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산간척지 피해농민보상 토지 60만 평 소유권 논란

▲ 눈에 덮인 서산간척지 넓은 들판

고 정주영 현대건설 회장 시절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조성된 서산간척지 피해농민보상 토지 중 60만 평에 대한 소유권 논란이 불거져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피해농민들에게 배분되었던 농지권리증을 서해안영농조합이 소정의 금액을 지급하고 승계 했는데 농지권리증을 배분했던 현대건설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법적인 소송으로 번지고 있다. 이 조합 관계자는 “간척사업 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농민들 몫으로 배정됐던 토지를 현대건설이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분양하지 않아, 농민은 물론 영농법인까지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현대건설은 이에 “해당 토지는 피해농민들에게 배정된 토지이며, 신청기간도 지났기 때문에 분양할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농민이 아닌 영농법인에게는 땅을 줄 수 없으며, 현재는 피해농민들이 원래대로 토지를 요구해도 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이에 대해 2003년 당시 권리증을 승계 받은 전승근 씨는 “현대건설에서 발급된 서류에 의하면 ‘권리의무승계’라는 제목으로 명의변경을 인정해줬고 현대건설 명의로 접수증까지 발급했다. 또한, 신청기간 전에 분양을 신청했으나 현대건설이 신청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항의했다.



# 서산간척지 피해농민보상 토지 60만 평은 어떤 땅인가

故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배 물막이 공사’를 통해 진행한 것으로 유명한 서산간척지는 현대건설이 1980년 조성한 서산 천수만 일대 3천100만평의 간척농지다.


이곳은 최근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곳이다. 부남호를 중심으로 태안군 지역은 태안기업도시(부지 14.644천㎡)로 서산시 지역은 서산 바이오·웰빙 특구(570만㎡)로 지정되어 개발이 진행 중이며, 특히 서산간척지 B지구 중 태안군 남면 일원에 조성중인 기업도시는 지난 2007년10월 기공식을 가졌고 현재는 세계적인 도시조성을 위한 기반공사가 한창이다.


서산간척지는 수 십 년간 절대농지로 묶여 주목을 받지 못하다 2000년대 들어 현대건설이 농지를 일반에 분양하면서 전국적인 분양열기가 몰렸다.


현대건설은 지난 2003년 이 간척지 중 A지구 1천448만평을 평당 2만 원대에 분양했다. 간척지 조성과정에서 피해를 봤던 농민들을 위한 보상토지였다. 이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피해농민들에게 1인당 1천500평을 살 수 있는 ‘농지권리증’을 배포했다.


# 농지권리증이 있는데 왜 분양 안하나

지금 논란은 2003년에 농지권리증을 배포한 현대건설이 피해농민들에게만 농지를 분양했다면서 농지권리증을 가지고 있는 영농조합을 외면하자 피해를 입은 영농조합이 항의하면서 시작됐다.


그러나 당시 문서를 살펴보면 현대건설이 ‘농지권리증’을 배포하면서 양도양수를 가능하도록 했다. 이 때 양도양수에 부담을 느끼거나 1500평의 배정된 농지에 농사를 지어도 거리가 멀어 수익타산이 맞지 않는 농민들은 자신들이 받은 농지권리증을 제3자인 수백 명에게 매각했다.


이 권리증을 사들인 서해안영농조합(당시 대표 전승근)은 피해농민들의 권리증을 각각 250만원~300만 원 정도씩 주고 400매(60만평) 가까이 사들였다.
이후 2003년 11월초 현대건설은 농지권리증을 보유한 이들에게 토지분양을 시작했다. 이에 서해안영농조합은 보유하고 있던 권리증을 제출하고, 계약금(분양대금의 10%)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당시 서해안영농조합이 제출한 권리증의 접수를 거부했다. 피해농민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현대건설 측은 권리증의 양도양수는 피해농민들 사이에서만 가능했는데, 해당 영농법인은 피해농민이 아니라며 접수를 거부했다.


당시 대표였던 전승근 씨는 “현대건설 측에서 접수를 거부한 뒤, 간척지 보유 토지의 가격을 일반분양가로 받으면 토지를 주겠다고 제의했었다”면서 “피해농민들에게는 2만 원대에 팔지만, 우리는 법인이니 3만5천원은 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농민 몫의 보상토지로 현대건설이 장사를 하려 했다는 설명이다.


# 피해농민에게만 분양?...다른 영농조합에도 분양해

현대건설 측 이에 대해 “당시 권리증을 소유한 이들에게 제시됐던 분양가격은 보상차원의 가격이었다”면서 “권리증을 갖고 있던 서해안영농법인은 피해농민이 아니기 때문에 일반분양가로는 분양할 수 있다고 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권리증을 소유하고 있는 농민 이외에 어떤 영농법인에게도 토지를 넘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는 주장도 제기돼고 있다.
이와 관련 서해안영농법인측은 “2004년 초에 현대건설로부터 농지권리증을 사들인 D영농법인이 있다. 실제등기부 확인 결과 D영농조합은 현대건설로부터 500매를 주고 토지소유권을 직접 넘겨 받은 사실이 확인됐고, 서산시 장동 00번지의 피해농민이 배정받은 농지도 편법으로 D영농법인에 소유권을 이전한 사실이 등기부등본에 기재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피해농민들이 보상토지를 받던 2004년 초에 현대건설로부터 토지를 분양받은 영농법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2004년 초에는 2003년 말 신청했던 보상토지들이 농민들 명의로 변경되던 시기였다.


실제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D영농조합은 2004년 2월13일 현대건설로부터 토지소유권을 직접 넘겨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이 토지는 현대건설의 소유였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당시 토지공사)의 경매신청이 있었으나, 2003년 12월31일 해지된 후 2개월만에 D영농법인의 소유가 됐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측은 “아마도 일반분양을 받았던 토지일 것”이라며 “공교롭게도 시기가 보상토지 분양 때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2000년 당시 일반분양 과정에서 분양했던 토지의 명의가 그때 넘어갔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시 정확한 계약일자와 과정 등에 대해서는 답변을 피했다. 오래 전 일이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는 게 현대건설측의 답변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현대건설만 믿고 ‘농지권리증’을 피해농민들에게서 사들인 지역 영농회사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고 현재까지 아무런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당시 후유증으로 이 지역영농회사는 폐업상태에 놓여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현대건설과 지역영농회사의 싸움은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또한, 이를 지켜보는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대건설의 도덕성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전국지역신문협, 서해안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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