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이니께 맘 먹으면 또 올 수 있잖유"
"우리 고장이니께 맘 먹으면 또 올 수 있잖유"
  • 당진신문
  • 승인 2019.02.12 09:50
  • 호수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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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권 강추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주말을 맞은 9일 오후 근처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하려고 지인들과 함께 서산해미읍성을 찾아보았습니다.

문 앞을 지키고 선 문지기 입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여느 때 같았으면 교황님이 맛보았다는 마늘빵을 사려고 줄을 선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을테지만 이날은 주인장도 손 넣고 앉아 있습니다.

늘 하늘을 가득 메우고 날던 연도 뜸합니다.

“연 날리고 싶어요.”어느 집 초등학생 아들의 하소연에 아빠는 강추위 속에 엄두를 못 내고 다음을 약속합니다.

“아이고 추워서 안 되겠네! 오늘은 그냥 돌아갑시다.”하고 보채는 어느 집 아내가 있는가 하면, 이런 강추위 속에서도 털모자 깊게 눌러쓰고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뜩 움츠린 모양새로라도 곳곳을 샅샅이 살펴보며 돌아보는 멀리서 온 가족도 있습니다.

장갑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벌겋게 얼어버린 손으로라도 투호에 전념하는 가족도 있습니다.

“이야, 생각보다 어렵네! 방법이 있을거야.” 어린이도, 엄마도, 이모도 그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활활 불타오릅니다. 한참을 그곳에서 머무른걸 보면 잘 던질 수 있는 비법을 찾아냈지 싶습니다.^^

무더기로 일제히 한 곳을 겨냥하여 셔터를 눌러대는 무리가 있어 다가가 보니 인천에서 왔다는 사진동호회 회원들입니다. 이분들 카메라 잡은 손이 벌겋습니다. 주머니에 손 넣고도 시리다 못해 아려오는데 해미읍성 모습 최상의 작품으로 남기고 싶은 이들의 열정 앞에 강추위는 무릎을 꿇었습니다.

어느 집 젊은 엄마 아빠는 너 댓살로 보이는 딸내미랑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들내미랑 사각으로 둘러 조성해 놓은 통나무다리를 건너며 연휴기간동안 제 맘대로 느슨해졌던 코어근육에 긴장을 더해줍니다.

추워서 더 돌아보는 것을 포기하고 잔뜩 움츠린 모습으로 돌아 나오는데 하얀 롱패딩으로 무장한 젊은 남녀가 씩씩하게 입장을 합니다. 추위와 당당히 맞서 싸워보겠다는 굳은 의지가 엿보입니다. 그 표정이 흡사 전장에 나가는 전사들을 보는 것 같아 마음속으로라도 응원해줍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추위 앞에 무릎 꿇고 금세 되돌아나가는 일행의 뒷모습은 가관입니다. 손은 일제히 주머니에 들어가 있고, 마음은 이미 설설 끓는 안방 이불 속에 도착했습니다.

“멀리서 온 분들은 춥다고 오늘 다 못 돌아보고 가면 아쉽쥬. 여기는 우리 고장이니께 우덜이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또 올 수 있잖유~.”

추위와 싸워 폐전한 병사들이 그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며 집을 향합니다. 참 다행입니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찾을 수 있는 명소가 우리 곁에, 우리고장에 있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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