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 칭찬 릴레이-4] 50년 짝꿍의 곁에서 버팀목이 된 지모현 씨
[당진신문 칭찬 릴레이-4] 50년 짝꿍의 곁에서 버팀목이 된 지모현 씨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4.06 08:30
  • 호수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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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릴레이 네 번째 주자 '지모현' 씨
“아프고 싶어서 아픈게 아니니까, 50년 짝꿍이잖아요...
같이 고생하고 그랬으니까...당연히 돌봐야죠”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남편의 병원 생활 4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그날부터 하루 종일 함께이다. 그녀의 일과는 밥을 짓고 기저귀를 갈아주고 몸을 씻기고 닦인다. 밤이면 무의식적으로 소변 실수가 잦은 게 싫어 대여섯 번도 더 일어나는 남편을 따라 부인 지모현씨도 함께 눈을 뜬다.

“뇌출혈로 걸음도 불편하고 소변 실수할까 과일은 잘 안 먹어요. 거의 물이 없는 빵, 떡 위주로 드셔요. 그래도 식사는 잘 해서 다행이에요” 손님이 오셔도 집안 어디에도 과일이 없다며 지모현씨는 괜스레 미안해했다.

눈이 펄펄 오던 추운 겨울날 스물네 살의 지모현씨는 울먹이며 친정집을 나섰다. 남편 얼굴을 딱 1번 보고 시집보내졌다는 그녀는 이 집에서 웃음만큼 눈물도 많았다. 시외할머니를 16년 동안 모시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를 3-40년 동안 모시면서 시어른들의 마지막까지 모두 이 집에서 보내드렸다.

시어른들과 함께한 세월이 더 많아 남편 김인권씨와는 단둘이 산지는 얼만 안 된다는 지모현씨는 “어른들 계실 때는 맘 편히 화도 못 내고, 또 친정아버지, 어머니 욕보일까봐 속상해도 참고.. 그렇게 살다보니 할머니가 되어 버렸어요”라며 웃어 말했다.

시집와서보니 시누이 하나는 초등학교 2학년, 또 하나는 중학생이고 도련님은 군인이었다는 그녀는 막막했다고 한다. 그렇게 먹고 살기위해 닥치는 대로 일을 찾아서 다니고 남의 농사를 대신 지어주기도 하며 두 부부는 의지해 갔다.

젊은 날 고생을 끝으로 어려운 날 다 갔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제 남편과 할머니, 할아버지로 편하게 살아보자 했는데 불쑥 병이 찾았다. 2017년 추석 전날 아침 남편 김인권씨는 그날따라 눈을 자꾸 비볐다.

“날짜도 안 까먹어요. 그날이 추석 전이었는데 아들네 집으로 가자고 하니까 글쎄 눈을 자꾸 비비면서 머리가 아프대요”

체한 것 같다는 남편의 말에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던 지모현씨는 막내딸에게로 전화를 걸었고 이윽고 119가 집 앞에 도착했다.

“119한테서 전화가 왔어요. 사위가 119가 더 빠르다고 불렀다고 그래서 병원에 갔더니 뇌출혈이라고 더 큰 병원으로 가야한다고, 응급환자라고 하는데 머리가 하얘지고 정신이 없어서... 딸이 ‘엄마’하는데 딸을 못 알아보고 ‘누구세요’라고 했어요 내가”

남편은 금방 돌아올 거라고 슬리퍼를 신고 나섰다며 그날을 떠올리는 지모현씨는 아직도 울컥해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서울에 있는 큰 병원 다 전화를 넣어도 응급환자를 안 받는대요. 큰 병원으로 가야 된다는데... 시간은 가지, 애들이 인근 병원 다 전화하고 ‘어떻게 하나, 어떻게 하나...’ 겨우 청주에 있는 병원이 환자를 받는다고 해서 가려는데 이번엔 또 앰뷸런스가 없다고 평택에서 빌려 왔어요”

남편 김인권씨는 3개월 동안 병원 입원치료를 받았고 몸을 움직이는 게 어려워 재활병원에서 한 달을 또 보냈다. 자식들의 만류에 재활병원에 남편을 두고 집으로 온 지모현씨는 걱정되고 복잡한 마음으로 잠을 제대로 청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다시 재활병원으로 향했다. 재활병원에서 장염에 걸린 남편을 데리고 그녀는 또 다른 병원으로 향했다.

지모현씨의 간호로 이제는 지팡이를 짚고 겨우 걸음을 떼는 김인권 씨는 지난 날 고생한 부인에게 자신이 또 짐이 되어 미안한 마음을 “고생 많이 했슈” 한 마디로 밖에 표현 못하는 남편이다.

그렇지만 그녀는 남편의 볼을 쓰다듬으면서 “아프고 싶어서 아프는 게 아니니까...”요즘은 얼굴도 많이 좋아졌다고 주변에서들 얘기한다고 웃었다.

“사실 50년 짝꿍이니까, 같이 고생하고 그랬으니까, 당연히 돌봐야하는 건 맞는데 신문에 나올 정도는 아니고... 아! 비닐하우스가 기저귀로 가득이니까 그게 더 신문에 나올 일이네요”라며 지모현씨와 김인권씨는 쑥스럽게 웃어 보였다.


지모현씨는 “서울에서 남편 퇴직 후 친정 근처로 집을 마련해 몸이 불편하신 어머니, 아버지를 주말마다 돌보며 때때로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착한 딸이 동네에 있다”고 다음 칭찬릴레이 주자로 김연옥 씨를 추천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