독 대기업에게만 너그러운 조치를 취하고 있어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김홍장 당진시장뿐만 아니라 지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충남도의 관리·감독의 강화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도의 현대제철 관리감독권에 대해 지역의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단체는 당진환경운동연합, 당진참여자치시민연대, 당진시여성단체협의회, 민주노총 당진시위원회, 당진어울림여성회, 참교육학부모지회 당진지회(준), 당진시농민회, 당진시여성농민회, 당진문화연대, 당진시녹색어머니회, 어린이책시민연대 당진지회, 당진YMCA, 당진시농민수당추진위원회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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