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신문=이선우 작가] 방송일을 하면서 손에 꼽는 좋은 점 중 한 가지는 일이 아니라면 평생을 가도 몰랐거나 관심을 두지 않았을 정보들을 기꺼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알게 된 정보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책임운영기관’이다. 책임운영기관은 대국민 서비스 등 성과관리가 필요한 업무에 대해 조직·인사·예산 운영상 자율성을 폭넓게 보장하되, 성과에 대해 책임과 보상을 적용하는 행정기관이다. 국립정신병원, 통계청, 재난안전연구원, 국립수산과학원 등 의료·문화·연구·통계 분야 51개 기관이 지정돼 운영 중이다.

책임운영기관이 뭐에 쓰는 물건인고?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기관 홍보 프로그램이 기획됐고 그게 나에게 떨어졌다. 당시 소개할 우수책임운영기관은 모두 8곳이었다. 그 중 (아는 작가님이 알바를 하던) 국방홍보원, (아이와 함께 가봐야지 생각했던) 국립과천과학관 그리고 (출장 때마다 애용했던 휴양림을 관리하는) 자연휴양림관리소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한 곳 한 곳 소개하며 많은 배움을 얻었고 무엇보다 그 과정에서 즐거움이 컸다. 특히 자연휴양림관리소 편에 서산 용현자연휴양림의 유아숲체험원 프로그램을 소개할 때는 괜히 뿌듯했다. 큰 아이가 유아시절 경험한 프로그램인데다 마침 당진의 어느 유치원 친구들이 방문한 날 촬영이 이루어졌다. 모두 내 아이처럼 보여 얼굴 하나하나 자세히 살폈던 기억이 난다.

지역 방송의 피디와 연이 닿아 먹방을 경험하기도 했다. 추천 받은 맛집을 다니며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방송. 그 가운데 급식도 포함됐다. 어린이집 급식부터 초중고 급식까지, 이름 하여 급식 먹방. 종이로만 보아온 식단을 직접 볼 수 있겠다 싶어 기대가 컸다. 하지만 생각과 달리 선뜻 급식을 공개하겠다는 곳은 거의 없었다. 뭐 별 거 없어서요, 방송에 내보낼 수준이 아니에요. 섭외 전화에 난색을 표하며 전하는 멘트들은 대부분 비슷했다. 조리실엔 얼씬도 안하고 그냥 아이들과 같이 배식 받고 밥만 먹겠다고 했지만 호의적이진 않았다. 섭외에 도움을 받을까 싶어 지역마다 운영 중인 어린이급식관리지원센터와 학교급식지원센터를 찾아 연락을 해보았으나 신통치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시청률마저 저조했고, 급식 먹방은 얼마 못가 원래의 먹방으로 대체됐다. 난처해하는 영양사선생님들에게 더 이상 애걸복걸 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이다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전국 최초 민·관 거버넌스 방식으로 운영되는 학교급식지원센터가 바로 이웃 동네에  있다는 건 한참 뒤에 알게 됐다. 지자체장을 모셔다 대담을 나누는 프로그램을 하면서다. 지역의 친환경 농축산물을 가장 저렴한 가격에 지역 학생들에게 공급하며 전국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고 있다는 이야기에 마음이 쏠렸다.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보니, 행정기능은 지자체에서 직접 담당하고, 물류는 지역 농업법인이, 식재료 공급은 지역 생산자단체 및 지역가공업체가 맡고 있다. 식재료 공급자는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고 학교는 중간 마진 없는 생산자 가격에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다. 이 선순환 시스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아이들이다. 갓 학부모가 된 입장에서 그보다 부러운 것이 없었다.  

최근 당진의 학교급식지원센터 논란이 엎치락뒤치락 연일 회자되고 있다. 코앞으로 다가온 개학이 반갑기는 커녕 오히려 걱정이다. 아이들의 끼니만 문제라면 불같이 화라도 낼 텐데 여기엔 내 아버지와 같은 농민들의 애끓는 밥줄이 얽혀있고 내 이웃과 같은 근로자들의 간절한 밥줄도 달려있다. 하필이면 아이들의 ‘끼니’가 달려있는 밥그릇싸움이라니, 마음이 뻐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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