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고 마감을 하는 시점에 이르면 쌓이느니 회한뿐이라는 것이 해마다 되풀이 되고 공통되는 화두로 떠오른다.
이것은 한 마디로 이 한 해를 치열하게 살아오지 않았다는 명명백백한 증거가 되니 부끄러울 뿐이다. 자신의 삶의 궤적을 되돌아보며, 그 현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씩씩했던 기억이 없다면 스스로 실망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화두는 필부의 삶을 조망하는 데 사용되는 것으로 그쳐야 한다. 행세깨나 한다는 이들 즉 소위 지도층 인사라고 하는 이들에게는 절대로 미치지 말아야 할 일이다. 필부의 경우야 자신의 삶에 주는 영향으로만 그칠 일이지만, 소위 지도층 인사들의 삶이란 사회전반에 영향을 주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 건강하고 부지런하고 씩씩해야 사회가 건강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매사매난(每事每難)의 한 해

기축년은 참 일도 많고 탈도 많은 한 해였다. 이것을 다사다난했다고 표현하기에는 사실과 거리가 있다. 작은 일이건 큰일이건 생기는 일마다 또 하는 일마다 탈이 없는 게 없었으니 더욱 그렇다. 특히 정치판이 그랬다.
대의민주주의라는 말이나, 의회주의라는 말은 실종된 지 오랜 듯하고, 원칙이나 적법, 더 나아가서 토론, 협의, 타협, 합의, 상생 등의 말들도 우리의 정치 현실 속에서는 찾아지지 않는 말이 되어버렸다.
이것들은 어느 사회나 어느 집단에서 보다도 정치 현장 속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어야 하는 말들이 아닌가. 이런 현실을 오래 겪다보면, 고어사전에서라도 그 존재를 찾을 수 있을지가 걱정스럽다.
대신 변칙이나 불법, 탈법 또는 투쟁, 농성, 말살 등의 말들이 판을 치고 있다. 문제는 이것들이 앞서 열거한 말들을 삼켜버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는 점이다.
자리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그 의미까지를 오염시켜 버리게 될까봐 염려가 된다. 이러니 더욱 가중된 혼탁만 되풀이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기축년 한 해 동안 사사건건 어느 하나 정치 현장이나 국회에서 원만하게 해결되고 이뤄진 게 있는가.


국론통일먼저

정치권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서 어떻게 국민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겠는가.
세종시가 그렇고 4대강 사업이 그렇다. 이뿐이 아니다. 크든 작든 무엇 하나 여·야 합의로 처리된 것이 있는가.
이런 것들이 또 해를 넘기게 되었으니 큰 문제다. 언제까지 여·야의 극한 대치가 계속될 것인가. 이런 일들은 국민을 볼모로 하는 일이다. 이 일을 빌미로 민생문제나 여타 사안들이 표류하고 있으니, 결국은 국민을 볼모로 잡고 벌이는 일이 아닌가.


하루빨리 결론을 내리고 결론에 따라 합심하여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세종시 문제로 영·호남 갈등에 더해 충청민심의 갈등과 이반을 초래하고 있다. 2파전이 3파전이 되고 있고, 경남과 경북도 의견이 나뉘는 듯하니 문제는 더욱 복잡해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민심의 이반이, 정치권의 합의나 타협에 의한 해결 이후까지 앙금으로 남을 수가 있으니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민심을 갈라놓고서 무슨 일인들 할 수 있겠는가. 아무 일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 이분법적인 정치논리로 문제 해결을 늦추고 끌어가서는 안 된다. 어떤 집단이든 저들의 이익을 우선하기 위하여 민심을 자극하거나 충동질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되돌아 올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민심을 갈라놓고서 할 수 있는 일이 있겠는가. 한 번 갈라진 민심이 다시 하나로 통일되기까지, 얼마나 길고 먼 고통과 노력의 시간이 필요한지 아는가. 민심의 이반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할 것이다.


구태(舊態)를 버려야 한다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귓전으로 흘려버리는 말이 있다. 주로 정치권을 향해 쓰는 말인데 사회전반에도 그렇고 개인에게도 해당이 되는 말이다. “구태를 버려야 한다.”는 말이다.
구태를 버리지 않고는 발전이나 전진이 있을 수 없다. 정치가 그렇다. 물론 국가도, 사회도 마찬가지고, 단체도 개인도 똑 같다. 버려야 할 것을 버리지 못한다면 미래가 없다. 변화에 적응할 수도 없고 변화에 발맞춰 나갈 수도 없는 것이다.


세상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다. 이런 변화 속에서 몇 십년 전의 행태를 아직도 벗지 못하고 있다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남은 건 개인적인 도태거나 조직의 붕괴뿐이다.
한 해를 마무리 하면서 먼저, 버릴 것부터 버리자. 새로운 시작에 걸림돌이 되는 것부터 치워야 한다. 도약에 족쇄가 되는 것이라면, 과감히 버려야하지 않겠는가.


구태를 버리고 나서서 새 아침에 새로운 태양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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