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문화원 노래교실을 찾아서

22일 오후 1시 30분 당진시 채운동에 거주하는 한 모 씨는 이날도 어김없이 집을 나섰다. 왜냐하면 일주일에 한 번 당진문화원 생활문화센터에서 유 준 강사와 함께하는 노래교실이 열리는 날이기 때문이다.

주말이기도 하고 헤어스타일이라도 바꿔 색다른 기분으로 봄을 맞이해 볼 요량으로 집을 나섰다가 오후 2시부터 시작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려고 30분 전에 집을 나선 그와 길에서 마주쳤다.

함께 걸으면서 노래교실에 참여하게 된 동기를 물으니, “동창회를 가면 잘하든 못하든 노래한곡 쯤은 꼭 해야 되는 상황이 오는데 아는 노래도 없지, 노래도 잘 못하니까 자꾸만 자신감이 없어져서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다는 그래도 가서 한 곡이라도 따라 불러보고 자꾸 듣다 보면 지금보다는 실력이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지 않겠나 싶은 마음에 참여하고 있다. 가서 노래 따라 부르고 오신 분들과 함께 웃다보면 기분까지 좋아진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 오후에는 누가 뭐래도 일정을 잡지 않는다. 할 일이 있어도 만사를 제쳐 놓는다. 최우선 순위다.”라고 말한다.

그리고는 “노래교실이라도 가니까 벌떡 일어나서 찍어 바르고 단장하고 나오지 그렇지 않으면 끝없이 집안에서 뒹굴거리게 된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삶에 활력이 된다. 다음 달에는 수 년 동안 접었던 수영도 다시 배우려 하고 있고, 보건소에서 시행하고 있는 요가도 신청기간 놓치지 않고 이번에 꼭 참여하려고 마음먹고 있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좋으면 만사 제쳐 두고 저리 열성적으로 참여하나 싶은 마음에 미용실 가려던 계획을 미루고 그녀와 동행해 보았다. 집에서 정확히 30분 걸려 정각 2시에 도착한 당진문화원 1층에 자리한 생활문화센터 안에서 문틈으로 벌써부터 흥겨운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다. 문을 빼꼼이 열고 들어가 맨 뒤에 자리 잡고 앉았다.

대부분의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 70여 명이 자리를 채우고 앉아서는 강사님 무대에 오르기 만을 학수고대 하고 있다.

이 모임의 총무를 맡고 있다는 분이 “평상시 같으면 빈자리가 없을 터인데 영농철이 시작돼 빠진 분들이 여럿 계신다.”고 귀띔해 준다.

검은 테 안경을 쓰고 키가 작아 보이는 유 준 강사가 무대에 오르고, 유쾌한 목소리로 어르신들과 인사를 나누더니 이내 노래가 시작된다.

“세상사 스무고개 길/좋은 날만 있을까/이왕이라면 웃으며 살자/말처럼 쉽지 않아도/일소일소 일노일노/얼굴마다 쓰여져 감출수가 없는데/한 치의 앞날 모르는 것이/인생인 것을/그게 바로 인생인 것을/웃다가도 한세상이고/울다가도 한세상인데/욕심 내봐야 소용없잖아/가지고 갈 것 하나 없는데~”

노랫말을 가만히 듣고 앉아있다 보니 어느 명설교가 이리도 은혜로울까 싶다. 한 마디 마디마다 교훈이 한 가득이다. 가지고 갈 것도 없는데 욕심 낼 것도 없고, 웃어도 울어도 한세상인 것을 기왕이면 웃으며 살아야지 노래 따라 부르며 어르신들 남은 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지혜도 함께 얻고 있었다.

중간 중간 유 준 강사의 농익은 우스개소리에 때로는 박장대소 하고, 노랫가락이 구슬퍼지노라면 눈에 눈물이 그렁거렸다가도 흥겨운 음악에는 이내 어깨를 들썩이며 시종일관 박수를 멈추지 않는 어르신들은 그렇게 웃고 울고 또 다시 웃으며 노년을 즐거웁게 채워가고 있었다.

삼각관계, 동전인생, 최고 친구, 한남자의 여자, 살다보니.......... ‘세상에 저런 노래가 다 있었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앉았는데 끝도 없이 주욱 이어지는 노래들을 어르신들은 어쩌면 그렇게 곧잘 따라 부르신다. 매주 참여해 온 내공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살다보니 나이는 숫자일 뿐이고/세월가도 마음은 청춘이라고/겁 없는 내 인생 살다보니/ 지금의 이 나이가 되었네/살다보니 살아지고/웃다보니 웃어지고/살다보니 지금이 좋은 때야’

책 한권 읽고 난 후에라야 얻을 수 있는 그 교훈이 한가락 노랫말에 다 들어 있다. 어르신들 노래를 배우면서 많은 것을 얻고 있었구나 싶다.

한 시간 여 노래교실에 참여하고 문화원을 나서 길을 걷는데 노랫말이 자꾸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살다보니 살아지고/웃다보니 웃어지고/살다보니 지금이 좋은 때야’

내게도, 어르신들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내일이 아닌, 오늘 지금이 가장 좋은 때였구나!

때로는 위로를 얻고, 때로는 큰 교훈을 얻는가 하면, 때로는 소망을 품게도 하는 참 오묘한 노래, 어르신들 일주일동안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다가 열일 제쳐놓고 냉큼 달려가는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유니메드 제약회사에서 강사비를 지원해 지역민들에게 활력을 주려고 마련됐다는 이 노래교실은 매주 금요일 오후 2시 당진문화원 생활문화센터에서 함께할 수 있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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