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6일 오후 찾아 본 한진포구(당진시 송악읍 한진리)의 바닷바람이 매섭지만 상쾌합니다.

주말이어서인지 주차장이 가득 차 있고, 부모님과 함께 바닷바람 쐬러 온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며 신이 나 웃는 소리가 바다 멀리 퍼져나갑니다.

충남 아산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배 띄워진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어디서 오셨냐, 많은 바다 가운데 하필 이곳을 찾으신 거냐 여쭈니 구구절절 답변해 줍니다.

“이곳에 예전에 다녀갔을 때 참 좋은 기억이 있어서 오늘 왔거든요. 저기 보이는 선착장에 배가 들어오면 갓 잡아 싱싱한 꽃게랑 소라를 싸게 살 수 있었어요. 어르신들한테 여쭤보니까 지금은 추워서 배가 못 나가고 있고 3월이 되어야 한 대서 그때 다시 찾을까 합니다. 오늘은 할머니들께서 아침에 땄다는 석화를 한 무더기 샀습니다. 정말 싱싱해서 좋아요. 식구들과 구워먹으려고요.”
 
관광객에게 되레 참 좋은 정보를 얻고 3월이 되면 이곳을 꼭 다시 찾을 것을 다짐합니다.

비닐포장 지붕 아래 허름한 곳에서 수십 년 동안 굴 따고 바지락 캐서 팔아왔다는 할머니께석화를 까 담은 한 봉지에 만원, 꼬막 1Kg하고도 반을 넣어서 만원을 주고 구입하면서 한진포구가 어떤 곳인지 안내해 달라고 요청하니 이곳은 아산만에서 서해로 통하는 큰 포구로 삼국시대에 당나라와 해상 무역을 한 항구였습니다.

한진포구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준치가 참 많이 잡혔다고 합니다. 1960년대 말까지 인천과 정기적으로 여객선이 오가던 큰 포구였는데 점차 교통이 발달하고 삽교천 방조제, 아산만 방조제가 개통되면서 이 포구는 점차 쇠퇴하는가 싶었지만 서해안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관광객들이 많이 즐겨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고 설명해줍니다.

할머니가 설명해 주시는 동안에 혀를 일제히 내밀고 있는 바지락을 발견하고는 시원한 된장국이라도 끓여볼까 싶은 마음에 값을 물으니, “우리 바지락은 지금은 추워서 없어. 이것은 다 수입이여. 4월 말에서 5월 초순경에 바지락축제가 열리니께 그때 와.”하시면서 지혜롭게 축제 홍보도 하십니다.

할머니 말씀대로 한진포구는 매년 4월~5월 사이에 바지락축제를 열어오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도 바지락 갯벌 체험은 물론이고 바지락 중량 달기, 바지락 까기, 수산물 시식회, 바지락 직거래 장터 등 바지락을 주제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축제가 열리면 꼭 다시 찾으마 약속하며 선착장으로 나가보는데 한 어르신이 아침에 땄다는 석화 다섯 무더기를 자꾸만 들어오는 바닷물에서 힘겹게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장갑 낀 손도 시려오는데 어르신 맨 손이 젖었습니다.

“이골이 난걸. 뭣이 손 시려. 아이고 나도 사람인걸, 손 시리지 왜 안 시려. 워칙혀, 먹고 살라믄 헐 수 없지. 허허허. 그래도 이놈이 효자여. 우덜 같은 노인들이 뭐 해서 돈 만지겄어. 글도 이렇게 나오기만 허믄 다 돈이니께 추워도, 눈이 와도 나오는 겨. 올 겨울에 짭짤허게 벌었제.”

한 무더기에 15,000원이라는 석화가 어르신들에게 큰 효자노릇을 하고 있었습니다.

함께 간 지인들과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저녁식사를 하는데 시내에서 먹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값도 저렴하면서도 끊임없이 나오는 싱싱한 먹거리에 환호성을 지릅니다. 함께 한 지인은 푸짐한 상차림이 맘에 들었는지 식구들 모임을 이곳에서 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눈앞에 펼쳐진 서해대교 야경도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며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리고, 어르신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면서 마음의 위로를 얻으며, 우리고장에서 나는 싱싱한 해물을 맛보면서 몸도 건강해지는 1석3조의 효과를 독자님들께서도 꼭 한번 누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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