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호 당진시부시장

이건호 당진시부시장
이건호 당진시부시장

[당진신문=이건호 당진시부시장] 충남도민들은 12년 전의 아픔과 상처를 보듬어준 123만 명의 기적을 여전히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7년 12월 7일 태안군 만리포해수욕장 북서방 5마일 해상에서 예인선 2척이 해상크레인 부선을 병렬로 연결해 항해하던 중 좌측 예인선의 예인줄이 끊어지면서 크레인 부선이 밀려나 대산항에 입항 대기 중이던 허베이 스피리트호를 충돌했습니다. 이 충돌로 인해 원유 1만900톤이 유출돼 서해의 아름다운 갯벌과 바다를 죽음과 절망의 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갯벌에서 양식하던 굴과 바지락, 김은 모두 망가졌으며, 갯벌에 살던 게와 조개 등도 같이 사라져버렸습니다.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서 추정한 피해금액만 최소 5000억 원. 바다가 생의 터전이었던 어민들은 절망에 주저앉았습니다.

하지만 전례를 찾아보기 힘들었던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 123만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태안바다를 해양수질등급 1등급으로 되돌려 놓는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123만 명의 국민들은 추위와 악취를 이겨내며 기름을 퍼 담고 헌옷으로 직접 바위와 자갈, 모래를 닦아내며 바다를 살려냈습니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당진시민들은 1998년을 최악의 악몽으로 기억합니다. 21년 전 8월 8일 엄청난 비구름을 동반한 태풍 오토가 이틀 사이 시간 당 100mm가 넘는 폭우를 쏟아내 당진에도 많은 피해와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이 당시 전국적으로 164명의 사망자와 70여 명의 실종자 등 230여 명의 인명피해와 8만 1800여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으며, 피해액만 1조원에 달했습니다. 물난리가 났던 이때는 IMF 구제 금융으로 국가적으로도 힘들었던 상황이었음에도 국민들의 성금과 자원봉사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우리는 21년 전, 그리고 12년 전 충남도민과 우리시민들이 받았던 은혜를 갚을 때입니다. 정부의 빠른 대처와 소방관과 군장병, 공무원 등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불길은 잡혔지만 지난 4일 강원도 일원에서 발생한 산불로 축구장 2460개가 넘는 면적의 아름다운 우리 강산과 주택 497동이 불에 타버리면서 많은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복구가 빨리 이뤄지고 화마에 집과 생업의 터전을 잃은 강원도민들이 하루빨리 보금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입니다. 시민 한 분 한 분의 작은 나눔은 21년 전, 12년 전 우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새로운 기적은 가까이에 있습니다. 바로 시민 한 분 한 분이 그분들에게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민족은 수많은 국가적 재난이 있을 때마다 모두가 한 마음으로 똘똘 뭉쳐 슬기롭게 이겨내 왔습니다. 수많은 외침과 재난 속에도 반만 년을 이어온 역사와 지금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이 이를 증명합니다. 강원도민이 겪고 있는 지금의 아픔도 5000만 국민이 함께 위로하고 보듬어 준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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