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타고 당진시내 곳곳 이발 봉사하는 이발사
제8기 국민추천포상 봉사부문 국무총리상 수여
“팔팔해요 다리도 괜찮고 손도 말짱하죠... 아직 팔십도 아닌데 젊죠”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우리는 참 표현에 서투르다. 남을 칭찬하는 일에 인색하고 타이밍을 놓쳐버리기 일쑤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이 보인다. 내 고장 당진에 살고 있는 좋은 분들을 알게 된 이상 지나칠 수 없다. 이에 본지는 입 간지러워 참을 수 없는 착한 당진 사람들의 선행을 칭찬해보는 코너를 마련했다.


“한창 이발소 할 때는 어린 애들도 오고, 젊은 사람들도 많았지요. 지금은 그때 젊은 사람들이 다 오륙십이 넘어버렸지만... 허허 ”

무궁화 이용원 박기택 이발사는 올해로 78세, 60년째 이발업을 하고 있다. 현재 당진시 채운동 소재의 무궁화 이용원을 운영 중인 그는 한평생을 이발사로 살면서 봉사를 실천하고 있다.

“여름이면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게 일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해 가위를 들게 되었다는 박기택 이발사는 매달 2번씩 구룡동 평안마을과 평안실버요양원을 찾았다.

“거기에는 이발소가 없어요. 그래서 부자친구보고 이발전용 의자 좀 기증하라고 하고, 아는 사람보고 거울도 기증해달라고 해서 지금은 어엿한 이발소 다 됐지요. 처음에는 대합실 같은 곳에서 어르신들 모셔서 의자 놓고 그냥 깎아드리고 했어요”

박기택 이발사가 처음 봉사를 시작하게 된 건 1969년, 그의 나이 28세로 그에게는 가장 오래된 특별한 손님을 만난 것도 그때라고 한다.

“제대하고 왔는데 동네 친구 형이 중풍으로 쓰러져서 거동이 불편하다고 해요. 금전적으로 도우자니 처지가 좋지 않고 내가 가지고 있는 기술로라도 도와보자, 그런 생각으로 봉사를 시작했어요. 그렇게 그 형님을 제일 오래 깎아드렸어요. 16년 정도 됐을 거예요, 그 분이 떠나시기 전까지는 제가 전속 이발사였지요”

그때부터 젊은 박기택 이발사는 자전거를 타고 당진 시내 곳곳을 누볐다. 거동이 불편하신 분이 있으면 집집마다 방문해 머리를 손질해 주었다. 그를 기다리고 있는 분들은 그날만큼은 머리가 잘 손질 되었는지 어떤지 거울을 비쳐보며 기분을 낼 수 있었다고 가족들은 전한다.

얼마 전 무궁화 이용원에는 자랑스러운 플랜카드가 걸렸다. 때마침 이용원을 찾은 지인은 “작년 3월에 국민추천포상이라는 게 있다고 들어서 제가 형님을 추천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형님이신데 당진에서 한평생 봉사를 하신 분이니까요. 제가 나서서 추천을 했지요”라며 이용원을 찾은 지인은 자신의 일인마냥 기쁘게 말한다.   

지난 2월 26일에 있었던 표창수여식에 대해 그는 “정부서울청사가서 국무총리를 만나서 표창장도 받고, 또 청와대로 가서는 대통령도 만나서 악수하며 기념촬영하고 아주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미소 지었다.

지금까지 그의 손길을 거쳐 간 수천 명의 어르신들은 짧게는 3,4년 거의 7년 정도 머리를 깎아드리면 세상을 떠나시곤 하는데 매번은 어려워도 어르신들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을 찾는다는 그는 ‘그동안 아버지, 어머니 잘 돌봐주셔서 감사하다’고 연거푸 인사하는 자녀들을 볼 때면 마음이 보람으로 가득 차서 도리어 그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고 전했다.

한 달에 두 번, 주말에 평안마을과 평안실버로 봉사를 다니는 박기택 이발사는 아침 7시부터 오후 2~3시까지 꼬박 50명~70명의 어르신 머리를 손질해드리면서도 “팔팔해요. 다리도 괜찮고 손도 말짱해요. 아직 팔십도 아닌데 젊죠”하고 웃어 보인다.

또 운전을 하지 못해 평안마을을 매달 방문하기 불편했던 그에게 5년 전부터는 어느 때든 든든한 기동력이 되어주는 좋은 동생을 만나 기쁘다며 “제가 할 수 있는 일로 사람들을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오래도록 건강하게 봉사를 계속 해나가겠다고 전했다.
국민추천포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헌신하는 숨은 유공자를 발굴하여 포상하는 국민참여형 포상제도로서 박기택 이발사는 제8기 국민추천포상에서 봉사부문 국무총리표창을 수여받았다.


칭찬릴레이의 첫 번째 주자인 박기택 이발사는 운전을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항상 날이 좋으나 궂으나 아침 7시면 저를 데리러 와 평안마을로 함께 가는 동생이 있다”며 “그 동생 덕에 걱정 없이 봉사활동을 다닐 수 있다”고 말하면서 다음 릴레이 주자로 ‘차종우’씨를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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