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의 발동기 파수꾼, 이희양을 만나다 “내 이름이 발동기여!”
당진의 발동기 파수꾼, 이희양을 만나다 “내 이름이 발동기여!”
  • 배길령 기자
  • 승인 2019.02.15 14:55
  • 호수 12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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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곡기 알아유? 어릴 때 그 기계가 돌아가는 걸 보니까 그게 그렇게 신기하고 좋아 보일 수없는 것이여, 그렇게 깜깜 잊었다가 어른이 되어선 그때 그 발동기가 좋아서, 그래서 하나둘씩 모으기 시작한 것인데..” 

[당진신문=배길령 기자] 충남 당진에는 국내 유일 박물관이 있다.

젊은 층에는 이름도 생소한 ‘발동기 박물관’이 그것이다. 발동기 박물관은 이희양 관장이 지난 30년간 ‘발동기’의 동반자로 살아온 증표인 동시에 이름이기도 하다.

유년시절 그는 어른들 틈에서 엄청난 굉음의 발동기가 탈곡기를 움직이는 것을 봤다. 탈곡기가 웅-하고 돌아가면 신기하게도 하얀 쌀이 우수수 쏟아졌다. 발동기의 황소 같은 움직임에 어린 이희양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사회인이 되자마자 그가 발동기 수집을 시작한 이유다.

20년 전, 불의의 농기계 사고로 한 손을 크게 다쳐 앞이 캄캄하던 시기도 발동기가 일으켜 세웠다. 우렁차게 돌아가는 발동기 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것만으로도 오래된 애정과 열정이 전해졌다.

8톤의 무게에 이르면서 곧게 서서 돌아가는 발동기는 여기뿐이라던 말처럼 직접 눈으로 확인해본 크기는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으로 발동기 180여점을 전시한 비닐하우스 크기는 대략 200평 남짓, 발동기 자체의 크기를 생각하면 공간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다.

이희양 관장의 오래된 꿈은 박물관 건물을 세우는 것이다. “4,50년 된 거대 발동기를 좁은 비닐하우스 안에서 매일 닦아 관리하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아요. 발동기가 주철이니까 밖에 방치되어 있으면 눈비를 피해야하고, 제때 피하지 못하면 금방 또 녹이 슬어버리니까.. 제대로 보존하기가 힘들어요, 공간도 좁고..” 전시불가상태의 발동기는 결국 내어 버려야하는 상황도 마뜩잖아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럼에도 꾸준히 이희양 관장은 발동기 수집을 고집한다. “외국에서 발동기 보러 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말이 안 통해서 가이드를 데려 오기도 하고, 대부분 연세가 지긋하신 분들이 많아요. 유년시절을 떠올려 찾아주시는데, 그런 분들에게는 돌아가시기 전에 이런 비닐하우스 말고, 번듯하고 제대로 된 박물관에 전시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이희양 관장은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다. 올 4월은 일본발동기동호회의 초청으로 일본 방문을 앞두고 있으며 내년부터는 학교와 연계한 체험학습도 계획 중이다.

“우리나라 발동기 역사를 쉽게 알려주고 싶고, 앞으로도 옛것의 가치를 소중히 알아봐줬음 하니까, 어릴 때부터 체험해보고 공부하는 것이 가장 좋잖아요. 그럼 저도 뿌듯하고”

발동기는 경유 또는 중유를 연료로 압축·점화에 의해 동력을 만드는 기계이다. 우리나라 6,70년대 경제발전의 한 축을 담당할 정도로 전기, 물, 곡식, 산업공장까지 발동기가 쓰이지 않는 곳이 없었지만 오늘날 멈추었다.

과거의 발동기를 오래된 보물로 아끼는 마음 하나로 지나온 역사를 묵묵히 지켜온 이희양 관장의 우렁찬 발동기가 낡은 비닐하우스가 아닌 번듯한 박물관 안에서 아이들의 눈을 마주하는 꿈이 곧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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