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가 단단히 노했다. 당연한 일이다.
지난 8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스님과 불교신자 등 20만(주최측 주장, 경찰추산은 6만) 명이 모여서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 범 불교도대회”를 열었다.


현장에는 ‘대한민국 정부는 선교의 도구가 아니다’라는 등의 구호가 현수막으로 수백 개나 내걸렸고, 결의문에서는 ‘대통령이 종교와 계층, 지역차별의 벽을 허물고 국론을 결집하기 바란다’ 고 강조했다고 한다. 구호도 옳고 요구도 정당하다.


우리나라는 국교가 정해져 있는 나라가 아니다. 정교분리의 원칙이 적용되는 나라다. 특정종교에 편향된 정책이나 행정이 있을 수 없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웅덩이를 다 흐려놓는다고 했다. 이토록 불교계를 노하게 하는 빌미를 만들어낸 이들의 작태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난 6월과 8월에 국토해양부의 수도권 대중교통 정보시스템과 교육과학부의 교육지리 정보시스템에 사찰정보를 모조리 빼버린 사실이 드러났다. 이 일은 초등학생 정도의 의식과 판단력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급한 수준의 망발이었다. 이것은 과잉충성도 무엇도 아니다. 개념부재의 현상이다.


이어 일어난 불교계에 대한 경시내지는 무시하는 듯한 일련의 사태들도,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오해를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이 의도하지는 않았다 하더라도, 알아서 기는 분위기가 그렇게 흐르게 되기까지 먼저 단속하지 못한 일말의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이런 곳에서까지 소통부재가 있어서야 되겠는가.


정부는 조속히 사과할 것은 사과하고 시정할 것은 시정하여, 종교문제가 대결과 거부 등으로 확대 생산되어 자칫 국론분열로까지 치닫지 않도록 발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불교계도 이번 일이 종교간의 갈등양상으로 발전하지 않도록, 정부와의 기겨루기가 되지 않도록 대승적 차원에서의 이해와 관용을 보여야 하겠다.


범불교도 대회가 ‘정권과 등을 돌리는 자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 하니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대통령과 정부는 지금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고 바쁘며 또 갈 길은 얼마나 먼가.
기독교인들도 다른 종교를 종교로 인정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장미는 장미대로 제 빛깔을 뽐내고 이름 없는 풀은 풀대로 제 향기를 가져야 한다’ 고 범불교대회에서 태고종의 법현스님이 역설했다는 말을 음미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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