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다섯 번째 주자 '김연옥' 씨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사진 좌측부터 오랜만에 사진을 찍어 어색하다는 딸 김연옥 씨(61)와 어머니 김명두 씨(86), 아버지 김동설 씨(86)
사진 좌측부터 오랜만에 사진을 찍어 어색하다는 딸 김연옥 씨(61)와 어머니 김명두 씨(86), 아버지 김동설 씨(86)

“엄마, 아버지 저 왔어요”

딸들이 해준 목걸이를 멋지게 걸친 김명두 어머니와 침대 위에 앉은 김동설 아버지는 딸이 오자 반갑게 웃었다.

4년 전 남편의 퇴직과 함께 김연옥 씨는 고향 모평리로 돌아왔다. 부모님을 일찍 보내드린 남편은 장모님과 장인어른 곁으로 가 살자고 김연옥 씨에게 권했다.

“아버지께서 12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계시기도 하고 이제 어머니도 연세가 많으시니까요. 병원 모시고 가더라도 자식이 가까이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부모님과 한 동네에 살게 된 건 남편의 생각 덕분이라며 김연옥 씨는 말해본 적도 없다고 웃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고향으로 오자마자 김연옥 씨는 부모님의 ‘귀한 딸’이 되었다. 얼마 전 딸이 집을 비웠던 때를 떠올리던 어머니는 지금은 옆에 딸이 없으면 못 산다고 하실 정도다.

“딸이 여행 간다고 집에 국이며 반찬이며 만들어놓고 한 사흘 없었는데 어찌나 불안한지... 언능 와야 하는데 자꾸 궁금하고... 서울 살 때는 자주 못 오니까, 안 봐도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매일 봐야 해요”

김연옥 씨의 매일은 부모님 집에서 시작한다. 매일 아침 8시 반이면 그녀는 곧장 부모님 집으로 가서 아침을 봐드린다. 그리고 지난 밤 엉망이 된 집을 깨끗이 치운 후 장을 봐다가 반찬을 만든다.

“아버지께서 대소변을 잘 못 가리시니까 집이 엉망일 때가 많아요. 그래서 매일 가야해요. 어머니께서 예전과 달리 지금은 거의 기어서 생활하시니까 국이나 반찬, 집안일 등이 힘 드셔서 하실 수가 없어요. 그러니까 제가 꼭 가야죠.”

굽을 대로 굽은 허리로 겨우 움직이는 어머니는 작년에 고관절 수술을 받으셨지만 한번 넘어지는 바람에 거동이 더 불편해졌다.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한 것만 빼면 팔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가끔 딸인 김연옥 씨와 티격태격 하기도 한다. 부모님의 농사일까지 맡아하는 그녀를 농사베테랑인 어머니가 그냥 지나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기억이 까무룩 하셔도 어머니는 팔팔하시니까... 제가 하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드시면 이것저것 말씀을 많이 하세요. 그럴 때면 저도 많이 서운하죠”

어머니의 핀잔을 들을 때면 김연옥 씨도 사람인지라 부모님 댁을 ‘며칠 안 가야지’ 싶다가도 돌아서면 부모님 댁이란다. 농촌생활 4년차인 김연옥 씨의 요즘은 한창 고추 심고 감자밭도 일구고 할 일이 많다. 부모님 드릴 물김치도 담아야 하고 하루 6~7시간씩 곰국을 끓이기도 해야 한다.

김 씨는 “아버지께서 고기반찬, 곰국, 동태국 등 이런 것들을 좋아하세요. 또 연세가 드시면서 속이 안 좋다고 해서 물김치는 항상 있어야 하고요. 가끔 힘이 부칠 때도 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잘 잡수셔서 다행”이라며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말한다.

몇 해 전만 해도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한 달에 2번씩 목욕가고 놀러 가던 때가 있었다.

“그렇게 오래전도 아닌데 지금은 두 분 다 걸음이 불편해서 멀리 나가지도 못해서 안타까운 마음이죠. 특히 아버지께서 걷기를 너무 힘들어하셔서 발이 항상 퉁퉁 부어 계세요”라고 걱정하는 그녀는 아버지가 조금씩이라도 걸음을 뗐으면 하는 마음으로 집에 안전 바도 설치했다.

5남매의 맏이로 지난 날 동생들 뒷바라지 때문에 하고 싶다던 공부도 마음껏 못 시켰다고 말하는 어머니는 “조그만 애가 어릴 때부터 부모 일마치고 오면 밥 차려놓고, 참 많이 고생한 착한 딸”이라고 딸의 손을 어루만졌다.

착한 딸 김연옥 씨 부부의 착한 두 자녀도 가정을 꾸려 부모의 품을 떠났다. 더 걱정거리도 없다는 김연옥 씨의 바람은 지금처럼 남편과 어머니, 아버지와 잘 지내며 사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렇게 부모님을 옆에서 뵐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정말 정말 감사한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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