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이 머리를 다 깎고 나면 이렇게 표현하세요.
‘마음이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좋다고 하시니까 저도 마음이 좋죠”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매월 둘째 주 수요일이면 남편 사무실 문 닫고 출발합니다!” 쾌활하게 웃으며 말하는 서은주 씨는 한 달에 한번 채운동 소재의 석문회복기요양병원을 방문하는 미용봉사자다.

평소에는 남편 사무실에서 일을 돕는 그녀가 주기적으로 미용봉사를 이어오게 된 이유는 친구의 한마디였다.

석문회복기요양병원이 막 생기던 때를 떠올리던 그녀는 “그때 시어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셨는데 어머니 머리 손질을 해드리러 갔어요. 같이 간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어머니만 해드리기 그러니까 옆에 어르신들도 깎아드리라고요”

그렇게 불쑥 건넨 친구의 말에 서은주 씨는 자연스럽게 요양병원을 방문하게 되었다. 요양병원에서 실시된 첫 미용봉사 날을 그녀는 동그랗게 큰 눈을 뜨며 설명했다.

“깜짝 놀랐어요. 정말. 요양병원에 계신 어르신들이 다 찾아오신 거 같았어요. 머리 깎는 동안 말 한마디 없이 가위소리만 들렸어요. 그때는 병원에 제대로 된 공간도 없어서 목욕탕 안에서 깎아드리고 그랬거든요. 정말 너무 힘들었어요”

하지만 지난날에 비하면 요양병원의 첫 봉사날도 많이 수월한 편이었다고 이야기하는 서은주 씨는 2001년부터 미용봉사를 다닌 봉사베테랑이다. 당진군이던 시절 그녀는 교회목욕봉사회에서 미용봉사를 담당했다. 이동목욕차량과 함께 보건소직원, 운전·청소·목욕봉사자로 구성된 목욕봉사회는 몸이 불편해 도움이 필요한 분들의 집집마다 방문했다.

“그때는 이동목욕차량 한 대랑 자가 차량 한 대로 나눠 타고 집집마다 방문해서 머리를 깎아드렸어요. 대부분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분들이 많아서 누운 채로 머리를 깎아 드리기도 했고요. 머리를 다 깎아드리면 봉사자분들을 도와 청소며 목욕을 같이 하기도 하고. 사실 그때가 더 힘들었죠. 그래도 열심히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좋기도 했어요”

세월이 흐르고 당진에도 하나둘 요양센터가 생기면서 목욕봉사회는 자연스레 없어졌다. 같이 봉사하던 봉사자들은 요양센터의 보호사로 옮겨갔고 서은주 씨도 그녀의 본업으로 돌아와 미용실을 운영하는 틈틈이 몸이 불편한 분들의 집을 돌며 개인적으로 봉사를 이어왔다. 봉사를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냐는 물음에 그녀는 과거의 자신에게 있다며 웃었다.

“결혼도 전에, 교통사고가 난적이 있어요. 병원에 누워있는데 머리카락이 기니까 너무 불편한 거예요. 그때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렇게 불편한 분들 머리카락만이라도 시원하게 깎아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

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긴 건 역시 잘한 일 인 것 같다고 그녀는 말했다. “가끔 요양병원에서 머리를 깎아드리면 어르신들이 꾸깃꾸깃한 만 원짜리를 꺼내기도 해요. 줄게 없다며 알사탕을 건네기도 하고. 대체로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많으셔서 자원봉사라고 해도 뭐 챙겨줄 거 없나 어르신들이 그러세요. 그럴 때마다 얼른 회복하셔서 퇴원하시라고만 말씀 드리죠”라며 매번 반가워해주고 기다려주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끼는 그녀다.

요양병원을 방문할 때마다 한분이라도 더 많은 분의 머리를 깎아드리기 위해 가위질을 열심히 한다는 서은주 씨는 봉사를 계속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런 마음이죠. 개운한 마음. 어르신들이 머리를 다 깎고 나면 이렇게 표현하세요. ‘마음이 날아가는 기분’이라고. 그렇게 좋다고 하시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드리면 저도 마음이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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