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전 세계인의 가슴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던 한국 축구와 한국민의 응원 모습은 세계 축구사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아직 축구의 후진국이라 불리던 아시아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고 4강까지 올랐던 것을 떠 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뿌듯하고 벅차오른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히딩크 감독의 업적을 치켜세우며 칭찬했지만 정작 축구계의 지식인들은 히딩크라는 개인보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였기 때문에 높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고 목청을 세우곤 했다. 이유인즉 한국인이 감독을 하게 되면 수많은 축구계의 인맥을 통해 들어오는 민원 즉 지연과 학연을 이용해 대표선수를 추천하려는 외압 때문에 대표선수 구성부터 힘들기 때문이란다. 히딩크는 외국인이므로 이러한 압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에 선수 선발이 제대로 되어 높은 성적을 올린 것이라는 얘기다. 다시 말하면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면 대표선수 선발에 비리가 개입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긴가 민가 하기도 하고 일견 그럴 듯 하다고도 생각했지만 정작 작금의 대학축구 심판 매수 사건이 불거지자 그런 저런 말들이 모두 사실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경찰은 2008년부터 2009년까지 열린 대학 축구대회에서 심판 10명에게 2300여만원을 건넨 고려대의 전 축구감독 김모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심판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고려대는 2009년 연세대와의 정기전을 비롯해 심판을 매수한 경기에서 모두 승리하였으며 특히 연세대와의 경기에서는 편파 판정에 항의하는 감독을 퇴장시키며 2-1로 승리했다고 한다. 정정 당당해야 할 스포츠에서 그것도 가장 순수하고 깨끗해야 할 대학 축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대학 스포츠까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겨야 한다는 승리 지상주의에 빠져 온갖 부조리를 저지른다면 미래의 한국 축구는 어디로 갈지 알 수 없다. 우리는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선전한 결과 박지성 같은 걸출한 스타가 탄생된 것을 기억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그를 포함한 김연아, 박찬호, 이승엽, 신지애 등 세계 각지에서 활약하고 있는 많은 스포츠 스타의 어렵고 힘들었던 과정을 생각할 때 이번 심판 매수행위는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치졸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축구계는 이 사건을 썩은 이 빼듯 비리에 관여한 인사만 제거하면 된다는 안일한 인식에서 벗어나 미래의 한국축구를 걱정하는 심층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까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비리를 저지른 감독과 심판 그리고 학부모는 물론 감독기구인 대학과 축구협회까지 관여한 모든 인사에 대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할 것이며 또 다른 부정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와 감독을 철저히 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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