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일에, 집안일에...인정도 받지 못하는 고단한 여성농민들의 삶
“여성농민회에 대한 인식 변화 느껴져...다가올 큰 변화의 시작 될 것“

인터뷰-당진시여성농민회 한윤숙 회장

"여성농민들은 마을 행사 같은 데서 부엌데기 신세예요. 그런데 그게 잘못됐다고 지적하는 게 힘들었어요. 오히려 주변의 평범한 여성 농민들이 저를 이상하게 쳐다봤죠”

[당진신문=최효진 기자] 당진에 여성농민회가 탄생했다. 약 50여 명이 넘는 인원으로 시작한 당진시 여성농민회. 충남에서는 4번째로 조직된 시군 단위 여성농민회다.

한윤숙 회장은 2년여 동안 당진에서 여성 농민회를 조직하기 위해 노력했다. 돌이켜 보면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 회장은 “지역 여성들의 역량이 굉장히 높아요. 여성 농민들이 다른 농업인 단체나 농가주부모임 같은 곳에서는 주체적으로 일을 잘하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여성농민회를 조직하는 것은 힘들었어요”라고 말했다.

당진시 농민들의 경우 가톨릭농민회 시절부터 전농으로 이어지는 시기까지 강한 조직력과 규모를 자랑하는 지역이다. 그 영향인지는 알 수 없지만 시골의 여성 농민들에게 농민회는 소위 ‘데모하는 사람들’ 혹은 ‘반대나 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런 지역에서 여성농민회를 만들겠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포기하기에는 여성농민들의 삶이 너무 고단했다. 인정도 받지 못했다. 여성들은 농사일은 농사일대로 하고 집안일은 또 집안일대로 했다.

지역 행사에서도 여성들을 위한 공간은 음식을 하는 공간만 허락되기 일쑤였다. 한 회장은 “여성들도 농사의 분명한 주체예요. 마을일에도 큰 몫을 담당하고 있죠. 여성들은 모든 걸 양보하고 그게 행복이라고 자족하고 살아요. 이걸 고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이런 현실을 고쳐 나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교육을 부탁할만한 곳은 찾기조차 쉽지 않았다. ‘여성’에 대해서 혹은 ‘농민’에 대해서는 교육을 부탁할 수 있는 곳은 있었지만 ‘여성 농민’의 삶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단체는 없었다.

방법을 찾지 못하던 사이 농민회 활동을 통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하 전여농)을 알게 됐다. 한 회장은 “집회에 가서 전여농이 모인 곳에 가 봤어요. 그곳에서 여성농민들의 질서 정연함과 끈기를 봤어요. 그뿐만 아니라 여성농민 회원들 간의 끈끈한 정까지 느꼈죠. 그 순간 ‘아! 여성농민회가 내가 찾던 조직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저 여성 농민들의 각성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교육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을 찾는 수준을 벗어나 여성농민회를 직접 꾸려야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다. 그렇게 2년 여를 노력했고 이제 그 시작을 알리게 됐다.

한윤숙 회장은 “지난 창립총회 때(28일) 많은 분들이 오셨어요. 그중에는 농민회 행사에는 전혀 관심도 없던 이웃들이 축하해주러 오셨어요. 그런데 창립총회를 지켜보시고는 ‘아 여성농민회가 이렇게 좋은 일하는 곳인 줄 몰랐다’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벌써 생겼어요. 앞서가는 것일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다가올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여성으로서의 농민’ 그리고 ‘농민으로서의 여성’들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 갈 당진시여성농민회. 한윤숙 초대 회장과 50여 명의 회원들로 시작하는 변화의 바람이 당진의 농촌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기대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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