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찬릴레이 세 번째 주자 이중근 씨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같이 지내온 세월과 달리 “왔슈”가 대화의 전부지만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오래 곱게 사시는게 희망이다.
“효자야.아들, 며느리가 늙은이 때문에 고생이 많지” 라며 아버지는 눈시울을 붉힌다.

104세 아버지 이범순 어르신(사진 가운데)과 70세 아들 효자 이중근 씨(좌), 그리고 그의 부인 송길순 씨(우)
104세 아버지 이범순 어르신(사진 가운데)과 70세 아들 효자 이중근 씨(좌), 그리고 그의 부인 송길순 씨(우)

채운동 소재의 백암길은 그 옛날 ‘곱돌’이 많아 동네이름이 백암(흰 돌)이다. 칭찬릴레이의 3번째 주인공인 효자 이중근 씨(70세)는 하얀 돌처럼 머리위로 새하얀 눈이 내린 104세 아버지 이범순 어르신을 모시고 함께 살고 있다.

‘올해 3살’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실 정도 “정신력은 말짱하다”는 아버지는 2015년 겨울, 갑자기 거동이 불편해졌다.

“아침 운동 잘 다녀오셨는데 갑자기 누우셨어요. 거동을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건강에는 큰 무리가 없어 식사도 잘 하셨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귀도 잘 안 들리고, 노환이라고만 하더라고요”라고 이중근 씨는 그날을 회상했다.

3년전인 2016년 초에는 이따금 두 팔로 다리를 끌어 마당으로 나서 밖 구경도 하셨다는 아버지는 어머니의 작고 후 그마저도 버거워 졌다. 요즘 이중근 씨의 일과는 아침이면 집 앞 밭일을 나서고 때때로 아버지의 소·대변기저귀를 갈아드리며 식사를 봐 드리고 수건을 적셔서 드리는 일이다.

“몇 번 목욕을 시켜드렸더니 아직 스스로 할 수 있으시다고 하십니다. 수건을 적셔 드리면 아버지께서 세수도 하시고 몸 여기저기를 닦으세요. 워낙 깔끔하셨던 분이라 거동이 불편할 뿐 평소와 다르시지 않으니까요”

걷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의 취미는 전보로 옮겨갔다. 젊은 날 우체국에서 근무해 자식들을 키우셨다는 이범순 어르신은 전보 치던 시절 “옛날 내 밥그릇”이라며 손자가 구해다준 전보로 “취재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전보를 보내기도 했다.

이중근 씨가 고향으로 돌아와 부모님을 모시고 산지는 올해로 50년째다. 7남매 중 넷째인 그는 농사를 짓겠다는 결심으로 객지에서 돌아와 밭농사와 논농사를 지으며 부모님과 생활을 시작했다. 계절마다 작물을 다르게 한다는 그는 봄배추, 여름배추, 가을배추(김장배추)등을 주로 재배해서 시장에 내어다 판다.

부모님과 한집에서 살았을 뿐인데 효자라는 소리를 듣게 되어 오히려 부끄럽다는 그는 부인 송길순 씨에게 더 고맙다고 한다. “시집와서 쭉 저하고 살면서 시댁어르신 모시고 같이 잘 지내줘서 고맙죠. 말로는 못해도 힘든 적도 많았을 거예요. 그래도 크게 싸운 적도 없고 본래 성격도 밝고 명랑해서 저희 부모님이랑 잘 지내올 수 있었어요”

이범순 어르신에게 이중근 씨는 어떤 아들이냐는 물음에 “효자야.. 아들, 며느리가 늙은이 때문에 고생이 많아...”라고 입을 떼며 눈시울을 붉혔다.

같이 지내온 세월과 달리 아버지와 아들이라 들어오면 “왔슈”가 대화의 전부라는 이중근 씨는 아버지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돼지머리고기와 인절미”라고 곧바로 대답한다. 요즘에는 인절미가 위험할까 거의 드시지 못하게 한다는 그는 떡을 좋아하시는 아버지를 위해 소화 잘되는 기주떡으로 바꿔서 드리고 있다.

하루 종일 방 안에서 이따금 사람들이 오면 “좋은 뉴스 없냐”고 물으신다는 아버지가 “건강하게 오래 오래 사시다가 가시는 날까지 편찮은 일 없이 곱게 사셨으면”한다고 효자 이중근 씨는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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