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가온 미술관]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하는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길 가온 미술관]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하는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3.01 09:30
  • 호수 12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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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미술관 속 새로운 이야기
당진을 걷다보면 만나게 되는 미술관, 그 고요한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다.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과거 두근두근 기다리던 소식을 전해주던 빨간 우체통은 김회영 관장을 만나 새로운 일을 시작했다. 그녀가 옛 우체국이던 이 건물과 사랑에 빠지게 된 건 5년도 더 전의 일이다. 작업 화실을 찾던 그녀의 눈에 우연히 들어온 이곳은 그날부터 그녀를 부지런히 찾아들게 만들었다.

틈틈이 면천을 찾아온 그녀는 임대 중이던 건물에게 외사랑을 전했다. 마침내 그녀는 공매를 통해 쟁취했다. 옛 우체국 건물 그대로 창틀 하나 바뀌지 않은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은 그렇게 2017년 개관했다.

하얀 건물 바탕에 구름이 살짝 얹어진 듯 쓰인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서면 미술관 소장의 다채로운 여러 작가의 작품이 반긴다. 작고 아담한 그림을 감상하다보면 2층으로 올라서는 계단이 나오는데 계단 끝은 온통 프리지아 꽃밭이다.

프리지아로 향한 시선을 창가로 옮기면 테이블마다 자리 잡은 그라인더가 눈에 띈다. 손수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게 마련해놓은 그라인더는 그녀가 운영하는 미술관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그녀가 손 글씨로 또박또박 써 놓은 대로 커피를 만들다 보면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잠시 멈추어가게 된다.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은 백(百)해를 넘긴 교회와 마주하고 천(千)해도 넘은 은행나무와는 사이좋은 이웃이다. 또, 은행나무 아래에 자리 잡은 고려시대의 돌다리까지 면천 곳곳은 오래된 시간으로 가득하다. 김회영 관장이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김회영 관장이 처음부터 미술관을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음악활동을 더 많이 했다는 그녀는 당진생활음악협회를 10년째 해왔다. 그동안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고향을 그리워하듯 그녀 역시 그림을 그리워하게 됐다.

“시간이 흐르다보니까 그림을 더 원하게 됐어요. 음악은 악기도 그렇고, 목소리도 그렇고 시간 앞에서 자연스레 표현이 힘들어지더라고요.”

그림은 달랐다.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 더 감정이 쌓여 묻어나고, 표현의 깊이는 더 깊어졌다. 그녀가 그림을 결심하자 이왕이면 미술관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더해졌다. 그렇게 그녀는 운명적으로 면천면을 만나게 됐다. 미술관 개관을 결심하자 행운은 연 달았다.

개관 후 3년 정도는 미술관을 가꾸고 꾸미는 동안이라 아무도 오지 않아도 쓸쓸하지 말자 생각했던 것이 개관 전을 시작으로 오늘보다는 내일, 내일보다는 모레 미술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었다. 요즘은 너무 바빠 밥을 제때 못 먹을 때도 많다는 김회영 관장은 주말은 보통 6-70명, 한 달에 1,000여명의 관람객을 만났던 적도 있다.

현재 전시중인 작품은 ‘미술관 소장품 나눔전’으로 박방영, 방국진, 안기호, 이승오, 이한우, 김길상, 최연, 조행섭 작가 등 8명의 주요작품이 관람객들과 만나고 있다. 2층에는 김회영관장의 작품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며, 테라스에는 요즘 준비하고 있다는 ‘커다란 배’ 한척을 만나 볼 수도 있다.

오는 3월 5일부터 3월 11일까지는 면천의 뜻 깊은 3월인 ‘3·10만세운동’을 기리는 전시가 예정되어 있으며, 전시내용으로는 3·10 만세운동의 운동가분들의 사진과 만세운동 사진 및 동영상을 함께 전시할 계획이다.

이어서 3월 12일부터는 ‘이은미 기획초대전’으로 실생활에서 접하는 바닥, 벽 등을 내면세계로 표현해내는 작가만의 특징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봄이면 면천면과 함께이고 싶다는 그녀는 미술관 뒤로 유채 꽃밭이 펼쳐지고, 유채밭 끝에는 걷기 좋은 대나무 산책로가 있다고 귀띔했다.

당진읍내에서 태어나 한참만에야 면천면을 알게 된 그녀는 이방인 같았던 이곳에서 어느새 오래자리한 우체통마냥 기분 좋은 울림을 전하는 미술관 관장이 되었다.

당진을 얘기하면 면천을 꼭 떠오르게 하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처럼 면천으로 향하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에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

남편의 퇴직 전까지는 미술관은 무료, 찾으시는 분들 모두가 이곳에서 시간을 천천히 느낄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그녀는 오래된 건물이 말하는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좋아하며 시간이 멈추어 흐르는 ‘면천읍성 안 그 미술관’에서 그녀만의 새로운 시간을 쌓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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