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야 할 이유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조급해야 할 이유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 전국지역신문협회 충남공동취재팀
  • 승인 2019.01.30 13:40
  • 호수 12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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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근수 유아언어박사에게 듣는다-한글, 언제 어떻게 가르치나요
정근수 박사(사진 오른쪽)
정근수 박사(사진 오른쪽)

4세-7세 어린이를 둔 부모라면 한글교육을 언제, 어느 때, 어떻게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을지 고민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가정에서는 한글교육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지난 30여 년을 ‘유아교육’이라는 한 길을 걸어 온, 유아언어교육을 전공한 정근수 박사(지예슬어린이집 원장, 당진시 채운동 소재)를 지난 19일 만나 물어보았다.

정근수 박사는 “언제, 그리고 어떻게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이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정보들은 이제 갓 세 살, 네 살, 다섯 살 된 아이들 엄마를 혼란스럽게 하고 주변 이야기를 듣다보면 엄마는 내 아이를 ‘부족함’이라는 안경으로 바라보게 됩니다”라며 “아이들이 글자에 대해 물어오면 그것만 알려주시면 됩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더 많은 것을 가르쳐주기 위해 애쓰다보면 자칫 부자관계, 모자관계가 서먹해질 수 있습니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때로는 부모님이 심각하게 고민합니다. ‘어제는 알았는데 오늘은 왜 모를까‘하고 말이죠. 하지만 이것은 아이가 부족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우리 아이들(4세-7세)은 한글 구성 원리를 이해할 시기가 아직 안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두고 기다려 주세요. 아이들이 글자를 읽고 쓰는 기능을 익히는 것에 있어 어른이 조급해야할 이유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자신이 운영하고 있는 어린이집에서는 학습지나 정해진 교재가 없다고 한다. 형태 변별 능력이 완성되지 않은 채, 손에 힘도 없는 아이들에게 숙제처럼 외우고 따라 쓰기를 강요하는 하는 것은 아무런 교육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정 박사는 유아박사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 한글 지도에 관한 생각은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어린이집에서 한글 교재를 사용하지 않는 이유는 섣불리 한글을 가르쳤다가 부정적인 효과를 초래했다는 연구 결과를 많이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 박사는 어떻게 읽어줘야 아이들의 사고능력을 키워줄 수 있을까에 관한 논문을 읽고 자료를 연구하기에 몰두했고 결국 그림책을 활용하여 아이들의 사고능력을 키워줄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한글도 깨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정 박사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그림책을 활용하여 한글놀이를 한다면 아이들에게 친숙한 어휘를 통한 이해능력 및 해독 능력 향상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활동은 아주 조금씩, 느리게, 반복하면서 진행됩니다”라며 “한글을 이미 깨친 유아들에게는 읽기와 쓰기가 자동화 될 수 있도록 돕고, 대부분의 유아들에게는 하나하나 배워갈 때마다 성취감을 갖도록 도우며, 아직 한글 깨치기 준비가 안 된 유아에게는 관심과 흥미를 갖도록 돕습니다. 한글은 자음과 모음 체계만 익히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알고 싶어 하고, 쓰고 싶어 하는 한글을 쉽고 재미있게 깨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기다려줘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1년 기준 약 270여 권의 그림책 통해 자연스레 한글 깨쳐

지난 19일 오후 1시 찾아 본 당진문예의전당 전시관이 학부모들로 붐볐다. 정근수 박사가 교사들과 함께 준비해 ‘지예슬 그림책활동 전시회’를 열었는데 학부모들과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주변 어린이집 원장들까지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얼마나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지를 실감하게 했다.

전시된 작품들을 살펴보노라니 아이들이 그림책을 함께 보고 주제별로 느낀 바를 때로는 글로, 때로는 몸짓으로, 때로는 그림으로 생생하게 표현했다. ‘내가 알고 있는 소리를 이야기 하자’는 주제에 아이들은 ‘화장실에서 쭈욱 소리가 나요’, ‘엄마가 걸어올 때 콕콕콕 소리가 나요’, 끽끽끽 토끼가 웃는 소리, 쿵쿵!! 나무가 초대하는 소리, 윙윙 아빠가 청소하는 소리, 슈우웅 슈우웅 바람소리, 아아아 아빠가 노래 부르는 소리..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읽은 한 아이는 호랑이에게 편지를 썼다. ‘호랑이에게. 호랑이야, 할머니 물지 마. 나는 호랑이를 사랑해.’

여러 나무들의 종류에 관한 책을 읽고 지은 삼행시도 눈에 띈다. 소나무, 소-소가 갑자기 나-나타났다. 무-무슨 일이지? 대나무, 대-대한민국 나-나라꽃은 무-무궁화입니다. 왕벚꽃나무, 왕-왕자와 공주가 만나 벚-벚꽃 나-나무 아래서 결혼식을 하고 있었는데 무-무지개가 활짝 피어났다. 아이들의 기발한 생각에 그만 눈이 휘동그래진다.

전시된 작품들을 주욱 돌아보니 아이들이 독서를 학습이 아닌 즐거운 놀이의 개념으로 받아들였겠다는 생각이 든다.

취학 전 아동을 둔 부모라면 참고해 볼 만 하다. 그렇다고 이것이 답은 아니다. 정 박사 말대로 언제, 어느 때, 어떻게 한글을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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